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gozo)한 브라질] 에이스의 상징 10번… 한국·일본엔 ‘악몽’

입력 2014-07-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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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마르-박주영(오른쪽).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전통적으로 ‘백넘버 10번’ 팀 에이스 넘버
박주영·가가와 등 한일 역대 존재감 미미
브라질월드컵 메시·네이마르 걸맞는 활약

백넘버는 단순히 선수를 식별하기 위한 숫자가 아니다. 선수의 포지션과 능력치를 짐작케 해주는 기호다. 흔히 1번은 골키퍼, 2∼6번은 수비수, 7∼8번은 미드필더, 9번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11번은 측면 공격수를 상징한다. 그리고 그 팀의 ‘에이스 넘버’라고 할 수 있는 10번이 있다.


● ‘10번 전설’의 원조는 펠레

펠레(브라질) 이전에도 10번을 단 선수는 있었다. 그러나 축구팬들은 ‘10번의 원조’로 축구황제 펠레를 기억한다. 펠레는 1958스웨덴월드컵에서 10번을 달고 브라질을 우승시켰다. 남미국가가 유럽대륙에서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유일한 대회였다. 그런데 여기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사실 펠레가 10번을 원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당시 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축구협회가 실수로 선수들의 등번호를 국제축구연맹(FIFA)에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FIFA 직원이 임의로 브라질 선수들의 백넘버를 정했다. 이 과정에서 펠레에게 운명처럼 10번이 돌아갔다.

아르헨티나의 축구천재 디에고 마라도나가 10번을 단 비화도 흥미롭다. 1982스페인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는 알파벳 순서대로 선수들에게 백넘버를 정해줬다. 여기서 유일한 예외가 마라도나였다. 알파벳 순서대로면 12번을 달아야 했으나,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10번을 줘 마라도나를 예우했다.


● 한국, 일본에게는 ‘저주의 10번’?

2014브라질월드컵에서도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7), 브라질의 네이마르(22·이상 FC바르셀로나),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23·AS모나코),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프랑스의 카림 벤제마(27·레알 마드리드), 벨기에의 에당 아자르(23·첼시) 등 각국 에이스들이 10번을 달고 펄펄 날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29일 ‘10번의 비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10번의 무게감을 전했다. 나나미 히로시(1998프랑스월드컵), 나카무라 괴스케(2002한일월드컵∼2006독일월드컵)에 이어 이번 월드컵의 가가와 신지(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까지 일본대표팀에선 10번의 존재감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0남아공월드컵 당시 나카무라는 주전으로 뛰지도 못했다. 한국 역시 박주영이 독일월드컵부터 3개 대회 연속 10번을 달았으나, 압박감에 짓눌렸다. 한일월드컵 당시 모두가 10번을 회피해 수비수 이영표가 10번을 단 일화도 유명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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