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대첩…달라서 이겼다

입력 2014-08-15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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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이 7월30일 개봉 이후 연일 신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그 요인을 두고 여러 분석이 뒤따르는 가운데 극중 이순신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이 탁월한 연기력으로 관객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빅스톤픽쳐스

■ 연일 신기록 행진의 3가지 비결

1. 액션·멜로 대신 정통 사극으로 정면승부
2. 독과점 논란 재운 역대 최고 좌석점유율
3. 멀티주연 유행? 오직 이순신·최민식 집중


달라서 가능했다.

영화 ‘명량’이 16일 역대 최고 흥행작에 등극할 전망이다. 이로써 기존 최고 기록을 가진 ‘아바타’(1330만)를 5년 만에 뛰어넘는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 그래서 더 놀랍다.

‘명량’의 폭발적인 흥행 배경을 두고 갖가지 분석이 쏟아진다. ‘이순신 리더십을 향한 열망’, ‘중장년 관객의 초반 유입’, ‘가족 단위 관객의 선호’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지만 어디까지나 ‘개봉 후 분석’일 뿐이다. ‘명량’은 시작부터 달랐다. 그동안 1000만 관객 흥행작들과 비교해 세 가지의 ‘다른 길’을 택했고, 결국 통했다. 제작진에겐 실험이었지만 관객은 그 ‘다름’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 전통적 흥행 공식과 ‘달랐다’

한국영화의 3대 흥행 요소를 꼽자면 코미디·액션·멜로다. 영화에 이 장르적 요소를 넣어야 흥행에 성공한다는 ‘통념’은, 그러나 ‘명량’을 통해 깨졌다. 코미디는 물론 멜로 분위기조차 감지할 수 없는 ‘명량’은 오직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인물과 삶을 향한 전쟁에 집중했다. 한 눈 팔지 않는 집요함은 ‘명량’의 무기. 더욱이 최근 다양하게 변주하는 팩션 사극과 달리 조미료를 섞지 않은 보기 드문 정통사극을 완성했다. 연출자 김한민 감독은 “역사를 그때 그 시대 분위기대로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게 핵심”이라며 “그래야만 관객은 당대를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정공법은 결국 40∼50대 중장년은 물론 60∼70대 관객까지 극장으로 불러내는 ‘진풍경’을 그리고 있다. 개봉 3주째 주말을 앞둔 14일 오후 3시 현재 ‘명량’ 예매율은 48%. 여전히 1위다.


●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달랐다’

성수기를 겨냥한 대작, 대기업 배급사의 전략적 영화 등이 자유로울 수 없는 ‘논란’, 개봉 초반 1000개를 훌쩍 넘는 상영관을 확보해 빚어지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다. ‘명량’은 한 때 1500개관을 싹쓸이했다. 그런데도 독과점 논란은 뜨겁지 않았다. 예매율보다 더 높게 나타난 좌석점유율 덕분이다.

좌석점유율은 해당 영화를 향한 관객 선호도를 드러내는 지표. 상영횟수와 관객수를 종합해 실제 극장 객석을 채운 비율을 가리킨다. ‘명량’의 좌석점유율은 역대 최고 수준. 역대 흥행 톱5에 오른 작품 중 ‘개봉일’, ‘첫 주 토·일’, ‘1000만 돌파 당일’에 이르기까지 모두 최고 기록을 세웠다. 평일 평균 60%, 주말 70∼80%대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개봉 초반 ‘트랜스포머4’, ‘군도:민란의 시대’보다 300∼100개관이 적은 스크린으로 출발했다”며 “적정한 수의 상영관에서 서서히 관객을 늘리는 방식이 흥행엔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명량’이 그 증거가 됐다.


● 멀티캐스팅 유행과 ‘달랐다’

1000만 관객 흥행을 이룬 많은 한국영화의 공통점은 다수의 스타급 배우들이 주연을 맡는 이른바 ‘멀티캐스팅’을 활용한 점이다. 일찍이 2006년 ‘괴물’부터 2009년 ‘해운대’, 2012년 ‘도둑들’, 지난해 ‘7번방의 선물’까지 모두 같은 길을 걸었다.

‘명량’은 달랐다. 오직 주인공 최민식에게 기댄 영화다. 이야기 자체가 이순신에게 집중되면서 그 역을 맡은 최민식의 활약은 처음부터 예고됐지만 실제로 영화가 공개된 뒤 그가 차지하는 존재감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류승룡, 조진웅 같은 스타도 있지만 최민식의 절대적인 에너지가 워낙 강해 그 어떤 배우가 참여했어도 멀티캐스팅과 거리가 멀어 보였을 것”이라며 “한 명의 영웅을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적절히 표현됐다”고 짚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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