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와 전북현대가 22일 FA컵 결승 진출을 놓고 한판승부를 벌인다. 사진제공|성남FC
리그 1위 전북, FA컵까지 2관왕 노려
강등권 위기 성남, 옛 영광 재현 각오
서울, 멀어진 리그 우승…FA컵 ‘올인’
상주도 사상 첫 우승 ‘역사’ 쓸지 관심
정상까지 딱 2개의 관문이 남았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클럽 최강자를 가리는 2014 하나은행 FA컵이 4강전을 앞두고 있다. 전북현대와 성남FC가 22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결승 진출을 다투고, 상주상무와 FC서울이 같은 날 동시간대에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자웅을 겨룬다. 전력도 중요하지만, 단판승부의 특성상 의외의 결과가 나올 여지도 충분하다.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FA컵 결승은 다음달 23일 벌어지는데, 시나리오가 조금 복잡하다. 대진에 따라 경기장소도 바뀌기 때문이다. 전북-서울전은 전주, 전북-상주전은 상주에서 열리고 성남-서울전은 서울, 성남-상주전은 성남의 홈경기로 펼쳐진다.
● 더블(2관왕·전북) vs 반란(성남)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의 행보가 가장 관심사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여유로운 선두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스플릿시스템 돌입 직전의 마지막 경기(26일·정규 33라운드)를 앞두고 2위 수원을 멀찍이 밀어냈다. 32라운드까지 소화한 현재 전북은 승점 65, 수원은 승점 58이다. 당연히 전북은 K리그 클래식과 FA컵 2관왕을 넘본다.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에게 홈에서 패해 준우승에 그친 바 있어 통산 4번째 FA컵 우승트로피가 상당히 그립다. 2000년과 2003년, 2005년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으나 이후 최고 성적은 지난해 준우승이다. 특히 지난해 포항이 사상 첫 ‘더블’을 달성해 아쉬움은 더 컸다. 최 감독도 “눈치 볼 필요 없다. 이제부터는 무조건 총력전”이라며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성남은 반란을 꿈꾼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으로 활동하다 9월 현장으로 돌아온 김학범 감독의 성남은 K리그 클래식에서 치열한 강등권 경쟁에 직면해 있지만, FA컵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스플릿시스템 하부리그(그룹B·7∼12위)행이 확정됐어도, 성남이 유일하게 아시아 클럽 대항전에 도전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1999년과 2011년 정상 등극의 감격을 올해 재현하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쳤다. 김 감독도 “선수층이 얇아 대회를 구분할 여력은 없다”면서도 “비록 원정이지만, 단판승부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 올인(서울) vs 역사(상주)
최용수 감독이 지휘하는 서울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왕좌와 상당히 멀어졌다. 지난 주말 전남 원정에서 오심 논란 끝에 2-1로 힘겹게 이기며 스플릿시스템 상위리그(그룹A·1∼6위) 잔류를 확정했지만, 우승 도전은 현실적으로 버겁다. 승점이 49에 불과하다. 1위 전북과의 격차는 무려 16점이다. 준우승(2013년)과 4강(2014년)을 맛본 AFC 챔피언스리그에 재도전하기 위해 FA컵 우승이 절실하다. 서울이 마지막으로 FA컵을 품에 안은 것은 연고지를 옮기기 전인 1998년(당시 안양)이다. 16년 만의 FA컵 제패를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쉽지 않다. 상주도 이를 악물었다. AFC의 클럽 라이선스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해 우승해도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순 없지만, 사상 첫 우승의 꿈을 쉽게 버릴 수 없다. 상주는 프로 무대에 진입한 뒤 1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 특히 상주 박항서 감독은 2002한일월드컵 당시 사제의 연을 맺은 최 감독과 절친한 관계지만, 서울만 만나면 승부욕을 불태운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경기 도중 퇴장을 감수하며 일전을 불사했고, 서울에 2차례 뼈아픈 패배를 안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한 쪽은 ‘상주 징크스’에 시달리는 서울이라 기대해볼 만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