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슬로우 비디오’ 차태현 “질리지 않는 코믹연기, 내가 풀어야 할 과제”

입력 2014-10-25 0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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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차태현은 “김영탁 감독의 코미디는 이상한데 매력 있다”면서 “촬영하면서 정말 재밌었다. 내 취향이 김 감독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언제나 소년 같은 배우, 데뷔 19년차 베테랑이지만 늘 신인같은 기대감이 있는 배우, 보이는 것보다 훨씬 내공 있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 차태현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차태현은 최근 개봉한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동체시력(사물의 움직임이 느리게 보이는 능력)을 지닌 여장부를 연기했다. 그는 여장부를 위해 속눈썹이 올라간 예쁜 눈을 선글라스로 가렸다. 유쾌한 함박웃음과 코믹한 대사도 과감하게 버렸다. 영화 곳곳에서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 벗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촬영 당시 (오)달수 형이 김영탁 감독에게 ‘차태현이 선글라스를 너무 오래 쓰는 게 아니냐. 빨리 벗겨야 한다’고 말했어요. 저도 얼마나 오래 쓸 것인지 궁금했을 정도였죠.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감독님이 뜻을 굽히지 않은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극 중 차태현은 중후반까지 눈을 보여주지 않는다. 반 이상의 대사가 내레이션이며 그나마 건네는 말도 무뚝뚝하게 내뱉는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몰랐는데 선글라스를 벗는 순간이 주는 임팩트가 생각보다 크더라”고 밝혔다.

고생 끝에 감동이 오긴 했지만 촬영 당시에는 차태현도 고충을 느꼈다. 그는 “입은 보이니까 의식적으로 ‘입 연기’를 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건 캐릭터에 안 어울리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눈을 가린 내 모습을 보면 관객들이 답답해할 것 같았다. 그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차태현의 우려에도 김영탁 감독의 생각은 확고했다. 김 감독은 전작 ‘헬로우 고스트’ 때부터 지켜본 배우 차태현을 온전히 믿었다. 차태현은 “감독님이 ‘차태현이 선글라스를 써도 사람들은 장부가 무슨 표정을 짓는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 스릴러-범죄 영화는 OK…치정 멜로물은 “죽을 때까지 못할 것”

차태현은 많은 배우가 그렇듯 이미지를 유지하느냐와 변신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었다. 웃음 뒤에 털어놓은 그의 고민은 깊고 진지했다.

“사람들은 제가 나왔을 때 한 번도 안 웃기고 들어가면 실망하는 것 같아요. 멜로를 해도 코믹을 기대하죠. 그걸 충족시키면서도 질리지 않게 유지하는 게 참 어려워요. 내가 계속해서 고민해야 될 과제 같다.”

차태현은 “큰 변신까지는 아니어도 변화를 줘야 사람들이 덜 지겨워할 것 같다”며 “전작이나 ‘1박2일’에서의 방방 뛰는 나와 작품에서의 나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가장 효과적인 변신은 180도 다른 이미지의 악역을 선택하는 것. 그는 스릴러물 시나리오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시나리오를 보면 누가 봐도 제가 범인인 거예요. 그런 뻔한 작품이 많이 들어왔어요. 좋은 감독님이나 시나리오 그리고 저에게 잘 맞는 악역이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겠죠.”

그러나 그는 치정 멜로 등 수위 높은 영화에 대해서는 “고민해봤지만 아마 죽을 때까지 못할 것”이라고 의사를 밝혔다. 이유는 “아내가 너무 싫어해서”였다.

또한 “치정 얘기만 들어도 창피하다. 그리고 딱히 나를 보여주고 싶지도 않다”고 못을 박았다. 연신 차태현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쑥스러움을 드러냈다.


● ‘엽기적인 그녀’와의 재회 그리고 데뷔 20주년

차태현에게 2015년은 여러모로 뜻 깊은 해다. 먼저 그해 5월 대표작 ‘엽기적인 그녀’의 후속작 ‘엽기적인 두 번째 그녀’가 개봉할 예정. 차태현과 제작진은 이달 초 촬영에 돌입했다. 이번에는 전지현이 아닌 걸그룹 에프엑스의 멤버 빅토리아와 호흡을 맞춘다.

“빅토리아가 중국인이라 한국어 대사를 어눌하게 할 거라고 우려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빅토리아는 영화에 중국 사람으로 나와요. (웃음) 나오기 전까지 우리는 욕도 많이 먹고 기대도 많이 받겠죠. 개봉 전까지는 말이에요.”

뿐만 아니라 차태현은 2015년에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그는 “별다른 이벤트를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뭐라도 해야 하려나”라고 말했다. 차태현은 “내년에는 바빠서 따로 시간이 없을 텐데…”라고 혼잣말하다 생각에 잠겼다.

“그럼 친구 홍경민을 꾀어서 ‘홍차’(홍경민+차태현)로 앨범을 낼까요. 혼자는 못하겠고 경민이랑 같이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팀명 ‘홍차’는 제가 찜했으니까 아무도 안 건드려야 할텐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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