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금메달 걸어줘야”… ‘엄마검객’ 남현희의 투혼

입력 2014-09-25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남현희. 스포츠동아DB

남현희. 스포츠동아DB

무릎 연골서 물 빼가며 여자 플뢰레 단체전 金
남편 공효석 씨 “뛰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감동”


“그냥 지금 여기서 뛰고 있는 것,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동입니다.”

‘엄마 검객’ 남현희(33·성남시청·사진)가 2014인천아시안게임 마지막 경기를 치른 24일 고양체육관. 남현희의 남편이자 사이클 선수인 공효석(28·금산군청)은 태어난 지 17개월이 지난 딸 하이 양을 품에 안고 관중석 한쪽에 앉아 아내의 검술을 지켜봤다. 딸이 태어나 처음으로 직접 보는 엄마의 경기라고 했다. 공효석은 “아내가 준비 기간 동안 무릎이 너무 안 좋아져서 고생을 많이 했다. 지켜보는 나도 정말 안타까웠지만, 스스로 굳게 결심하고 나온 대회라 해줄 수 있는 게 응원밖에 없었다”며 “그냥 지금 이렇게 아내가 눈앞에서 뛰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펜싱국가대표 남현희의 남편인 사이클선수 공효석(오른쪽)과 딸 하이양이 24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플뢰레 단체전 경기에 출전한 남현희를 응원했다. 고양|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펜싱국가대표 남현희의 남편인 사이클선수 공효석(오른쪽)과 딸 하이양이 24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플뢰레 단체전 경기에 출전한 남현희를 응원했다. 고양|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남현희는 지난해 4월 딸을 출산한 뒤 2개월 만에 다시 피스트(펜싱경기장)에 섰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듯이, 자연스럽게 다시 검을 잡았다. 남편은 “처음에는 많이 말렸지만, 그냥 당연한 듯 일어나 운동하러 가는 아내를 보고 나도 그냥 지지하고 도와주기로 마음을 먹었다”며 “이제 하이도 펜싱하는 사람을 보면 ‘엄마’라 하고, 자전거 타는 사람을 보면 ‘아빠’라 한다. 개인전 때는 부담감 때문에 오지 말라던 아내가 단체전 때는 다들 와달라고 해서 우리 딸도 데리고 오고 가족들도 많이 오셨다”며 웃었다.

남현희가 유독 이를 악물었던 이유가 있다.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딴 뒤 “꼭 금메달을 따서 딸 하이 목에 걸어주고 싶었다. 그래야 그동안 하이와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엄마가 이렇게 열심히 했다’는 결과로 되돌려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털어 놓았다. 엄마의 꿈은 결국 이뤄졌다. 남현희는 이날 딸 하이 앞에서 후배 전희숙(30·서울시청), 오하나(29·성남시청), 김미나(27·인천중구청)와 함께 여자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을 일궜다. 단체전의 첫 주자도, 마지막 주자도 모두 남현희였다. 두 달 전 오른쪽 무릎 반월판 연골이 모두 찢어져 수술을 받았고, 최근에는 무릎에서 매일 물을 빼내가며 고통스러워했지만, 끝내 ‘엄마의 힘’으로 목표를 이뤘다.

공효석은 “퉁퉁 부은 무릎을 보면서 ‘안에 물이 가득 찼다. 주사기로 또 빼내고 뛰어야 한다’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아내를 보면 마음이 너무 안 좋으면서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픈 걸 참아가며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어서 정말 장하다. 나도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고양|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