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에 눈뜬 밴덴헐크, 진짜 헐크가 됐다

입력 2014-07-0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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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덴헐크.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한달간의 어깨부상 딛고 파이어볼러 부활
8승2패 방어율 3.65…벌써 작년성적 넘어
팔 각도 조정·볼 배합 다양화 상승세 비결

릭 밴덴헐크(29)는 어떻게 한국야구 최고의 외인 투수가 됐나.

밴덴헐크는 2일 현재 8승2패 방어율 3.65를 기록하고 있다. 팀 내 최다승은 물론이고 ‘에이스’ 윤성환에 이어 방어율 2위. 7승9패-방어율 3.95를 기록했던 작년 성적을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어깨부상으로 1달 가까이 개점 휴업했던 지난 이력은 찾아볼 수 없다. 파이어볼러가 절실했던 삼성은 재계약 성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삼성은 밴덴헐크의 활약 속에 거침없는 선두 질주 중이다.


● 팔 올리니 위력도 올라갔다

밴덴헐크는 4월 15일 대구 두산전에서 2회 2개의 공을 던진 뒤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다음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단순 염좌였지만 재활은 길어졌다. 5월 8일 문학 SK 복귀전까지 23일이 걸렸다. 개막 직후 2경기에 나섰지만 위력이 떨어졌다. 2경기 10이닝 동안 무려 9실점. 삼성은 떨어진 팔의 스윙각도를 끌어올리도록 충분한 시간을 줬다. BB아크에서 카도쿠라 투수코치와 투구 폼을 교정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밴덴헐크는 복귀전에서 7이닝 3안타 9삼진 무실점 쾌투하며 2승을 따냈다. 5월 4경기에서 전승, 방어율 0.96을 기록하며 ‘언히터블(unhittable)’의 모습 그대로였다. 류중일 감독은 “밴덴헐크가 좋지 않을 땐 팔이 옆에서 처져 나오는데, 어제는 팔이 위에서 아래로 때리는 모습이었다”고 웃었다.


● 직구 욕심을 버리다

밴덴헐크는 6월 29일 포항 한화전 직전 3경기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6월 10일 목동 넥센전과 17일 문학 Sk전에서 각각 6이닝 4실점했다. 24일 대구 넥센전은 5이닝 5실점. 3경기 방어율이 6.88에 그치며 5월과 대조적이었다. 특히 1∼2회 실점을 하면서 어렵게 경기를 풀었다. 포수 이지영은 “볼끝이나 공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볼 배합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욕심이 컸다. 직구에 자신이 넘쳐 상대타자를 윽박지르려고만 했다.

6월 24일 넥선전이 그랬다. 1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밴덴헐크는 2회 고비를 맞았다. 선두타자 박병호에게 볼넷을 내줬고, 이내 3안타 3실점했다. 박병호에겐 5구 모두 직구 승부였고, 안타를 내준 강정호, 김민성, 문우람에게 직구로 성급하게 덤볐다.

류 감독은 29일 경기를 앞두고 “초반에 직구에만 의존해서 그렇다. 경기 중 후반에는 볼 배합에 변화를 주니까 괜찮았다”고 했다. 이날 경기는 확연히 달랐다. 6회 2발의 홈런을 허용했지만 초반 무실점하며 승리를 챙겼다. 1회 선두타자 이용규에게 직구와 슬라이더를 번갈아 던졌고, 커브와 커터, 포크볼로 정근우와 김경언을 현혹했다. 타자와 수싸움에서 눈을 떴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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