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사’로 보는 대작 영화 4편의 리더십은?

입력 2014-08-08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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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최민식-‘해적’ 손예진-‘군도’ 하정우-‘해무’ 김윤석(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빅스톤픽쳐스·하리마오픽쳐스·영화사 월광·(주)해무

‘명량’ 메시아적 리더, ‘해적’ 도전적 리더

리더를 절박하게 기다리는 세상이다. 그 현실을 투영하듯 스크린에서도 네 편의 한국영화가 각기 다른 모습의 리더와 그들이 이끄는 세상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여름 제작비 100억원 규모의 대작 4파전에 뛰어든 ‘명량’ ‘해적:바다로 간 산적’, ‘해무’ 그리고 ‘군도:민란의 시대’다. 이들 작품이 그려낸 리더십을 들여다보는 것은 팍팍한 현실의 또 다른 탈출구를 찾아가는 모색의 길은 아닐까. 그리로 안내하는 통로는 극중 ‘명대사’다.


● “충은 의리다. 의리는 왕이 아닌 백성을 향해야 한다.” (‘명량’ 최민식)

#.‘명량’의 폭발적인 흥행세의 배경에는 리더를 향한 갈망이 있다. “늘 군중 무리에 함께 있는 인간적인 리더 이순신”(전찬일 영화평론가)의 모습은 ‘명량’ 신드롬의 한 요인이다.

영화는 집요하리만큼 영웅 이순신에 집중한다. 인간적 두려움 속에서도 한 치의 물러섬 없는 뚝심으로 백성과 나라를 구하기 위해 나선 그에게선 단순한 ‘리더’를 넘어 ‘메시아’적 모습까지 엿보인다는 평가도 따른다. 심지어 승리의 공마저 백성에게 돌린다. “백성이 나를 끌어준 게 천행인지, 회오리가 몰아친 것이 천행인지 생각해 봐라”는 대사는 ‘명량’의 지향을 명쾌하게 드러난다.


● “패배도, 후퇴도 없다.” (‘해적’ 손예진)

#.나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이들이 올라탄 해적선. 그들을 이끄는 여월(손예진)은 목숨을 건 싸움을 주도한다. ‘명량’의 이순신이 나라의 근간인 ‘백성’을 첫손에 꼽았다면, ‘해적’의 여월은 ‘내 식구’가 먼저인 ‘패밀리십’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래서 끈끈하고 정이 간다.

적대적 관계인 정사정(김남길)을 향해 여월이 내뱉는 대사인 “그대를 먹여 살리는 건 나라가 아니라 바다이고, 바다의 주인은 우리”라는 말은 ‘해적’이 바라보는 리더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우리 목숨 스스로 지키겠다’는 도전적 리더다.


● “우리는 세상을 바로 잡으려 한다.” (‘군도’ 이성민 그리고 하정우)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 ‘군도’의 대호(이성민)는 부조리한 세상이 싫어 도적의 우두머리가 된 인물. 자발적 봉기와 조직, 그리고 행동으로 이끄는 적극적 리더의 모습이다.

“우리는 모두 이 땅의 하늘 아래 한 형제요, 한 자매다. 그러나 세상은 어느덧 힘 있는 자가 약한 자를 핍박하고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를 착취한다”는 그의 외침은 영화의 배경인 1800년대에서 200년이 흐른 지금도 유효할지 모른다. 그의 적통을 이어받은 도치(하정우)의 생각도 같다.

“윗전부터 아래 것들까지 도적질 안 하는 놈이 없다.”


● “이 배는 내가 책임진다.” (‘해무’ 김윤석)

#.‘사고’가 없을 땐 믿고 따를 만하다. ‘해무’의 강선장(김윤석)은 선원들 밥값 걱정에 가불도 마다치 않는다. 궂은 뱃일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집이 아닌 배에서 잠을 청한다. 배는 곧 그에게 분신이자 자신의 ‘왕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 대처 능력’으로 본다면 당장 ‘경질’해야 마땅한 선장이다. 차악을 피하려다 최악을 초래한다. “이 배에서는 내가 대통령이고 판사고 너희들 아버지여!”라는 외침은 ‘불통형’ 리더의 전형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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