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차르트!’ 박은태 “이렇게 즐겁고도 어려웠던 적은 처음”

입력 2014-07-16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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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박은태에게 ‘모차르트!’는 애증의 존재다. ‘모차르트!’는 그에게 성공의 발판을 밟게 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대 결절을 안겨주기도 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그는 ‘모차르트!’를 사랑한다. 그 이유를 물으니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은 볼프강 모차르트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는 “벌써 네 번째인데 올해는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는 것 같다. ‘모차르트’라는 인물의 콘셉트가 변경돼 익숙함이 오히려 내 발목을 잡았다. 변화된 모습을 연기하는 것은 즐거웠지만 이토록 어려웠던 모차르트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뮤지컬 ‘모차르트!’는 각색, 연출, 무대 등 대대적인 수정 작업을 거쳤다. 그동안 천재 음악가의 고뇌를 표현했다면, 이번엔 인간이길 원했던 모차르트에 초점을 맞췄다. 자유로운 음악생활을 하고 싶지만 사회와 환경에 억압받으며 정해진 창작 활동을 해야만 했던 모차르트의 내적 갈등이 심화됐다. 모차르트 역시 자신이 원하는 삶과 주어진 삶의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의 괴로워하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음을 전하고 있다. 달라진 ‘모차르트!’ 콘셉트에 박은태는 연출가 아드리안 모스몬드와 연습 기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차근차근 볼프강 캐릭터를 완성시켜나갔다.

“이번 ‘모차르트!’에서는 연출가와 달라진 ‘모차르트’를 만들기로 했어요. 이전과는 다른, 좀 더 인간적인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죠. 예전 모차르트는 극적인 인물이었잖아요. 천재로서 겪었던 고뇌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천재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그의 모습을 그리길 바랐어요. 관객들이 더 공감할 수 있도록. 물론 음악과 패션 등 열정을 갖고 있는 인물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가되 아버지와 부딪히는 아들, 평범한 모차르트의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버지와의 갈등이 극에 달할 때 아버지의 멱살을 잡는 설정이 있었어요. 프리뷰(개막 전 미리 보게 하는 일, 이를 통해 제작사와 연출가가 최종 변경을 가린다)때 몇 번 멱살을 잡았던 적이 있는데 결국 본 공연에서 하지 않기로 했어요. 한국 관객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신 거죠. 그래서 연출가에게 얼마나 죄송한지 모르겠어요. 배우는 연출가의 좋은 붓이 돼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 관객들의 설득을 얻지 못한 것은 제 탓이거든요.”

극의 콘셉트가 바뀌며 무게감도 달라진 듯 했다. 2년 전 ‘모차르트!’는 천재 소년 볼프강의 내면 속에서 일어나는 창작의 광기에 관객들이 기가 빨리듯 관람했다면 돌아온 모차르트의 인간적인 면에 조금은 평안해졌다. 하지만 무대 위 배우는 그렇지 않은가보다. 인생에는 해답이 없듯 실존 인물의 삶을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나 ‘프랑켄슈타인’은 역할에 정확한 목표가 있었어요. 그런데 볼프강 모차르트는 애매한 감정선도 많고 성격도 많아서 풀어도 답이 안 나와요. 그래서 더 어렵고요. 또 저번 작품은 감정이 기승전결이 확실했다면 이번에는 모든 장면마다 역동적이고 감정이 세서 보는 분들은 덜 역동적인 볼프강을 보시는 거라 생각해요.”

캐릭터 분석의 어려움이 있지만 박은태는 이를 즐기고 있다. “힘들기보다는 즐거운 게 사실”이라며 많은 분들이 ‘모차르트!’를 통해 우리의 인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는 바람을 밝혔다.


무대 위 볼프강 모차르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짝이 있다면 바로 어린 소년 아마데다. 아마데는 볼프강의 또 다른 자아로 그를 유령처럼 쫓아다니며 그의 아버지가 그에게 기대했던 것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없었던 기억을 끊임없이 되새겨주는 역할을 한다. 대사 한 마디 없이 단지 표정과 몸짓으로 볼프강의 심한 내적 갈등을 표현해주는 아마데는 ‘모차르트!’에 또 다른 주인공으로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볼프강 다음으로 박수를 가장 많이 받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번 아마데는 정말 훌륭해요. 정확한 연기에 저조차 에너지를 받아요. 마지막에 볼프강이 죽으며 어린 아마데를 안고 죽잖아요. 그 때 ‘사랑해, 수고했어’라고 해요. 암전일 때는 간지럼을 피기도 하고요. (웃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에 하나가 마지막인데 아마데가 아버지를 향해 달려가며 안길 때에요. 아버지가 바라는 볼프강과 볼프강이 바랐던 아버지의 모습이 일치하는 순간이죠. 죽은 볼프강은 그걸 바라보잖아요. 연습할 때 아마데와 아버지 사이에서 그 모습을 보며 울었어요. 노래도 차마 못 부르겠더라고요. 살아있을 때 볼프강은 아버지보다 음악을 선택했지만 분명 그 안에서도 늘 팔을 벌리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마지막 장면에서 팔을 벌리게 되더라고요.”

박은태는 공연계의 금싸라기 같은 존재다. 그가 작년 손잡았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엘리자벳’,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켄슈타인’ 등이 연달아 히트를 치며 그는 일명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또 그는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프랑켄슈타인’의 앙리와 괴물 1인2역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러한 승승장구에 기쁘기도 하지만 박은태는 오히려 마음을 다잡고 있다. 무대에서 더 겸손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매번 다 잡으려고 노력해요. 가끔 저도 모르게 마음이 구름처럼 붕붕 뜰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아차’하며 잡으려고 하죠. 언제까지 하늘 위로 오르며 살 수 없잖아요. 늘 내려갈 준비를 하며 상처받지 않으려고 해요. 감사하게도 아직까진 많은 분들이 절 찾아주시지만 언젠간 인기도 사라질 거고요. 그래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작품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매 공연마다 최선을 다하게 되고요.”

박은태는 ‘모차르트!’를 마치면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다. 이미 많은 작품을 제안 받았지만 재충전 후 더 좋은 모습으로 차기작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저것 보고 있어요. 우선 이번 작품 끝나고 쉬려고요. ‘프랑켄슈타인’ 끝나고 연달아 작품을 하게 돼서 정말 죽겠던데요. 하하. 작품에 들어가면 정신이 거기에 빠져있고 목소리도 신경써야하고 몸 관리도 해야 하니 편하게 있을 시간이 없더라고요. 우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아내와 아이가 휴가를 기대하고 있어요. 특별히 뭘 하진 않아도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게 행복해요. 저도 ‘모차르트’가 기대했던 아버지, 그런 아빠가 되길 바라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더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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