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태권도의 간판스타 김소희(왼쪽)가 1일 강화 고인돌체육관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여자 태권도 46kg급 결승에서 대만의 완팅린을 상대로 발차기를 시도하고 있다. 김소희는 10-4로 승리하며 한국 태권도의 첫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여자 57kg 이아름·남자 87kg 조철호도 금메달
‘태권도 간판’ 김소희(20·한국체대)가 대한민국 태권도선수단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김소희는 1일 인천 강화 고인돌체육관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태권도 둘째 날 여자부 46kg 최경량급 결승에서 대만의 완팅린을 10-4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에 이어 이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하며 유독 인연이 없었던 아시아대회 정상에 올랐다. 김소희는 대한민국 태권도를 수년간 책임질 에이스로 입지를 굳게 다졌다. 김소희는 서울체고 3학년부터 태극마크를 놓친 적이 없었다. 그만큼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탁월한 운동신경과 감각으로 처음 출전한 시니어대회인 2011년 경주세계선수권대회에서 손가락이 부러지는 큰 부상 속에도 우승을 차지했다. 2013멕시코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정상에 오르며 2연패를 기록하는 금자탑을 세웠다.
하지만 스무 살의 어린 소녀는 주위의 큰 기대감에 점점 주눅이 들어갔다. 기술 등 전력이 점점 노출되면서 상대와 겨루는 일도 쉽지 않았다. 2012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고, 전국체전에서도 2위에 그쳤다. 그럼에도 악바리 같은 근성으로 이를 악물고 국가대표 1진을 3년여 동안 굳게 지켜냈다. 이 즈음부터 김소희는 심리치료를 시작했다. 대표팀 심리상담사인 김용승 박사는 김소희의 부담을 줄여주는데 신경을 기울였다. 김 박사는 이날 준결승에 진출한 뒤에도 김소희를 찾아 “여기가 너희 집이고 안방이라고 생각하라”고 조언해줬다.
지금은 강한 근성으로 똘똘 뭉친 그녀지만 어릴 때에는 몸이 몹시 허약했다. 체조선수 출신 아버지 김병호 씨는 “어릴 때 소희가 자주 코피를 흘리고 산만해지는 것 같아 운동을 가르치게 됐다”고 소개했다. 김소희는 운동을 곧잘 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태권도 선수를 시작하게 됐지만 이전까지 육상과 축구 등 못하는 운동이 없었다. 고 1때는 코오롱 구간마라톤을 뛴 적도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딸을 늘 안쓰러워했다. 같은 또래들이 화장도 하고 외모에 신경을 쓰지만 운동에만 전념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다”고 웃었다. 딸은 “부모님이 부담감을 느끼실 것 같아 대회에 오지 말라고 했는데 엄마, 아빠한테 미안하다. 엄마와 아빠한테 금메달을 목에 걸어드리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한편 여자부 57kg급의 이아름(22·한국체대)과 남자부 87kg이상급의 조철호(23·삼성에스원)도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화|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