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밴드 잔나비 “하이브리드한 음악, 그것이 우리의 色”

입력 2014-07-02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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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정훈 영현 도형)는 원숭이띠 동갑내기들로 구성된 3인조 밴드다. 경기도 분당 지역 라이벌 스쿨밴드에서 각자 음악활동을 하던 세 친구는 개인적인 친분으로 모여 야심차게 Mnet ‘슈퍼스타K5’에 도전했다. 하지만 ‘잔나비’의 이름으로 생방송 진출하는 데 실패. 그럼에도 젊은 청춘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지난 4월 디지털싱글 ‘로켓트’를 발표, 이번에는 오디션장이 아닌 가요계의 문을 두드렸다.

사실 이들의 데뷔할 수 있는 기반과 인지도를 마련한 데는 보컬을 맡고 있는 멤버 정훈의 힘이 컸다. ‘슈퍼스타K5’에서 잔나비는 일찌감치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그는 ‘플랜비’라는 이름의 보컬 그룹의 멤버로 재구성 돼 생방송에 진출하며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 그런데 이는 나머지 멤버들이 생각한 하나의 전략이었다.

“이건 비하인드 스토리인데 정훈이는 플랜비 멤버로 재도전하는 것을 원치 않았어요. 떨어질 거면 다 같이 떨어지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저와 영현이가 간곡히 부탁했어요. 잔나비를 대표해서 나가달라고 계속 설득했어요.”(도형)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정훈은 “잔나비로 생방송에 진출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방송 출연 이후 확 달라진 대중의 반응을 실감하고 있었다.

“홍대 클럽 공연과 분당 지역에서 버스킹을 많이 했어요. 방송 출연 전에는 유명한 곡을 해야 사람들이 몰리고 호응이 나왔는데 방송 출연 이후에는 우리 공연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분들이 모이고 관심 가져주세요.”(정훈)

재주 많은 원숭이띠라고 했던가. 이들은 길거리, 공연장 가리지 않고 매주 4~5회씩 공연을 하며 재주를 뽐냈다. 특히 보컬 기타 키보드 외에도 세 친구는 모두 작곡에 소질을 보였다. 그런데 한 팀이라고 하기에는 각자의 작곡 스타일이 정말 다르다.

“보컬을 맡고 있는 정훈이는 곡의 멜로디 라인을 살리는 것을 좋아하죠. 발명가를 꿈꿨던 저는 기발한 것을 좋아해서 곡에 반전 요소를 넣는 것을 즐겨요. 또 영화음악 감독을 꿈꾸는 영현이는 곡에 영화음악 느낌을 많이 넣는 편이에요.”(도형)

세 사람이 함께 작곡한 곡 ‘로켓트’에는 이들의 특성이 적절히 녹아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가지 색깔이 한데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들 스스로도 “팝 기반의 곡이지만 장르에 대한 정의는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로켓트’는 반전적인 요소가 포인트가 되는 곡이에요. 한 곡 안에 여러 가지 느낌이 담겨 있죠. 하이브리드한 곡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잔나비만의 색깔이죠.”(정훈)

대중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자신들의 길을 가겠다는 잔나비의 정체성은 인디에 가깝다. ‘로켓트’는 가장 잔나비스러운 곡. 그런데 작곡가 신사동 호랭이는 “이 곡이 잔나비 곡 중에 가장 대중적”이라고 말했다.

“대중성을 생각해 무언가를 더하고 빼고 하면 색이 변질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중적인 요소들을 넣는 것을 배제했죠. 그런데 가장 대중적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신기하더라고요.”(정훈)

이는 가장 잔나비스러운 곡이 가장 대중적인 곡이라는 말로 풀이된다. 인디음악을 표방하지만 잔나비 DNA 자체에 대중성이 있다는 것. 이는 또 다른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들 역시 “시대를 대표하는 밴드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산울림 송골매 김광석 선배님들 같은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세월이 흐른 뒤 많은 이들에게서 ‘우리 때는 잔나비였지’라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정준화 기자 jj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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