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응룡 감독. 스포츠동아DB
기분좋은 징크스…연승 마감에 아쉬움 남아
한화 김응룡(73·사진) 감독의 유니폼 바지에는 김치 국물이 묻어 있었다. 하얀 바지에 자리 잡은 얼룩은 유독 눈에 잘 띄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그 바지를 다른 세탁물과 함께 내놓지 않았다. 김치 국물이 떨어지고 아랫단에 흙탕물이 튀어도 다시 입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연승 중이잖아.”
한화는 27일 대전 NC전까지 3연승을 달렸다. 그냥 승리만 한 게 아니라 내용도 좋았다. 25일 광주에서 KIA를 상대로 용병투수 앤드류 앨버스가 완봉승을 거뒀고, 26일에는 다시 용병투수 라이언 타투스코가 릴레이 호투를 하면서 희망을 밝혔다. 27일에는 에이스 이태양이 승리를 따내고 송광민이 만루홈런을 쳤다. 늘 대전에서 NC에 호되게 당했던 한화가 모처럼 자존심을 세웠다. 어느새 탈꼴찌는 물론 더 높은 순위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김 감독도 28일 대전 넥센전에 앞서 모처럼 입담을 풀었다. “옛날에는 징크스 따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웃긴다고 했는데, 한화에 와서 내가 많이 약해졌는지 이런 걸 신경 쓰게 되더라”며 껄껄 웃었다. 짐짓 “바지가 깨끗한데 갈아입을 필요가 있느냐”면서 “4일째 같은 바지 입는 건 아무 것도 아니다. 예전에 흰 팬티가 노란 팬티가 될 때까지 입었다는 사람도 있고, 수염을 한 달씩 안 깎은 사람도 있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확실히 요즘의 한화는 활기차다. 올 시즌부터 한화 유니폼을 입은 내야수 정근우는 “이제 우리 팀 전체가 야구를 뭔가 잘 알고 한다는 느낌이 들고, 서로 도움이 되려 한다. 다들 야구장에 서로 먼저 나오려고 할 만큼 즐거운 것 같다”며 “요즘은 예전에 SK 시절 한참 좋을 때의 느낌도 난다. 한화에 와서 처음 느끼는 기분이다. 절대 질 것 같지 않다”고 증언했을 정도다. 베테랑 감독도 단단하게 다져진 팀 분위기를 덕아웃에서 몸으로 느끼는 게 당연하다.
한화는 28일 넥센에 패해 연승 행진을 마감했고, 김 감독은 5일 만에 유니폼 바지를 갈아입게 됐다. 그래도 한화가 다시 승리하는 날, 김 감독에게는 간절한 바람을 담은 징크스가 새로 생길 듯하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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