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의 카약’ 조광희 짜릿한 금빛 반란

입력 2014-09-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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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광희 1인승 200m 24년만에 아시안게임 금
36세 이순자 4인승 500m 銀·1인승 500m 銅

조광희, 대표팀 이탈·방황 딛고 재승선 AG 금빛 질주
“다른 배 제칠때 짜릿한 쾌감…다음 도전은 올림픽 무대”
‘한국 카누 전설’ 이순자 4번째 아시안게임서 값진 메달
“후배들이 나의 부족한 면을 채워줬다…계속 도전할 것”

한국카누가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한국남자카누의 간판 조광희(21·울산시청)는 29일 경기도 하남 미사리카누경기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카약 남자 1인승 200m 결승에서 35초464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골인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광희의 금메달은 1990년 베이징대회 천인식 이후 한국카누에서 24년 만에 나온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천인식은 베이징대회 남자 1인승 1000m, 2인승 500m와 1000m에서 우승하며 3관왕에 오른 바 있다. 여자카약에선 이순자(36·전북체육회)가 4인승 500m와 1인승 500m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추가하며 ‘메달 농사’를 풍성하게 키웠다.


● 조광희, 방황 딛고 일어선 ‘골든 보이’

조광희는 2011년 고3 때 태극마크를 다는 등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카누를 이끌 유망주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마냥 탄탄대로가 펼쳐지진 않았다. 국가대표가 된 그는 꽉 짜여진 훈련 스케줄과 체계에 적응하지 못한 채 2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그는 “어린 나이에 생각했던 국가대표와 너무 거리가 멀었다. 당시에는 휴대전화까지 걷어갔다. 숨 막힐 것 같이 답답했다. 말 그대로 ‘멘탈 붕괴’가 왔다. 2011년 2월 대표가 돼서 4월에 팀을 나왔다”고 밝혔다.

운동을 그만두겠다는 생각까지 했지만, 태극마크는 그의 운명이었다. 다시 선발전을 거쳐 대표팀에 합류했고, 고된 훈련을 견뎌낸 끝에 ‘골든 보이’가 됐다. 조광희는 “지금처럼만 하면 올림픽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어 경쟁 선수의 배를 앞서나갈 때, 그 쾌감은 말 못할 즐거움이다. 아직 세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즐거움을 느끼면서 올림픽 무대에 나서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 은퇴보다 도전을 강조한 ‘전설’ 이순자

이순자는 한국카누의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전설 같은 존재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체전 카약 여자 1인승 200m 13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았고, 2008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해 한국카누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예선을 통과하기도 했다.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대회에 이어 36세의 나이로 4번째 아시안게임에 나선 이순자는 29일 1인승 500m에서 동메달을 딴 데 이어 불과 1시간의 짧은 휴식 후 김유진(24·대전시체육회), 이혜란(23·부여군청), 이민(20·대전시체육회) 등 후배들과 함께 4인승 500m에 출전해 은메달을 추가했다.

이순자는 “경기 간격이 짧아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후배들이 내가 부족한 면을 대신 채워줬다. 단체전과 개인전 모두 나 혼자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다. 감독, 코치님, 동료, 그리고 내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준 남편,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이뤄낸 것이다. 기대이상의 결과를 얻어 무척 기쁘다”고 밝혔다.

아시안게임 이후 거취에 대해선 ‘마지막’이라는 말 대신 ‘도전’을 강조했다. 이순자는 “베이징올림픽 때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노를 젓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단정 짓지 않겠다. 또 다른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면 늘 도전하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하남|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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