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애리조나를 상대로 시즌 2승에 재도전했던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 애리조나 체이스필드 원정팀 클럽하우스 내에서 통역 마틴 김, 릭 하니컷 투수코치 그리고 A. J. 엘리스의 부상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포수 팀 페데로위츠(27)와 함께 미팅을 가졌다.
이들은 다저스 동료들이 경기를 앞두고 휴식을 취하는 동안 애리조나 타자들의 전력분석자료를 펼쳐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등 승리를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미팅 후 동아닷컴 취재진과 만난 페데로위츠는 “아픈데도 없고 컨디션도 좋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페데로위츠는 이어 “주전포수 엘리스가 무릎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그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좋은 활약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 등판하는 류현진과는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단 한번 밖에 호흡을 맞춘 경험이 없지만 스프링캠프에서 그의 볼을 자주 받아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류현진은 워낙 뛰어난 투수라 오늘 애리조나를 상대로 잘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류현진은 페데로위츠의 예상대로 애리조나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하며 시즌 2승째를 거뒀다.
경기가 끝난 뒤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류현진에게 쏠렸지만 주전포수 엘리스의 빈자리를 느낄 수 없을 만큼 류현진을 리드하며 홈플레이트를 지킨 페데로위츠의 노고도 간과할 수 없다.
경기 다음 날인 13일 동아닷컴 취재진과 다시 만나 인터뷰한 페데로위츠는 “오늘 경기에는 나서지 않는다”고 운을 뗀 뒤 “어제 경기는 정말 재미난 경기였다. 특히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애리조나 타선을 단 2안타로 막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페데로위츠는 프로진출 3년 만인 2011년 9월 다저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공격형 포수로 명성을 떨쳤지만 빅리그 데뷔 후에는 좀처럼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16일 현재 올 시즌 4경기에 출전한 그의 타율은 고작 0.067. 타율과 타점도 없다.
<다음은 페데로위츠와의 일문일답>
-엘리스의 부상으로 최근 팀에 합류했는데 컨디션은 어떤가?
“아픈데도 없고 컨디션도 좋다. 지금까지는 매우 좋은 편이다.”
-오늘도 선발로 경기에 출전하나?
“아니다. 오늘은 다른 포수가 나간다.”
-참, 어제 경기의 승리를 축하한다.
“(웃으며) 고맙다. 어제 경기는 정말 재미난 경기였다. 오랜만에 경기를 마음껏 즐기면서 한 것 같다. 특히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애리조나 타선을 단 2안타로 막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주전포수 엘리스를 대신해 거의 매일 안방을 지키고 있는데 부담감은 없나?
“빅리그를 제외하고 야구를 하면서 항상 주전포수로만 뛰었기 때문에 부담감은 전혀 없다. 포수는 또 다른 내 자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익숙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야구는 부담감을 갖고 하면 절대 잘할 수 없다. 항상 여유를 갖고 즐기려고 해야 된다. 앞서 말했듯이 어제 경기는 정말 재미난 경기였다. 개인적으로 매우 마음에 든다.”
-엘리스에게는 안됐지만 그의 부상으로 당신은 출전기회를 잡았다.
“그렇다. 빅리그에서 기회를 잡는 것은 본인이 잘해서 얻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처럼 동료의 부상으로 인해 우연하게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동료의 부상도 기회의 일종이라고 본다. 물론, 엘리스 본인이나 팀을 위해서 최상의 상황은 아니지만 일단 나에게 기회가 온 만큼 출전하는 경기마다 공수 양면에 걸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갑자기 기회가 찾아온 만큼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것은 팀 승리를 위해 기여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출전기회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주어진 경기마다 집중해서 어떡하던지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다.”
-투수리드와 수비력에 비해 공격력이 안 좋다는 평가가 있다.
“잘 알고 있다. 핑계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과거 빅리그에서 뛴 경험도 많지 않을뿐더러 올 해도 팀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빅리그 투수들이 많이 낯설다. 앞으로 경기출전 경험이 쌓이면서 빅리그 투수들을 자주 상대하고 그들의 공이 눈에 익숙해 지면 분명 좋아질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개인적인 노력은 충분히 기울일 것이다.”
-어제 류현진의 투수리드가 좋았다. 모든 사인은 본인이 직접 낸 것인가?
“그렇다. 어제 당신도 봤지만 경기 전 애리조나 타자들의 전력분석 자료를 놓고 어떻게 볼배합을 가져갈지 사전에 의견을 조율했다. 물론, 이닝 교체 시 덕아웃에서 하니컷 투수코치와 함께 추가적인 의견 교환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사인은 내가 직접 낸 것이다.”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면 포수들이 경기 중 덕아웃을 자주 쳐다보며 사인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볼배합 사인이 아니라 주로 수비위치 교정이나 견제 타이밍 등을 잡기 위한 사인이다. 물론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나 특정타자일 경우 매 투구마다 덕아웃에서 사인을 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주자가 없을 때는 포수 스스로 투수를 리드하며 사인을 낸다. 그럴 때는 덕아웃을 쳐다 볼 필요가 없다.”
-끝으로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특별히 정해놓은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항상 팀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반드시 우리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해서 우승을 하고 싶다. 그것이 목표이고 꼭 그랬으면 좋겠다.”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