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거나 Fun하거나] ‘군도’·‘해적’·‘협녀’, 두 글자 제목의 전성시대 이유

입력 2014-07-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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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인지, 단순히 눈에 띄는 건지 모르겠지만 올해 충무로는 ‘두 글자 제목의 사극 전성시대’를 맞았다. 그동안 ‘관상’,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두 글자의 사극이 많았지만 2104년엔 유난히 두드러진다. 현빈의 복귀작으로 화제가 됐던 ‘역린’부터 여름 성수기에 맞붙는 ‘군도 : 민란이 시대’, ‘명량’,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그리고 이병헌과 전도연이 13년 만에 함께하는 ‘협녀 : 칼의 기억’까지 모두 제목이 두 글자다. 게다가 사극 영화의 절반은 부제를 붙여 관객들을 맞이한다.

‘군도 :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 ‘협녀 : 칼의 기억’(이하 ‘협녀’)은 주제목과 부제를 나란히 달고 관객들을 찾는다. 이 작품들이 부제를 다는 이유는 한자어로 된 사극 영화의 주제목은 다른 영화와는 상대적으로 관객들에게 친밀하지 않아 이해도를 높이려고 붙이는 경우가 많다.

‘해적’의 배급을 맡은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바다로 간 산적’이라는 부제가 붙은 건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극장에 들어가기 전 부제를 통해 영화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산적이 바다로 가야했는지 궁금하면서도 산적이 바다로 간다는 내용을 인식할 수 있기에 그러한 부제를 붙이게 됐다”고 말했다.

‘군도’의 메가폰을 잡은 윤종빈 감독은 “‘군도’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1860년, 철종 13년이 실제로 진주 민란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민란이 굉장히 많은 일어났던 시대였다. 그해를 금술 민란의 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군도’라는 도적의 무리가 그 시대에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민란의 시대’라는 부제를 붙였다”고 말했다

‘협녀’의 제작사 TPS컴퍼니는 “박흥식 감독은 9년 전부터 ‘협녀’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다. 물론 의협심이 강한 여성의 의미가 있기도 하겠지만 박 감독은 다른 방향으로 연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작품의 내용이나 캐릭터 등을 공개할 수 없는 단계라 자세한 내용을 설명할 순 없지만 부제인 ‘칼이 기억’은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부제를 붙이지 않고 관객들에게 나선 작품도 있다. ‘역린’과 ‘명량’은 특별한 설명 없이 극장에 간판을 걸었다. ‘역린’이라는 제목은 ‘한비자’의 ‘세난편’에서 유래했으며 용의 턱 아래에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면 용이 크게 노하여 건드린 사람을 죽인다는 말로 왕의 노여움을 의미한다. ‘역린’ 관계자는 “낯선 한자어를 택해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전략”이었다고 밝혔다.

30일에 개봉하는 ‘명량’ 역시 제작 초반에는 ‘회오리바다’라는 부제를 달고 나갔지만 촬영 중 ‘명량’으로 제목 수를 줄였다. ‘명량’의 배급을 맡은 CJ 엔터테인먼트는 “국내 관객 중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명량’이라는 제목으로도 충분히 영화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영화 중 부제를 달고 나오는 영화가 많아 조금 차이를 주고자 했던 전략도 있었다”고 말했다.

왜 유독 사극 영화는 두 글자가 많을까. 보통 사극 영화는 한자어로 만들어진다. 한자어는 긴 내용을 한 단어에 담을 수 있는 경우가 많기에 함축적이고 간결한 제목을 붙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자면, ‘임금의 노여움’ 보다는 ‘역린’이라는 제목이 훨씬 간결하고 관객들이 기억하기 쉽다는 것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제목은 연출자가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함축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가 해당 콘텐츠를 선택하는 여부를 결정하는 큰 역할을 하기에 관계자들은 제목을 정할 때 머리를 싸매게 된다. 이에 제목에 부제를 더해야 하는지에 여부조차 고민거리다. 장황한 부제는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매년 마다 흥행공식에 ‘글자 수’가 있는 것 같다. 작년에는 ‘변호인’, ‘용의자’ 등 세 글자 영화들이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올해는 두 글자인가보다. 재미있는 점은 영화 관계자들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그런 열풍이 분다는 것이다. 올해 여름 극장가에 ‘군도’, ‘명량’, ‘해적’, ‘명량’ 등도 다 각기 출발점이 다른 영화고 원래 개봉시기도 달랐는데 우연히 맞물리게 돼 ‘두 글자’ 제목이 눈길을 끈 것 같다. 우연의 일치치곤 정말 재미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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