[남장현 기자의 여기는 브라질] 홍명보호 3無에 땅을 쳤다

입력 2014-06-2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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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무기력했던 알제리전 2-4 충격패…벼랑끝에 내몰린 한국축구…도대체 왜?

1. 흔들린 초반 후배들 컨트롤 할 선배 없었다
2. 러시아·알제리전 전력 분석 실패
3. 센터백 김영권·홍정호 수비벽 붕괴

무기력했다. 23일(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리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오에서 벌어진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한국은 알제리에 2-4로 무너졌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손흥민(레버쿠젠)만이 ‘월드스타’로 도약할 가능성을 입증했을 뿐, 나머지 모두 역부족이었다. 특히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추가시간을 포함해 94분 내내 전혀 중심도, 갈피도 잡지 못했다. 그동안 ‘홍명보호’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여러 우려사항들이 한꺼번에 노출됐다.


● 리더

브라질월드컵 최종 엔트리가 발표됐을 때 반응은 반반이었다. ‘대표팀을 믿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 못지않게 ‘기둥이 없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 분위기를 이끌고 후배들을 독려할 베테랑들이 선뜻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 불안감을 낳았다. 물론 비슷한 또래의 선수들이 똘똘 뭉쳐 시너지 효과를 내면 더 무서울 수도 있지만,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는 점은 치명적 불안요소다. 알제리전은 후자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리더 부재’에 대해 기성용(선덜랜드)을 비롯한 태극전사들은 “모두 리더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알제리전에서 홍명보호는 ‘원 팀’이 아니었다. 고참 수비수 곽태휘(33·알 힐랄)가 있지만, 주전 멤버가 아니라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어려운 상황에서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야 할 리더가 필요했지만, 그 누구도 그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심지어 벤치마저도 적절한 진단과 판단을 내놓기까지 시간을 허비했다.


● 분석

홍명보호는 네덜란드 출신 안톤 두 샤트니에 코치에게 H조 상대국들에 대한 전력분석 임무를 맡겼다. 두 샤트니에 코치는 대부분의 시간을 유럽에서 보내며 정기적으로 리포트를 작성해 대표팀에 전달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패작이었다. “꺾어야 한다”고 외쳤던 러시아와의 1차전은 어느새 ‘지지 않아야 할 경기’로 둔갑했고, 당연히 이겨야 했던 알제리전도 참패로 끝났다.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 홍명보호가 가장 집중한 부분은 러시아전 필승전략 마련이었다. 굳이 많은 비용을 써가며 미국 마이애미까지 날아가 전지훈련을 한 이유도 러시아전이 열릴 쿠이아바의 기후에 미리 적응하기 위해서였다. 알제리전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한국전을 앞두고 공언한대로 알제리는 선수기용에 큰 폭의 변화를 줬는데도, 홍명보호는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 수비

홍명보 감독은 취임 직후부터 ‘한국형 축구’를 모토로 내걸었다. 강한 압박과 빠른 역습을 통해 승리를 따낸다는 것이다. 그 시발점은 탄탄한 수비다. 그러나 알제리전에서 수비는 붕괴됐다. 위기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부상 우려를 안고 있는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호흡을 맞춘 중앙 수비진은 최악이었다. 쉬운 볼도 처리하지 못했고, 패스 미스를 남발했다. 뒷공간은 쉽게 열렸다. 상대 공격을 1차적으로 저지해야 할 공격진-미드필드의 호흡도 맞지 않았다. 경기 후 홍 감독은 역시 수비붕괴를 최대 패인으로 꼽았다. 홍정호도 “실점 이전부터 계속 경기를 컨트롤하고 팀을 깨웠어야 했는데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안타깝게도 이제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돼버렸다.


포르투 알레그리(브라질)|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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