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폴리 천하’가 될지도 모른다

입력 2014-10-24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현대건설 폴리(왼쪽)가 23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전에서 상대 블로킹을 피해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폴리는 38득점을 올리며 팀의 시즌 첫 승을 이끌었다. 성남|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폴리가 최고 용병인 이유

아제르바이잔 배구협, 기량에 반해 국적 허용
꽃다운 24세 세계최정상 레프트 공격수 대열
양 감독 “친화력도 좋아 선수들과 잘 어울려”

남자배구엔 시몬이 있다면 여자배구엔 폴리가 있다. 이번 시즌 V리그 남자부 초반 최고의 이슈메이커는 OK저축은행의 시몬이었다. 현역 세계최고의 센터출신인데다 영입과정에서 들리는 몸값 소문이 이전에 왔던 외국인선수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많은 팀들이 시즌 전에 OK와 연습경기를 원했던 이유도 시몬의 기량을 사전에 체크해보겠다는 감독들의 계산이 깔려있었다.

시몬은 21일 삼성화재와의 V리그 데뷔전에서 배구팬에게 충격을 안겼다. 역대급 데뷔전를 치르며 2시즌 동안 V리그를 지배해온 레오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높은 타점의 공격과 빠른 속공, 토종선수보다 손 하나 높이만큼 더 올라오는 블로킹과 강한 서브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경기 내내 동료들을 다독이는 모습에서 슈퍼스타의 위상마저 느끼게 했다.

여자부도 비슷했다. 개막 전 많은 팀들이 가장 보고 싶어 했던 선수가 현대건설의 폴리(라히모바 폴리나)였다.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은 21일 GS칼텍스와의 경기가 끝난 뒤 “내일 성남에 모든 선수들은 데리고 간다”고 했다. 모든 선수들에게 폴리의 기량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도로공사 선수들도 이날 경기장을 찾았다. 그동안 리그를 대표해왔던 니콜도, 5년 만에 V리그에 돌아온 데스티니도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폴리는 아제르바이잔 국가대표로 현역 최강의 레프트 공격수로 평가받는다. 많은 팀들이 영입에 공을 들였는데 현대건설이 발 빠르게 낚아챘다. 현대건설은 “한국에 데려오는데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폴리가 소속된 아제롤 바쿠에서 놓아주려고 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폴리의 팀은 리그 2위를 했다. 1위는 흥국생명에서 활약하는 레이첼 루크의 팀 라비타 바쿠였다. 폴리와 루크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23일 V리그에서 다시 만나 승패를 겨뤘다.

폴리는 우크라이나 국적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출생지는 아프가니스탄. 국적은 우크라이나지만 아제르바이잔 배구협회가 폴리의 기량을 알아차리고 일찍 국적을 옮겨 2중국적이다. 아제르바이잔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그의 관리는 협회가 한다. 협회는 V리그에 가서 기량을 닦아오라고 당부를 하며 이적을 허용했다. 이제 24세. 한창 기량이 꽃필 나이인데 한국배구의 다양한 기술과 수비는 물론이고 많은 공격 부담까지 경험하면 세계최고의 선수로 태어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은 “지난 시즌에 뛰었던 바샤와는 차원이 다르다. 친화력도 좋다. 동료들과 잘 지내고 말도 많이 한다”고 했다. 폴리는 영어 러시아어를 모두 쓴다. 구단은 러시아 통역을 붙여줬다. 2시즌 전 IBK에 우승을 안기고 시즌 MVP와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받고 떠났던 알레시아를 통역했던 성리사 씨가 폴리의 새로운 친구다. 과연 성 씨는 폴리와 함께 2번째 우승을 경험할 수 있을까.

성남|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