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사랑이야’ 정신과 의사 자문만 다섯…이런 로맨틱 코미디 본 적 있나요 (종합)

입력 2014-07-16 0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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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 작가의 변화는 지난해 SBS 드라마 '그겨울, 바람이 분다' 때부터 감지됐다. 하루 아침에 이뤄진 변화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날 만큼 '그겨울, 바람이 분다'는 마니아층만을 거느리던 그의 필력이 대중성과 그림 같은 영상과 만나면 어떤 위력을 갖는지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특히, 노희경 작가는 '그겨울, 바람이 분다'를 통해 잘생긴 남녀배우를 쓰고도 시청자들을 그들의 미모에 매몰되지 않도록 인도하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자임을 보여줬다. 그동안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치중하느라 시청률을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던 그동안과는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었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SBS 새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인 공효진과 한층 가벼워진 조각미남 조인성의 조합은 캐스팅 발표만으로도 2030세대의 여심을 흔들었다. 이 세대가 원하는 판타지를 충족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노희경 작가는 제작 발표회에서부터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그는 '괜찮아 사랑이야'를 "로맨틱 코미디를 가장한 정극으로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최고의 사랑', '주군의 태양', '환상의 커플' 같은 머리를 비우고 볼 드라마는 아니라는 뜻이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최고의 베스트 셀러를 낸 추리소설 작가임에도 강박증을 앓고 있는 장재열(조인성)과 시크하면서도 쿨한 매력을 지닌 지해수(공효진)가 한 집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이런 설명만 보면 이 작품은 그저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물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 또 한 명의 정신과 의사인 조동민(성동일), 투렛 증후군 환자인 박수광(이광수) 등이 한 집에 살게 되고, 주변 인물로 장재범(양익준), 한강우(도경수) 등이 끼어들면서 이 로맨틱 코미디는 더이상 평범한 작품이 아니게 된다. 정신질환으로 부르는, 마음의 병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야기로 바뀌는 셈이다.

이에 대해 노희경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편견이 깨지길 바란다.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데도 그런 부분이 겉으로 드러나는 사람에게 정신병자, 또라이라는 말로 다시 폭력을 휘두른다. 이런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싶었는데 무거울 것 같아서 로맨틱 코미디로 포장을 했다"고 고백했다.


이런 노희경 작가의 대국민 사기극(?)에 조인성, 공효진을 비롯한 배우진들은 좋은 연기력을 보탰다. 특히, 이광수는 제작 발표회 자리에서 틱 장애를 앓았던 경험을 밝히고 "절대 투렛 증후군 환자가 희화화 되지 않도록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연기하겠다"고 말해 배역에 임하는 배우의 진정성을 느끼게 했다.

노희경 작가는 제작 발표회 현장에서 "정신과 의사 5명에게 자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점에서 더이상 '괜찮아 사랑이야'는 반(半) 메디컬 드라마가 됐다. 단순히 웃기로 말랑하기만 한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라고 선언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노희경 작가의 변화와 포장이 불쾌하지 않다. 그동안 그는 전작을 통해 계속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라는 메시지를 전했었다. 그러나 다소 마니악한 대사와 전개 탓에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최근의 변화를 결심했을 것이다.

결국 노희경 작가는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무작정 던진 후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잘 달래서 '떠먹이는' 쪽을 택했다. 편견과 고정관념에 쌓인 대중들은 달긴 하지만 나중에는 씁쓸한 뒷맛을 곱씹게 될 이 드라마를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

사진│동아닷컴DB, SBS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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