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첫 득점포’ 김민우, 슈틸리케 황태자를 향해!

입력 2014-10-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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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63위)이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파라과이(FIFA랭킹 60위)와 친선경기를 가졌다. 한국 김민우가 전반 선제골을 성공시킨 후 축하를 받고 있다. 천안|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각 연령별 대표로 맹위 떨친 뒤 잠시 잊혀졌던 비운의 주인공
브라질월드컵 이후 새 출발하는 A대표팀에서 핵심으로 우뚝
왼쪽 풀백과 윙어, 섀도 스트라이커까지 멀티 능력 재확인

한 때 김민우(24·사간도스)의 닉네임은 ‘황태자’였다. 홍명보 전 감독과 함께 각급 연령별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맹위를 떨쳤다.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의 활약을 발판 삼아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 예선까지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기쁨은 길지 않았다. 정작 런던올림픽 본선 무대를 앞두고 최종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홍 감독이 지난해 여름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2014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중용 받지 못했다. 동아시안컵과 일련의 평가전에서 간혹 모습을 드러냈지만 기대에 못 미쳤고, 결국 브라질월드컵 출전의 기회도 잡지 못했다.

연이은 아픔 속에 김민우는 다시 한 번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10월 A매치 시리즈(10일 파라과이-14일 코스타리카)를 준비한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일본 J리그 소속 팀에서의 꾸준한 활약이 대표팀 승선의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신태용-박건하-김봉수 3인 코칭스태프 체제로 소화한 9월 A매치 2연전 때도 부름을 받아 베네수엘라 친선경기(3-1 승)에 출전했지만 이번에는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뽑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훨씬 컸다.

김민우는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 평가전에서 당당하게 베스트11에 포함됐다. 베네수엘라전과는 포지션이 달라졌다. 당시에는 왼쪽 풀백이었고, 이날은 왼쪽 윙 포워드였다. 7일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시작된 대표팀 훈련 중 슈틸리케 감독은 측면 공격수와 측면 수비를 번갈아 맡기며 최적화된 포지션을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찾아온 통산 7번째 A매치 출전 기회. 김민우는 오직 실력과 결과로 능력을 입증했다.

킬러 감각을 발휘했다. 전반 27분 상대 문전 왼쪽에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2-0 한국의 승리로 끝난 파라과이전 결승골이자 그의 A매치 첫 득점포였다. 그가 왼쪽 측면에만 주력한 건 아니었다. 전형적인 멀티 플레이어답게 중앙과 좌우를 두루 오가면서 스리백(3-5-2)으로 나선 파라과이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렸다. 동료들과의 호흡도 척척 맞았다. 전반과 후반을 각각 이청용(볼턴)-손흥민(레버쿠젠)과 번갈아가며 손발을 맞췄고, 후반 26분 한교원(전북)과 교체될 때까지 계속해서 위협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경기 맨 오브 더 매치(MOM)는 그의 몫이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멋진 모습을 보인 뒤 2만5000여 관중의 환호를 받고 그라운드를 빠져나온 제자에 악수를 건네며 고마움을 전했다. 긴 터널을 빠져나온 김민우가 슈틸리케호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다시 한 번 ‘황태자’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천안|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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