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고양 원더스 해체는 야구계에 슬픈 일”

입력 2014-09-1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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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원더스 독립야구단. 스포츠동아DB

■ 선수들이 눈에 밟힌 김성근 감독

갈곳없는 선수 40∼50명 데려온 가치 몰라줘
테스트 지원한 120명에게는 기회조차 막아
패자부활 아닌 패자로 끝난 것 같아 안타까워

“이제 저 아이들을 어떡하나 싶어.”

고양 원더스 김성근(72) 감독의 목소리는 가라앉았다. 노(老) 감독은 목이 메는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고양 원더스가 공식적으로 해체를 선언한 11일 오전, 김성근 감독은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야구인 입장에서 고양 원더스 해체는 아주 슬픈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이다. 구단 관계자들도 아침까지 몰랐다는데.

“며칠 전에 구단주(허민), 단장(하송)과 얘기를 나눴다. 아마도 3명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구단주가 팀을 계속 유지하려고 했지만 그동안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다. 갑자기 결정한 것은 아니고 작년부터 갈등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팀 해체 결심을 한 것 같다. 팀이 유지될 수 있다면 내가 계속 감독을 맡겠다고 했지만 구단주 결심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구단주에게는 자식 같은 팀인데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나.”


-마음이 착잡할 것 같다.

“아침에 미팅을 하니까 선수들도 오늘부터 훈련을 시작하기 때문에 모인 줄 알았을 것이다. 단장이 (팀 해체를)얘기하면서 울먹거리고, 나도 얘기를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 어떻게 이 팀을 만들어왔는데…. 난 이번에 13번째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것인데 팀 해체와 함께 나가는 것은 처음이다. 그게 가장 슬프다. 쌍방울 때도 팀 해체 몇 개월 전에 내가 잘렸고, 기업은행 시절에도 내가 나가고 2년 후에 팀이 해체됐다. 나 혼자 잘려나가는 거는 아무 상관없다. 여기 선수 45명에, 코치 10명, 구단 직원들까지 다 함께 나가야하는 게 슬프다.”


-고양 원더스가 해체되면 야구계도 큰 손실인데.

“매년 신인드래프트에 700∼800명이 나오는데 그 중 프로에 몇 명이나 가나. 선택되지 못한 선수 40∼50명을 고양 원더스가 데리고 왔다. 야구계가 그 가치를 왜 몰라줬나 싶다. 야구인 입장에서 고양 원더스 해체는 아주 슬픈 일이다. 여기 모여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야구계 전체에 슬픈 일이다. 이번에 테스트를 한다니까 120명이 지원을 했다. 그 선수들에게 테스트할 기회조차 못 줘 안타깝다. 들어올 아이들 길까지 막아버린 것 같아서.”


-고양 원더스는 패자들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대통령 후보 2명이 이곳을 방문해서 여기처럼 패자가 부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결국 우리는 패자부활이 안 되고 패자로 끝난 것 같아 그게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는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며 도전했는데 야구가 그것을 버린 것 같다.”


-이제 다시 자유의 몸이 됐다. 벌써부터 프로행 소문이 무성한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하지 않았나. 허허. 별의 별 소문이 다 돌아 내 귀까지 들리더라. 그런데 분명한 건 지금까지 프로팀과 접촉이 전혀 없었다. 난 허민 구단주한테 여기 남겠다고까지 말했다. 지금은 프로 팀 감독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김응룡 감독을 보니 괜히 고생하는 것 같기도 하고…. 소문만 믿다가 나중에 나만 상처를 받는다. 선수들 한 명 한 명 만나서 면담을 해봐야겠다. 어떻게 살길을 찾아야할지…. 구단에서 11월까지 코치와 선수들이 훈련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을 때까지 훈련장소를 제공하고 훈련비도 지원해준다고 하더라. 고마울 따름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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