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매력적인 고양이들, 또 만날 수 있을까요?…한국에 푹 빠진 ‘캣츠’ 오리지널팀

입력 2014-09-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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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럼 텀 터거 역의 얼 그레고리, 그리자벨라 역의 에린 코넬, 올드 듀터로노미 역의 후안 잭슨.

“향수병이요? 걸릴 틈 없이 행복해요!”

6년 만에 한국을 찾은 뮤지컬 ‘캣츠’ 오리지널 팀은 즐거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매 공연마다 기립해 박수를 쳐주고 환호성을 외치는 한국 관객 덕분이다. 공연을 할 맛이 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싶다. 타국에 와서 겪는다는 ‘향수병’은 이들에겐 없다. 얼 그레고리(럼 텀 터거)는 “그냥 우리 집에 와 있는 것 같다”며 한국 관객의 정겨움에 감탄하고 있다.

최근 서울 공연을 마치고 지방 공연을 준비 중인 럼 텀 터거 역의 얼 그레고리, 그리자벨라 역의 에린 코넬, 올드 듀터로노미 역의 후안 잭슨을 만났다. 이들은 영국,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오디션을 거쳐 구성된 멤버들이다. ‘캣츠’ 뿐 아니라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위키드’ 등 필모그래피를 갖고 있는 이들은 당연 최고의 기량을 갖춘 공연을 펼치며 지난 30년간 고양이들이 전해온 환상적인 이야기의 감동을 전하고 있다.

(얼 그레고리, 에린 코넬, 후안 잭슨과의 일문일답)


- 서울 공연을 무사히 마쳤네요, 의례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공연을 마친 기분은 어떤가요?

“다들 집이 그립지 않는지 물어봐요. 수개월 떨어져있으면 그럴 법도 한데 지금은 즐거워요. 아무래도 첫 공연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다들 따뜻하게 반겨주고 반응도 열광적이라 신나요.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네요. 이제 지방공연만 남았는데 기대가 커요.” (그레고리)

“시민들의 친절함에 놀랐어요. 덕분에 한국 친구들도 많이 알게 됐고요. 그래서 지방 공연이 더 설레요. 프로덕션 사람들이 지방에 가면 산도 있고 바다도 있다고 하던데 또 다른 한국의 얼굴을 볼 수 있다니 기대가 돼요.” (코넬)


- ‘캣츠’의 매력은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화려한 공연과 고양이들의 요염한 움직임 등이 먼저 보이는데 보면 볼수록 각각 고양이들의 사연이 공감이 되고 또 고양이 세계와 비슷한 인간 세계를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저 역시 힐링을 많이 받아요. 그리자벨라는 늙어서 동족들에게 버림받고 살잖아요. 마지막에 모두에게 용서받고 올드 듀터로노미와 손을 잡고 하늘을 올라가는 장면은 늘 감동적이에요. 뭔가 새로운 기회를 얻는 기분이랄까. 아마 관객들도 살면서 느끼는 아픔과 고통 등을 공연을 통해 느끼고 공감하실 것 같아요. 더불어 사랑과 용서도 느끼실 거라 믿어요.”(코넬)

“사실 ‘캣츠’는 안무, 무대, 의상 등 뭐 하나 빼놓지 않는 완벽한 뮤지컬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분명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지만 어느 부분에서 느끼든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배우들은 관객들이 쇼와 같은 화려함만 보고 가셔도 좋고, 뭔가를 느끼고 가셔도 좋아요. 그냥 즐기시기만 해주신다면요.” (잭슨)


- 본인이 맡은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관객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들도 고민하게 될 것 같아요.

“럼 텀 터거는 정말 많은 표정을 갖고 있어요. 겉보기에는 정말 플레이보이잖아요. 쾌활하고 늘 즐거운 고양이 같지만 그는 정말 행복한 고양이일까요? 그의 인생이 마냥 즐겁진 않을 거라 생각해요. 럼 텀 터거는 그의 웃음을 통해 많은 이들이 행복해하길 바랄 거예요. 최근 운명을 달리한 로빈 윌리엄스도 평생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지만 알고 보니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잖아요. 럼 텀 터거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요.”(그레고리)

“한 때 잘 나가고 아름답던 그리자벨라는 자신을 가두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은 거죠. 그래서 올드 듀터로노미 역시 그리자벨라가 스스로 마음의 빗장을 열고 다른 고양이들과 교감할 수 있기를 기다린 것 같아요. 더 중요한 건 그리자벨라 스스로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려고 한 것 같아요.” (코넬)



- ‘캣츠’ 중 가장 기대되는 시간 중 하나가 2막이 시작하기 바로 전이에요. 고양이들이 관객석으로 와서 장난을 치잖아요. 누군가는 고양이들을 만나고 싶어 할 텐데…. 팁 하나만 주세요.

“같이 놀고 싶어 하는 사람이요. 아무래도 겁내시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저 관객이라면 다가가도 괜찮겠다 싶은 분들에게 가요. 어떤 관객은 가끔 사탕이나 군것질 거리를 먹이처럼 주신대요. 단 것을 먹으면 에너지 충전도 되고 좋아요! 하하. 사실 굉장히 짧은 시간에 돌아다니는 것이라 꼭 누구를 지정해놓고 가진 못해요.”(그레고리)

“저는 누구보다 어린이들에게 다가가요. 무서워하는 친구들도 있지만요. 하하. 그런데 우리가 그들에게 다가감으로서 얼마나 좋은 추억이 되겠어요.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손을 흔들거나 포즈를 취해줘요.” (코넬)


- 그리자벨라 같은 경우는 참 외로운 고양이잖아요. 그래서 연기를 할 때도 참 힘들 것 같아요.

“우울해질 수 있어요. 그리자벨라를 연기할 때 근심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예요. 그래서 빨리 이 역할에서 빠져나오는 게 중요해요. 무대에서는 최선을 다해 집중하되 무대 밖에서는 제 자신으로 돌아와야 해요.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죠. (코넬)


- 후안 잭슨은 배우 브래드 리틀과 친한 동료라고 들었어요. 내한을 자주하는 그가 특별히 조언을 해주진 않았나요?

“6년 전에 ‘지킬 앤 하이드’로 만나서 지금까지 도움을 주는 친구죠. 지금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하는 말이 스스로 가치를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니까 긴장했던 것을 즐기며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 리틀도 생활 자체를 즐기면서 그 즐거움을 공연에 반영하는 거죠. 공연을 하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거죠.” (잭슨)


- ‘캣츠’는 일종의 힐링 뮤지컬이에요. 버림 받은 그리자벨라가 결국 젤리클로 받아들여지며 새 삶을 살 기회를 얻잖아요. 연기를 하며 지켜보는 배우들도 변화되는 점이 있을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제게도 돌아오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하면서 마음의 문이 많이 열렸고 올드 듀터로노미를 연기하면서 사람들을 용납하거나 좀 더 친절해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잭슨)

“‘그리자벨라’ 자체가 꿈꿔왔던 터라 맡아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죠. 모르던 걸 알게 된 것보다 알았던 걸 다시금 상기시키게 된 작품이었어요. 어린 고양이 빅토리아가 버림 받은 그리자벨라에게 손을 뻗고 그 손을 잡은 그리자벨라가 드디어 용서를 받고 젤리클 무리로 돌아가잖아요. 누군가는 마음을 열고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 가야한다는 것을 느꼈죠. 많은 분들이 공연을 보고 사랑과 용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코넬)”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설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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