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팀 진출선수 22명 성과, 구단주 재력에만 의존 한계

입력 2014-09-1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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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고양원더스 구단주. 스포츠동아DB

■ 고양 원더스의 1000일, 성과와 한계

한국 최초, 유일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가 해체됐다. 2011년 12월 창단 이후 약 1000일에 걸친 족적이 끊어진 것이다. 고양 원더스의 해체는 작게는 허민 구단주 개인의 좌절이자, 크게는 한국야구의 풍토에서 독립구단은 어렵다는 선고를 의미한다.

원더스는 허민 구단주의 재력과 김성근 감독의 카리스마로 지탱해온 팀이었다. 허 구단주가 손을 든 순간, 곧바로 존립이 어려워졌다. 뒤집어보면 범인(凡人)의 범주를 벗어나는 이런 사람들이 아닌 한, 독립구단 운영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원더스에서 프로야구 팀으로 보낸 선수는 22명에 이른다. 개중에는 안태영(넥센), 황목치승(LG) 같은 준척급 선수들이 있었다. “단 1명이라도 프로에 보내는 것이 목표”라던 허 구단주의 꿈은 2000% 이상 이뤄진 셈이다.

허 구단주에게 독립구단 운영을 권유한 허구연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은 “처음 창단할 때 15억, 이후 운영비 매년 10억씩 3년간 35억 원이면 독립구단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허 구단주는 매년 40억씩 3년간 총 120억원을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썼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선수와 코치, 구단 직원들을 포함한 약 100명의 인원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허 구단주의 해체 결정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다. 여름부터 마음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위원은 “허 구단주가 팀을 해체시킨 탓에 선수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고 생각하지 말고, 허 구단주이니까 3년이나 팀을 운영할 수 있었다고 봐야 옳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구계의 한 관계자는 “허 구단주를 끌어들일 때,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 총재가 어떤 언질을 준 것인지 알 필요가 있다. 가령 거기서 ‘3년 후 퓨처스리그 진입’에 관련된 어떤 메시지가 있었는데 그 해석을 두고 허 구단주와 KBO가 달랐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문서가 아닌 말이라면 흔적도 남지 않고, 풀이도 다를 수 있다. 이렇게 3년이 흘렀는데 총재가 바뀌어버린 KBO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기존 구단들의 반대마저 완강하자 허 구단주가 야구계에 실망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허 구단주는 이른 시일 내 귀국 일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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