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식 합의판정’ 대세로 정착

입력 2014-08-1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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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염경엽 감독(가운데)이 14일 두산전에서 3회초 1루주자 김재호의 도루가 세이프로 판정되자 심판에게 합의판정을 요청하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 각 구단 감독들은 방송사의 중계화면을 확인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합의판정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논란 줄어든 한국형 비디오판독

판정 나오는 즉시 심판합의 요청 실천
선수·코치 직접 감독에게 바로 시그널
감독 대부분 방송화면 확인없이 요청

한국형 비디오판독으로 불리는 ‘심판합의판정’ 제도가 시행 4주를 지났다. 후반기부터 시작된 합의판정은 17일 잠실에서 두산 송일수 감독의 요청까지 총 35차례 실시됐다. 이 중 17차례 최초 판정이 번복돼 판정번복률은 48.6%를 기록 중이다. 이를 두고 ‘예상보다 번복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는가하며, ‘의외로 번복률이 낮다’고 느끼는 쪽도 있다. 어찌됐든 전반기 극에 달했던 오심 논란이 사라지면서 그라운드에 평화가 찾아온 것만으로도 합의판정 도입은 일단 연착륙에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판정번복률도 번복률이지만, 시행 초기 가장 큰 논란을 낳았던 합의판정 요청 시간과 방식이 최근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최초 판정이 나온 뒤 30초 이내에 합의판정을 요청을 해야 하는 이른바 ‘30초룰(이닝교대시 10초)’을 놓고 시행 초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와 ‘충분하다’를 놓고 현장 감독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런데 최근 그런 목소리는 쑥 들어갔다. 감독들이 이제는 오심이 의심될 만한 판정이 나오는 즉시 심판진에게 합의판정을 요청하면서 30초룰조차 무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양상문식 합의판정 요청’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보면 된다. 양 감독은 합의판정이 시행 초기부터 “선수와 코치, 감독인 내가 확신만 있다면 판정이 나오는 즉시 중계화면 확인 없이 바로 요청하겠다”는 뜻을 나타냈고, 이를 실천해왔다.

한국도 규정상으로는 메이저리그처럼 화면을 보고 합의판정을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초기에는 감독이 어필을 하러 나간 뒤 코치나 구단 직원이 중계화면을 확인할 시간을 벌어주려다 30초룰에 걸리면서 합의판정을 하지 못하는 사례들도 나왔다. 방송사에서 리플레이 화면을 반드시 30초 내에 보내줘 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이에 대해 “30초 내에 리플레이 화면을 확인하고 합의판정을 요청하기는 무리다”면서 “제한시간을 폐지하거나 늘려 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그러나 이제는 거의 모두 즉각 요청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저런 방식을 사용해본 결과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를 한 선수와 가까이에 있는 코치가 가장 잘 안다는 사실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엔 선수와 코치가 적극적인 시그널을 보내면 감독이 합의판정을 요청하는 것이 대세가 되고 있다. 성공률도 높아지고 있다. 현장에서도 이런 방식이 ‘한국형 비디오판독’ 방식으로 더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히려 메이저리그 방식보다 스피디하고 박진감이 넘치기 때문이다.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과거에는 억울한 판정이 나와도 뒤집을 수 없었다. 이제는 한 경기에서 두 차례나 판정 번복의 기회를 주게 됐다. 프로야구에 엄청난 변화가 왔다”고 합의판정 시행의 긍정적인 의미를 평가하면서 “최근엔 감독들이 리플레이 화면을 본 다음에 합의판정을 요청하는 것보다 선수가 신호를 보내면 감독들이 받아들여 즉각 합의판정을 요청하고 있다. 이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미국은 화면을 확인한 뒤 비디오판독을 해도 번복률이 반 정도밖에 안 된다. 긴가민가 싶은 아슬아슬한 장면까지 요청하는 것보다 선수가 확실히 오심이라고 느끼는 장면에서 합의판정을 요청하는 게 도입취지에도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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