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이란, 한국엔 ‘호재’

입력 2014-09-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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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 남자배구의 강력한 맞수로 꼽히는 이란이 폴란드에서 열리고 있는 2014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 6강에 진출하면서 아시안게임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한국대표팀에게 분명 호재가 되고 있다. 지난 5월 울산에서 열린 ‘삼성화재 2014 울산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포르투갈전에서 대표팀 박기원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남자배구, 수월해진 ‘金 시나리오’

이란, 세계선수권 6강…21일까지 경기
폴란드-인천 25시간 비행…컨디션 변수

남자배구의 금메달 도전에 가장 큰 장애물인 이란이 폴란드에서 열리고 있는 2014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6강에 진출했다. 1라운드에서 미국 이탈리아, 2라운드에서 아르헨티나를 격파하는 등 세계적 수준의 실력을 과시한 이란은 프랑스 독일과 함께 3라운드 G조에 편입됐다. H조에는 브라질 폴란드 러시아가 들었다. 세계남자배구의 ‘빅6’다.


● 이란, 세계선수권서 탈 아시아권 실력 과시

3라운드 첫 경기의 최대이변은 개최국 폴란드가 대회 3연패를 노리던 브라질에 풀세트 접전 끝에 이겼다는 것이다. 이란은 18일(이하 한국시간), 19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독일, 프랑스와 경기를 벌인다. 만일 두 경기를 모두 져서 G조 최하위를 차지하면 H조의 3위 팀과 5∼6위 결정전을 벌여야 한다. 20일 오후 8시40분에 벌어진다. 조 1,2위를 차지하면 상대편 조와 크로스토너먼트로 결승진출을 가리는 준결승전을 벌인다. 현지시간으로는 같은 날짜지만 우리 시간으로는 21일이다. 결승전은 22일 새벽 3시25분이다. 이란은 지금부터 계속 나쁜 결과를 만들어도 21일까지는 무조건 폴란드에 있어야 한다. 대회를 마치고 한국팀과 같은 코스로 카토비체에서 한국으로 오려면 25시간이 걸린다. 바르샤바까지 버스로 4시간을 이동하고 이어 두바이까지 5시간의 비행, 두바이 공항에서 밤 11시30분부터 새벽 3시30분까지 대기한 뒤 다시 8시간이 걸리는 비행기를 타는 험난한 일정이다.


● 폴란드에서 인천으로 오는 길은 멀고 힘들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생리학적으로 시차에 적응하는 기간은 시차 1시간당 하루라고 했다. 한국과 폴란드의 시차는 7시간이다. 신체가 건강한 운동선수라 시차 적응 기간은 줄어들겠지만 아무래도 무리가 올 수 밖에 없는 스케줄이다. 게다가 FIVB(국제배구연맹)가 각국 대표팀에게 제공하는 비행기 편은 모두 이코노미석이다. 2m가 넘는 장신선수들이 좁은 자리에서 구겨 앉다시피 해가면서 오랜 시간을 버텨야 한다.

이란은 인천아시안게임 첫 경기를 25일에 한다. 이란의 실력이라면 2진을 기용해서라도 예선은 가볍게 통과할 것이다. 한국은 8강 라운드에서 이란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이때까지도 이란의 컨디션은 정상궤도에 올라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 경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8강 토너먼트 상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다. 8강 토너먼트에 오를 가능성이 큰 일본 중국 인도 카자흐스탄 가운데 파트너를 고를 수 있다.


● 한국의 금메달 시나리오

한국으로서는 4강 토너먼트에서 가능하다면 일본 중국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두 팀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할 경우 이란의 상대로 누가 나은지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그 다음에 이란을 결승전에서 만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금메달 시나리오다. 세계랭킹 10위권 밖에 있는 한국과 최소 세계 6위를 확보한 팀과의 대결이라면 결과가 뻔하겠지만 항상 전력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이 스포츠의 묘미다.

이란은 체력부담도 있지만 선수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해결해야 한다. 우리 대표팀의 한 선수는 “큰 경기를 치르고 나면 선수들은 몸보다 마음이 더 지친다. 그래서 휴식이 필요하다. 긴장을 풀어주고 다시 조이는 과정이 없으면 선수들은 평소보다 쉽게 지친다. 한계가 오면 선수들 스스로가 경기를 쉽게 포기해버린다”고 말했다. V리그가 끝난 뒤 긴 휴식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했던 말이다. 결국 이란 선수들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 한국은 그 한계점을 파고들어서 금메달로 향하는 좁은 문을 열어야 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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