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스 영웅 데릭 지터, 전 미국 돌며 ‘고별 경기’

입력 2014-08-01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ML 사례로 본 이별을 대하는 자세

올 시즌 후 은퇴 예고…팬들도 이별 준비 필요
31일 텍사스 원정 땐 부시 전 대통령 직접 방문
2001년 칼 립켄 주니어도 전 지역 팬들에 인사

한국선 대부분 단발성 은퇴경기 ‘예고없는 이별’

이별은 힘든 일이다. 당사자에게는 아픈 일이고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괴롭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인생을 압축시킨 스포츠 세계에서는 이별이 더욱 드라마틱하게 다가온다. 한 선수가 자라서 성장하고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정점에 있는가 싶지만 그 순간은 짧다. 이별이 어느새 뒤를 따라온다. 어떤 야구의 영웅도 기억의 커튼 너머로 사라지고나면 끝이었다. 그래서 이별은 중요하다.

이별의 종류도 다양하다. 피치 못한 이별도 급작스런 이별도 있다. 준비된 이별도 있다. 메이저리그와 한국야구의 문화에서 가장 차이 나는 부분은 이별을 대하는 자세일 것이다.


● ML선 전 미국을 돌며 은퇴경기…팬도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30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는 깜짝 이벤트를 했다. 65년간이나 팀과 함께 해온 캐스터 빈 스컬리가 2015년에도 다저스와 함께 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86세의 전설에게 아직도 연봉 300만 달러(약 30억 9000만원)를 준다. 전문가를 아끼고 그가 가진 노하우를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해내는 상업적인 마인드도 그렇다. 더 눈여겨 볼 것은 예측이다. 다저스는 시즌 도중에 다음 시즌의 계획을 알렸다. 특별한 사고가 없다면 스컬리는 내년까지 다저스타디움을 지킬 것이다. 팬들 모두가 일찍 그 사실을 알았고 본인도 안다는 것이 중요하다.

뉴욕 양키스의 유격수 데릭 지터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이번 올스타전이 마지막 ‘여름 클래식’이었다. 그 무대에서 지터에게 보여준 팬들의 성원과 박수는 열정적이었다. 지금 지터는 전 미국을 돌며 고별경기를 하고 있다. 31일 텍사스에서 벌어진 원정경기에서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등장해 지터와의 작별을 기념했다. 지터는 양키스가 원정을 가는 모든 지역에서 자신을 기억해주는 팬에게 이별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소방수 마리아노 리베라가 그렇게 했다. 보스턴에서 벌어진 마지막 원정 때는 극성맞은 라이벌 팬들도 기립박수를 하며 리베라의 은퇴를 축하하고 또 아쉬워했다.

이별은 선수도 힘들지만 팬들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서 팬들에게도 작별을 준비할 여유를 줘야 한다. 메이저리그는 이런 면에서 빼어나다. 연속경기 출장의 신화를 썼던 칼 립켄 주니어는 미국 전역을 돌며 1년 내내 은퇴경기를 하고 2001년 은퇴를 했다. 물론 그 경기는 흥행에서 대박이 났다. 죽기 전에 전설의 선수를 내 야구장에서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누가 놓칠 것인가.


● 2001년 메이저리그 올스타 박찬호와 칼 립켄 주니어의 특별한 해피엔딩

칼 립켄 주니어는 2001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팬들은 마지막 올스타전에 그를 불렀다. LA 다저스의 박찬호는 전반기 8승5패를 하고 올스타에 뽑혔다. 시애틀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양 리그를 대표하는 랜디 존슨과 로저 클레멘스가 2이닝을 던진 뒤 박찬호가 내셔널리그 2번째 투수로 등장했다. 처음 상대하는 타자가 바로 칼 립켄 주니어였다. 그가 타석에 나오자 모든 팬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2014년 올스타에서 데릭 지터가 받았던 영광과 흡사했다.

박찬호는 칼 립켄 주니어의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선물을 줬다. 홈런이었다. 의도적으로 내준 것인지 아닌지는 선수 본인만 알 뿐이다. 어찌됐건 칼 립켄 주니어는 홈런을 쳤고 올스타 MVP가 됐다. 멋진 해피엔딩이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홈런으로 여러 번 이름을 오르내렸다. 1999년 페르난도 타티스에게 3회 2발의 만루홈런도 맞았고 배리 본즈의 홈런 신기록(71호, 72호)도 관여했다. 칼 립켄 주니어의 마지막 올스타전 홈런에도 등장해 팬들은 영원히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 한국선 예고 없는 이별…아름다운 이별은 언제쯤?

한국은 어떤가. 최근 두산이 프랜차이즈 스타 김동주와 작별을 놓고 내홍을 겪었다. 경위야 어떻건 팬들에게는 썩 좋은 모양새가 아니었다. KIA 이종범, 삼성 양준혁 등은 비록 은퇴경기라는 형식을 갖췄지만 홈에서 1회로 끝나는 단발성이었다. 이종범 양준혁에게 보내는 팬의 성원이 단지 홈구장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원정지역의 팬에게도 사랑했던 스타의 마지막을 볼 기회를 줄 생각조차 못했다. 은퇴도 시즌 시작 전에 알리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많다. 예고 없는 이별이 대부분인 까닭이다. 우리 프로야구는 아직 이별에 용감하지 못하다. 그래서 끝이 흐지부지하다. 과연 누가 예고된 축복받는 이별을 시작할까.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pngkeon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