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핸드볼 대표팀의 정의경(오른쪽)이 25일 인천 선학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8강 본선리그 이란전에서 수비를 뚫고 슛을 날리고 있다. 인천|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골키퍼 이창우(31)가 한국 남자핸드볼을 구했다. 사람들은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핸드볼 금메달을 기대하는 시선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정작 선수단은 부담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비교적 약체로 꼽혔던 24일 사우디전을 22-18로 힘겹게 이겼다. 이어 4강행의 최대 길목이었던 25일 이란전에서도 시작하자마자 0-4로 끌려갔다.
선수단이 동요하는 분위기에서 선발 골키퍼 이동명마저 이란 선수의 슛을 얼굴로 막다 쓰러졌다. 대표팀 김태훈 감독은 벤치의 이창우를 투입했다. 대표팀 주전 골키퍼이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슬럼프를 겪고 있던 이창우였다. 이창우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코트에서 자꾸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다보니 기본적인 슛부터 막지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창우는 24일 사우디전에서도 선발 출장했으나 선방을 보여주지 못하다 이동명으로 교체됐다. 이창우는 “쉬운 팀들을 상대하다보니 긴장감이 떨어진 것 같은데 이제부턴 플레이에 집중해야 될 때”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이란전의 갑작스런 교체 출장은 이창우와 대표팀에 득이 됐다. 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막아내다 보니 선방이 쏟아졌고, 흐름도 대표팀으로 넘어왔다. 끌려가던 대표팀은 전반 24분40초 9-9 동점을 만들었고, 동점(11-11)으로 마쳤다. 이어 후반 시작하자마자 소나기 골로 15-11까지 점수차를 벌리며 승기를 굳혔다. 25-21로 승리해 2연승을 거둔 대표팀은 26일 오만전만 승리하면 3연승 조1위로 4강에 오를 수 있다.
적장인 이란 감독이나 김 감독 모두 입을 모아 “이창우의 선방이 흐름을 바꿨다”고 말했다. 핸드볼에서 골키퍼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슛을 막는 차원을 넘어 공격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창우가 컨디션을 찾아가며 대표팀의 금메달 전선도 맑아지고 있다.
인천|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