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개혁, ‘유명무실 3가지’부터 바꿔라

입력 2014-07-0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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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유임됐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중요하다.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기술위원회의 위상 재정립도 반드시 필요하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홍 감독의 유임이 발표된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홍명보호 개혁, 그 수위와 범위는

기술위, 고위층 눈치에 제 목소리 못내
현집행부서 이름뿐인 ‘식물 기구’ 전락
평가전·현지캠프 등 국제행정 ‘구멍’
홍명보호 ‘원칙 깬’ 운영 원칙도 문제

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호’의 2014브라질월드컵 실패는 역설적으로 한국 축구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짚어준 바로미터가 됐다. 분분한 찬반 여론과 숱한 논란 끝에 홍명보(45) 감독은 유임됐지만 그만큼 숙제와 과제도 많이 안았다. 물론 이는 홍 감독 개인, 대표팀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왔고,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따끔한 질책이 대부분이다.


● 유명무실 기술위원회

대표팀이 부진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기구가 있다. ▲국가대표 선수 선발 ▲지도자 양성 ▲축구 기술자료 분석 및 수집 등의 막대한 권한을 가진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다만 분위기는 다르다. 과거 도를 넘어선 지나친 간섭이 도마에 올랐다면 요즘은 ‘유명무실한’ 또 ‘무색무취한’ 역할이 화두가 됐다.

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는 홍 감독의 유임 결정이 나온 뒤 기술위의 책임을 지목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정확하게 보면 축구협회의 구조적인 병폐가 지금의 허술한 기술위를 만들었다. 전임 조중연 회장 체제에서 선임된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현 정몽규 집행부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한다. 작년 5월 축구협회 조직개편 과정에서 기술위는 기술교육실(실장 최만희) 산하의 ‘식물 기구’로 전락했다. 실례로 홍 감독의 유임 과정에서도 기술위는 철저히 배제됐다. 황보 위원장은 브라질에서 ‘대표팀 지원팀장’ 역할을 수행했다. 고위층 눈치를 보느라 가장 전문적이고, 가장 독립적이어야 할 기구는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기술위원장이 ‘대표팀 팀장’을 맡는 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축구협회는 그저 황보 위원장에 모든 ‘책임’만 뒤집어씌울 게 아니라 자신들의 실패한 조직개편이 가져온 예고된 참사였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참사 원인 규명은 여기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 유명무실 국제 행정

국제 행정력도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 2011년 1월 축구협회 정몽준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한국 축구는 변방으로 전락했다. 특히 브라질 대회는 허술한 평가전 섭외,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월드컵 베이스캠프 선정 등 여러 모로 부족했다. 무엇보다 마지막 평가전 상대로 잡은 가나는 납득하기 어려운 섭외였다. 2010년 남아공 대회 전 소화한 스페인 평가전처럼 진짜 강호를 상대로 전력 점검을 한 것이 아닐뿐더러 ‘맞춤형 예방접종’ 차원의 진행도 아니었다.

여기에 러시아와의 월드컵 예선 첫 경기 장소(쿠이아바)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환경을 겨냥해 잡은 마이애미 캠프는 허리케인 등 예상치 못한 악천후로 도움을 주지 못했고, 베이스캠프지 이구아수 역시 만점과 거리가 멀었다. 여러 축구 인들은 “이구아수를 선정한 것이 단순히 상파울루 등 브라질 대도시의 교통 대란을 피하기 위함이었다면 설득력이 전혀 없다”고 입을 모은다. 4년 전 ‘허정무호’는 계절과 시기에 맞는 정확한 사전 답사로 많은 효과를 얻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구 남반구(남미)의 6월을 축구협회는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


● 유명무실 운영 원칙

월드컵 홍명보호의 슬로건은 ‘원(One)'에 입각했다. 하나의 팀이 하나의 정신으로 동일한 목표를 향하는 것을 모토로 했다. 하지만 축구는 결과로 말한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분명히 실패로 끝났다. 태극전사들은 하나로 똘똘 뭉치지 못했다. 강한 통솔력을 가진 홍 감독도 선수들을 모두 끌어안지 못했다.

사실 남아공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화합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파벌 논쟁이 끊이질 않았고, 주루-비주류 이야기도 나왔다. 기본적으로 국내파와 해외파, 해외파는 또 올림픽을 기준으로 나뉘었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소외됐고, 위화감도 조성됐다. 애초부터 단결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불편한 문제를 야기하고 조장하는 선수는 과감히 내쳐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불필요한 선민사상이 대표팀에 존재한다”는 한 축구인의 이야기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이는 결국 홍 감독이 해결할 몫이다. 실패는 한 번으로 족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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