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강우, 그가 편한 배우 생활을 위해 정해놓은 규칙들

입력 2014-07-05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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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강우, 그가 편한 배우 생활을 위해 정해놓은 규칙들

○정치적 성향 일부러 가지지 않아…좋은 작품이라서 연기할 뿐
○예능 속 '국민 형부' 타이틀, 배우로서는 족쇄

배우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 중의 하나는 고정된 이미지를 갖는 것이다. 이유는 당연히 작품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연기 변신에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강우가 KBS2 수목드라마 '골든 크로스'(극본 유현미, 연출 홍석구, 이진서)의 강도윤 역을 선택한 것은 위험한 도박이었다.

그는 앞서 스크린에서 상류층의 모순을 드러낸 영화 '돈의 맛'에 참여한 바 있다. 또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남의 인생을 소문으로 끝장내는 권력자들을 추적한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에서도 김강우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이런 필모그래피를 가진 배우가 브라운관에서도 썩은 상류층에게 복수와 함께 정의의 심판을 가한다는 '골든 크로스'를 선택한 이유는 둘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진심으로 배역에 끌렸거나. 자신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안전성을 생각해 골랐거나.

"'골든 크로스'는 정말 좋은 작품이었어요. 힘들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것까지 다 고려해서 개런티를 받으니 고될 거라는 예상은 작품을 고르는데 영향을 주지 않았죠. 예전에는 '사랑이 뭐길래', '인간시장', '모래시계'처럼 온 가족이 같이 보면서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그런 작품들이 많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나중에 자랐을 때 같이 보고 대화를 나눠볼 수 있는 드라마를 하자'고 생각했죠."

그렇게 고른 '골든 크로스'는 김강우에게 참으로 고됐다. 극중 동생 강하윤과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은 물론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강도윤의 복수방식으로 인해 김강우는 수없이 굴렀고 뛰어다녔으며 심지어 매장까지 당해야 했다.

"처음에는 시청자들도 뻔 한 복수극이라고 생각했겠죠. 그런데 정치인들이나 권력자들의 구린 이야기들이 조명되고 현실성을 띄면서 호응을 얻은 것 같아요. 이 드라마가 중장년층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해요. 아마 본인들이 직접 겪어봤고 드라마 속 이야기들이 피부로 와 닿았다는 증거겠죠."

'골든 크로스'를 통해 김강우는 다시 한 번 소시민들을 대변하는 정의의 사도가 됐다. 영화 '찌라시'에서처럼 당하기만 하던 피해자에서 권력자들을 향해 통쾌한 한 방을 날릴 줄 아는 배역을 맡았다. 어떤 정치적 사상에 맞춰 작품을 고르는 건 아닐까 의심이 되는 부분이다.

"그렇지 않아요. 어렸을 때 거대 세력과 자신만의 힘으로 싸우는 사람이 검사라고 생각해서 꿈을 꿔 본 적은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신문도 여러 개를 구독하면서 한 쪽에 쏠리지 않으려고 해요. 배우로서 저 자신을 가운데에 두는 게 제일 편하거든요."

이후 그는 편하게 배우를 하기 위한 몇 가지 자신만의 룰을 설명했다. 평범한 직업을 만난 친구들과 만나기, 사람 많은 곳에 가지 않기, 아이를 지나치게 특별하게 키우지 않기 등등. 왠지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김강우만의 법칙은 그의 일상이나 생각이 모두 연예인으로서가 아닌 배우로 남기 위해 고심한 흔적의 결과물이다.

"우선 배우라서 뭘 해야 하고, 배우이기 때문에 뭘 받는 것이 싫어요. 그래서 저는 이 일을 오래 했지만 배우 친구들이 별로 없어요. 배우라는 건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알아야 하는데 배우들끼리 모이면 결국 이 쪽 세계 이야기만 하게 되거든요. 그러다 보면 저 자신을 가두게 되는 꼴이 되죠."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배우 김강우가 싫어하는 수식어가 있다. 예능에서 만들어진 '국민형부', '국민남편'의 타이틀. 그는 "물론 아내는 지금도 내 눈에 가장 예뻐 보이는 친구다. 그리고 내가 스스럼없이 고민을 이야기 할 수 있고, 내가 유일하게 눈물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기는 하다. 하지만 다정다감한 남편은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 얻은 그 타이틀이 참 귀찮은 거더라고요. 만약에 악역을 하게 됐는데 '국민형부' 때문에 싱크로율이 떨어지면 짜증이 나겠죠. 그리고 전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하잖아요. 그리고 밖에 나가도 사람들이 저에게 기대하는 친절하고 상냥한 모습이 있을 텐데 전 그런 거 잘못하거든요. 그래서 처제(한혜진)한테도 많이 혼나죠."

이처럼 김강우에게 배우는 직업이었다. 평범한 아버지로서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같은 아이들을 부양할 수 있게 하는 직업이었던 것. 그래서 그는 매 작품마다 치열하게 연기할 수 있었을 것이고, 고통스럽다는 자기관리로 두 아이의 아버지임에도 매끈한 몸매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골든 크로스'는 좋은 작품이었지만 이 작품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요. 제게는 2014년 상반기에 참여했던 작품, 딱 그 정도? 한 작품을 해나가면서 '다음에는 좀 더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돼요. 그렇게 조금씩 잘 가꾸고 연기도 쌓아가면서 50대에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네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나무 액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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