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스 아저씨’ 박동빈 “늦었지만 연기의 진짜 재미를 알았다”

입력 2014-07-12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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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박동빈.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포털사이트에서 박동빈을 검색하면 ‘박동빈 주스’ ‘아침드라마 오렌지주스’ ‘주스아저씨’라는 연관검색어가 뜬다. 지난해 출연한 MBC 아침드라마 ‘사랑했나봐’에서 박동빈이 보여준 연기가 그만큼 인상이 강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연기에 관한 이야기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그는 실망하지 않는다. 어렵게 찾아온 지금의 관심을 기회로 삼아 새로운 연기 인생을 꿈꾼다. 45세의 박동빈은 이전까지와는 다른 현재를 즐기고 있다.

박동빈은 1998년 영화 ‘쉬리’를 통해 데뷔했다.

진한 인상 덕(?)에 각 작품에서 나쁜 역할은 도맡아왔다. 2002년 방송한 ‘야인시대’ 속 그의 이미지가 지금도 기억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똑똑한 모습의 캐릭터와는 거리가 먼 다소 모자란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부딪히는 인물을 연기해왔다.

박동빈은 ‘사랑했나봐’에서 마시고 있던 주스를 그대로 뱉어버린 장면이 화제를 모으면서 5월28일 방송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의 ‘연기의 신’ 편에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박동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현재 출연 중인 MBC 아침드라마 ‘모두 다 감치’ 회식 자리에서 출연진과 함께 시청하는 동안 만감이 교차했다.

“데뷔하고 지금까지 저를 지켜본 분들이 뭉클했다고 하더라. 웃다가도 눈물이 날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녹화 당시에는 몰랐지만 막상 저도 방송으로 보고 주변의 그런 말을 들으니 뭉클하더라. 편한 분위기 속에서 소주 한 잔 마시면서 즐겁게 놀다 온 느낌이었다.”

사실 여기까지 오기까지 박동빈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사랑했나봐’에 출연하기 3년 전까지도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 시기에 개봉한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캐릭터 분석까지 모두 마쳤지만 단 한 차례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좋지 않은 일은 몰려서 온다고 했던가.

일도 못하고 방황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절망의 순간이었다.

간호 당시에는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히 하자는 마음에 “혹여나 일이 들어올 것 같아서 일부러 삭발”까지 했다.

자신의 곁에서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박동빈은 불현듯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연기는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부모님이 원하는 것을 해본 적이 없구나 깨달았다. 어느 날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슬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슬프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스스로 변하고자 했다. 자존심도 “집에 두고” 나왔다.

이런 전환점의 계기는 부모님의 영향도 컸지만 2006년 출연한 드라마 ‘대조영’의 연출자 김종선 PD가 결정적이었다.

‘대조영’ 출연 당시 스스로 중도하차한 박동빈에게 김 PD는 2011년 ‘광개토대왕’을 맡으면서 다시 손을 내밀었다.

“‘대조영’ 때는 크게 혼났는데, ‘광개토대왕’ 때는 달랐다. 연기자로서 ‘광개토대왕’에 출연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드리니 이해해주셨다. 진심이 통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았고, 세상에 이런 분이 있구나 새삼 깨달았다.”

박동빈은 이제 “연애도 하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더니 “주변에 좋은 언니들 없냐”고 묻는다.

“남의 집 귀한 딸 데려와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 ‘우리 라면 먹으면서 살자’는 말도 하고 싶지는 않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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