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프런트 횡포에 살아남은 ‘롯데의 인재’가 없다

입력 2014-10-2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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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수들. 스포츠동아DB

“양상문 감독과 김무관 타격코치가 꼴찌였던 팀을 4위까지 올려놓고, 준플레이오프를 거쳐서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와 LG를 지휘하는 장면을 보면 ‘왜 저 분들이 저기 있을까’라는 기분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롯데에 애정이 깊은 어느 야구 관계자의 탄식이다. 두 사람은 롯데에서 키운 지도자였지만 정작 그 능력은 다른 팀에서 발휘하고 있다.

롯데는 정규시즌 최종전인 17일 김시진 전 감독이 자진사퇴한 뒤, 28일까지도 후임 감독을 선임하지 못했다. 롯데와 똑같이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SK, 두산, KIA, 한화가 발 빠른 감독 선임으로 ‘내일’을 준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와중에 롯데 프런트는 마무리 훈련 개시를 하루 앞둔 26일 정민태 투수코치와 박흥식 타격코치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이어 장재영 트레이닝 코치, 이진오 수석 트레이너에게도 김해 상동 재활군행을 지시했다. 롯데가 2년 연속 가을야구를 못했는데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프런트와 프런트라인 코치들 중에서 단 1명도 없었다.

재계약이 안 된 두 명의 코치도 ‘김시진 라인’이 경질 사유라는 사실을 알만한 사람은 안다. 남은 코치들 상당수의 면면을 볼 때, 롯데에서 코치의 수명은 능력이 아니라 프런트와의 관계에 달려있는 것 같다. 새로 들어올 예정인 트레이닝 코치도 롯데 배재후 단장과 ‘잘 아는 사이’로 알려졌다.

2013시즌 4강에 실패했을 때에도 최기문 배터리 코치 1명만이 재계약이 안 됐다. 최 코치는 NC로 갈 수밖에 없었고, 그의 부재 속에서 포수 강민호는 최악의 시련을 겪었다. 트레이닝 파트와 최 코치의 사례는 수억에서 수십억 원짜리 선수를 영입해놓고, 정작 관리할 시스템은 자기 사람을 심는 롯데 프런트의 이상한 인사시스템에 큰 원인이 있다.

롯데 타자들이 따랐던 박흥식 타격코치는 팀을 떠난 상태다. 역시 선수들이 존경했던 일본인 모토니시 코치도 내년 보직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롯데의 한 선수는 “성명서는 성명서이고, 마무리 훈련은 다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2015시즌을 준비해야 될 시간에 ‘우리가 왜 이런 일(선수단 성명서)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긴 한숨을 쉬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누구의 팀인가. 롯데 선수단 전체의 공개행동에 담긴 상식적인 물음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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