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드를 통해 80년대 젊은이들의 우정, 사랑, 삶을 담은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최고의 명승부를 펼쳤던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감동신화를 그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등 부드러운 화법 속에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진 임순례 감독이 이번엔 다소 강한 돌직구를 던졌다. 이번엔 10년 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놨던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다. 제목이 ‘제보자’인 것처럼 사건이 중심이 아니다. 사건의 진실을 말하려는 자와 밝히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임 감독은 처음 연출 제의를 받았을 때 고심을 많이 했다. 과거 한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인 만큼 손을 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사건 당사자들도 아직 살아있고 민감한 소재이기에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위험성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 “논란의 중심에 있고 싶진 않다”며 너털웃음을 지으며 농을 던진 임 감독은 “어느 날, 제작사 대표가 그 사건에 중심을 두지 않고 제보자의 고뇌와 진실을 말하려는 언론인의 모습을 비춰보자고 했다. 언론 보도에 중심을 맞춰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관점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 연출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에 부조리한 사건은 많았지만 이 스캔들은 상징적이라 생각했어요. 정부, 언론, 학계, 지지자들까지 한 사람의 거짓과 위선을 알고 있으면서도 각자 기대하는 것이 있었기에 덮으려고 했잖아요. 정부는 경제효과를 이뤄야 하는 목표가 있었고, 언론은 갑작스레 그를 끌어내릴 수가 없었죠.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IT에 이어 생명공학의 최고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있었고요. 환자들에겐 한 줄기의 희망이었죠. 어쩌면 그 분은 우리가 만든 합작품일 수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가졌죠.”
특이한 점은 10년 전 사건을 다뤘음에도 영화의 시제는 현재다. 극중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검색하고 댓글을 남긴다. 방송국에 항의 전화는 물론이고 인터넷을 통해 진실여부를 가르고 온라인 게시판을 이용해 자신의 의견을 나눈다. 예전에도 없었다고 할 수 없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2004년이 아닌 2014년을 보는 듯하다.
이에 대해 임 감독은 “‘그 사건’을 다루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 전체의 현상을 다루고 싶었다. 세월이 지나도 사회의 틀은 변하지 않는다. 부조리한 것이 있으면 누군가는 밝히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막으려고 한다. 그건 10년 전이나, 10년 후나 똑같다. 이에 굳이 시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임 감독이 말했듯, ‘제보자’는 단순히 ‘줄기세포 스캔들’만 다루고 있진 않다. 우리 사회의 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줄기세포’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줄기세포’를 어떻게든 만드려내려고 불법으로 난자를 받는 등 세상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을 밝히려는 이들은 협박 당하고 도망가야 한다. 그것이 지금 이 시대라고 말한다. 반면, 영화 속에서는 여전히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한다. 방송국 사장님 자동차를 붙잡으며 외치던 박해일의 방송 윤리강령이 그것이다.
“그거, 고민이 많았어요. 초고에는 없었거든요. 막판에 외압이 심할 때 사장이 방송을 허락해야 하는 거니까. 그래서 각색 작가가 이 장면을 만들어오더라고요. 봤는데 손발이 오글거리고 신파 느낌이 나서 반대 의견도 많았어요. 그런데 국면을 전환시키기에는 이것만큼 좋은 것을 찾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각 방송사들의 좋은 윤리강령만 뽑아서 대사를 만들었죠.”
‘제보자’는 캐스팅도 만만치 않았을 작업이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민감한 소재인 만큼 이런 역할을 감당할 여력의 배우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임순례 감독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배우가 찾아왔다. 박해일이었다. 그의 스크린 데뷔작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이후 13년 만에 이뤄진 이들의 만남은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임순례 감독은 “박해일이 아니었다면 영화가 안 만들어졌을 것”이라며 강조했다.
“박해일 씨가 시나리오도 안 보고 그냥 참여했어요. 해일 씨에게 마냥 고맙죠. 데뷔 시켜준 감독이라고 선뜻 나서줬으니까. 근데 시나리오 보고 좀 후회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더라고요. 하하. 그런데 현장에서 ‘감독님이 영화를 이상하게는 안 만들잖아요. 전 감독님 믿어요’라고요. 박해일 씨가 영화에 참여한다고 하자 여러 배급사에서 투자를 하겠다고 연락이 오더군요. ‘응답하라 1994’로 ‘대세남’이 된 유연석 씨도 박해일 씨 팬이라서 이 작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어요. 여러모로 박해일 씨 공이 큽니다. 아마도 그가 없었더라면 ‘제보자’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제보자’의 일등 공신이 박해일이라면 가장 많은 위험 부담을 갖고 촬영해야 하는 사람은 이경영 이었다. 줄기세포 복제로 국민적 지지를 받다가 논문 조작 논란에 휩싸이는 이장환 박사 역을 맡은 이경영을 보면 저절로 ‘그 사람’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언론시사회에서도 이경영은 “나는 위험부담이 정말 컸다. 임순례 감독님이 날 보호해줘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경영과 임 감독의 인연은 20년 전, ‘세상 밖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스크립터’였던 임 감독과 스타 배우인 이경영은 친구로 지내며 각별한 우정을 쌓았다. 이에 ‘군도’, ‘해적’, ‘은밀한 유혹’ 등으로 쉴 틈 없이 스크린 활동에 매진하고 있었지만 이경영은 임 감독 작품에 흔쾌히 손을 흔쾌히 잡았다.
임 감독은 “아마 이경영 씨가 충무로에서 제일 바쁜 사람 일거다. 그런데 내가 이 작품에 들어간다고 하니 ‘친구야, 도와줄게’라며 카톡을 보냈더라. 다른 영화 밤샘 촬영에 스케줄도 미뤄가며 현장에 와준 이경영 씨가 고마웠다. 사실 그가 활동을 하지 못할 시기에 나 역시 큰 도움을 주지 못해 늘 미안함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이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소통하기 시작하길 바란다는 임 감독은 특별히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을 상대로 한 시사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임 감독은 “요즘 기자의 꿈을 안고 가는 이들이 별로 없다고 들었다. 게다가 신입 기자들 또한 (시스템적으로) 언론인으로서 꿈을 펼치지 못하는 것 같더라”며 시사회 개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현재 우리 사회가 전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아요. 다들 패배주의에 젖어있고 서로 불신하고 소통이 단절돼있죠. 이런 것에 책임은 언론에 있다고 봅니다. 언론이 사람들을 양극화로 몰아가고 있어요. 이 영화를 통해, 언론 스스로가 문제를 인식하고 접하는 사람들 또한 각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에게 조금이나마 울림이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방지영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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