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피플] 지대섭 회장 “말산업은 고부가가치 녹색사업·新 성장동력”

입력 2014-08-0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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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로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자신의 사무실 베란다에서 포즈를 취한 서울마주협회 지대섭 회장. 그는 “마주가 안됐더라면 지금 내 삶이 훨씬 삭막했을 것이다. 내 말이 경주에 나가는 날은 꼭 아들이 올림픽에라도 출전하는 듯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과천|박화용 기자 inphoto@d 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지대섭 서울마주협회장

마사회 납세액 3위…매출 19% 세금으로
소유한도·온라인베팅 규제 풀어야 발전
경마월드컵에 국민이 열광하는 날 고대

엘리자베스 2세(영국여왕), 조훈현(바둑기사), 길용우(배우), 윤종용(전 삼성전자 부회장), 이웅열(코오롱 회장).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의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馬主)라는 점이다. 영국의 처칠 경은 “수상이 되기보다 더비경주 출전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영국 사회의 마주에 대한 사회적 존경과 위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국에선 다르다. ‘경마=도박’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마주를 도박 조력자 정도로 여긴다. 지대섭(71) 서울마주협회 회장은 이러한 시각에 대해 불만이 많다. 경마가 국가발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는데, 경마인들이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느냐는 거다. 지 회장을 만나 한국경마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경마가 발전해야 국가가 발전한다고 주장했는데.

“말 산업은 고부가가치 녹색사업이다. 소, 돼지, 닭 등의 가축은 대부분 고기로만 활용되지만 말은 승마, 경마, 관상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돼 파생산업이 무궁무진하다. 독일의 한 경제연구소는 말 3마리당 일자리 1개가 생긴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말 산업을 활성화하면 우리 경제의 신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경마는 그런 말산업의 핵심이다.”


-경마팬이 진정한 애국자라고도 했다.

“2012년 기준으로 한국마사회는 1조4650억원을 세금으로 납부했다. 삼성, 현대차에 이어 납세액 규모 3위다. 그런데 매출 대비로 따지면 마사회만큼 충성스런 기업이 없다. 무려 매출의 19%를 세금으로 냈다. 삼성이 2%, 현대차가 4%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가. 마사회 매출은 경마 고객이 산 마권에서 나온다. 결국 경마고객과 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국가 재정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인데, 현대사회에서 이 보다 더 큰 애국이 어디 있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경마를 도박으로 본다.

“로또의 당첨확률은 길 가다 벼락 맞는 것보다 낮다고 한다. 주식은 하루아침에 수백억을 날리기도 하고, 또 그만큼을 벌기도 한다. 하지만 로또와 주식을 도박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합법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똑같이 합법사업인 경마에 대해서만 도박 딱지를 붙이나.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경마장을 소유하고 있고 경마 베팅도 즐긴다. 그렇다고 여왕을 도박꾼이라고 부르면 한국과 영국간의 외교 갈등이 생길 것이다.”


-한국경마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국가재정 기여와 농축산업 지원이라는 경마를 하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국가와 시행주체인 마사회는 경마를 지속 발전, 성장시켜야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동안 경마 얘기만 나오면 주무 장관과 수장이 뒤로 숨었다. 이익만 취하고 해야 할 책무는 다하지 않은 것이다. 경마의 부정적인 국민 인식을 바꿀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부임한 현명관 마사회 회장의 혁신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경마 선진화의 선결과제는.

“2009년 금지한 온라인 베팅을 이젠 재개해야 한다. 경마 선진국은 마권발매의 60%가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베팅을 막는 바람에 불법도박이 판치게 된 거 아닌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언제 어디서든 경마를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섬 지역 주민 등은 그럴 수 없다. 이건 국민의 행복권 침해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마주 4명이 지난 5월에 마사회를 상대로 온라인 베팅을 재개하라는 소송을 내서, 현재 수원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마권에 붙는 세금을 줄여 고객 환급율을 현재 70%에서 경마선진국 수준인 80%까지 올려야 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 보자. 마주가 된 이유는.

“1997년 15대 국회의원 시절 마사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경마와 말에 대한 공부를 하다 말에 반하게 됐다. 당시 노년엔 무엇을 하나 하는 고민을 하던 때라 자연스럽게 은퇴 후 직업으로 마주를 선택하게 됐다. 국감이 끝나기 바쁘게 그해 11월 마주로 등록했다.”


-마(馬)테크, 즉 마주를 하면 얼마나 버나.

“지금까지 상금으로 40억원쯤 벌었다. 액수만 보면 나쁘지 않지만 상금 중 조교사, 기수, 관리사 등의 몫과 경주마 위탁관리비, 경주마 구입비 등을 빼면 크게 남는 게 없다. 마주들 중 절반 정도만 흑자를 본다.”


-마주들의 최대 고민은.

“한국경마는 관(마사회)이 경주마 생산시스템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코리안더비에 출전한 15마리 중 14마리가 마사회 소유 씨수말의 자마였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선 민간목장의 세계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구체적인 대안은.

“먼저 현행 10마리인 소유 한도를 늘려야 한다. 이 규모로는 세계적인 경주마를 길러낼 수 없다. 800∼1000마리를 소유한 일본의 경주마 생산그룹 같은 곳과 어떻게 경쟁이 되겠나. 한국경마 여건상 무제한 소유가 어렵다면 마주를 사업목적으로 하는 특수법인을 공모방식으로 설립해 30∼50마리를 소유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용산 장외발매소 운영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린다. 1200억원을 들여 적법하게 추진된 합법사업이 목소리 큰 소수의 반대로 좌초된다면 누가 사업을 하겠나. 찬성과 반대 측이 팩트만 가지고 끝장토론을 했으면 좋겠다. 토론의 중재는 언론이 맡고.”


-마주로서의 꿈은

“축구 월드컵에 열광하듯 두바이 경마월드컵에 한국 경주마가 선전하고, 국민들이 열광하는 시대를 꿈꾼다. 물론 내 세대에는 이루기 힘들겠지만,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

과천|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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