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몰고 다니는 장미란 “난 행복한 사람”

입력 2014-10-3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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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여왕’ 장미란이 29일 제95회 전국체전 역도 경기가 열린 제주 신성여중고 앞에서 여학생 팬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장미란은 학생들의 사진촬영과 사인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제주|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역도여왕’ 장미란이 29일 제95회 전국체전 역도 경기가 열린 제주 신성여중고 앞에서 여학생 팬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장미란은 학생들의 사진촬영과 사인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제주|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 은퇴 후에도 인기 여전한 ‘역도 여왕’

전국체전 경기장 주변 여학생 팬들 운집
수능 앞둔 고3들도 “좋은 기운 받아가요”

“요즘도 종종 역기 다뤄” 역도 사랑 여전
11월 IWF 선수위원회…제2 인생도 착착

한때 세계 최고의 여자 역사(力士)였던 장미란(31·장미란재단 이사장)은 이제 살아있는 역사(歷史)다. 2013년 1월 전격 은퇴를 선언한 뒤 21개월이 흘렀지만, 그녀의 인기는 여전하다.

29일 제95회 전국체전 역도 경기가 열린 제주 신성여중고 체육관. 장미란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여학생 팬들이 대거 몰렸다. 워낙 북새통을 이뤄 잠시 워밍업장으로 이동했지만, 팬들은 밖에서 ‘역도 여왕’을 계속 기다렸다. 그 중에는 고교 3학년 학생들도 포함돼 있었다. “언니에게 좋은 기운을 받고 수능시험을 잘 보고 싶다”는 말에 장미란은 흔쾌히 기념촬영과 사인 요청에 응했다. 팬들은 “언니 멋져요. 고마워요”를 연발하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차례가 끝나자 장미란은 계속 친구들의 사진을 찍어주던 한 학생을 불렀다. “이제 너도 같이 찍자.” 작은 말 한마디에도 남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이 배어 있었다.


● 선수 시절에도, 은퇴 이후에도 “난 행복한 사람”

역도 관계자들은 “장미란이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선수”라고 평가한다. 2004아테네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75kg) 은메달 이후 2005∼2009세계선수권을 4연패(2005·2006·2007·2009년)했고, 2008베이징올림픽과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런 그녀에게 국내무대는 비좁았다. 전국체전 역도 여자 일반부 최중량급에서 인상·용상·합계 10연패(2003∼2012년)를 달성했고, 용상과 합계에선 고교 시절을 포함해 13연패의 기록을 갖고 있다.

현역시절에는 “자다 일어나 바로 바벨을 들어도 국내대회에선 장미란이 1등”이란 말도 있었다. 일각에선 “지금도 장미란이 일정 기간 몸을 만들고 전국체전에 나오면 금메달”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요즘도 1주일에 2∼3번씩은 역기를 다뤄요. 역도가 너무 재밌어요. 하지만 기록을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많은 중량은 못 들어요.(웃음) 이제 열정 있는 지도자와 후배 선수들이 해야 할 몫이죠. 그래서인지 역도장에만 나오면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네요.(웃음) 사실 은퇴시점에선 2014인천아시안게임까지만 더 (선수생활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미련 없이 잘 정리한 것 같습니다. 선수로선 그 나름대로의 행복이 있었고, 지금은 지금대로 행복합니다.”


● 학생 선수 장밋빛 인생 도움 주고파…IWF 선수위원 활동도 첫발

‘역도여왕’이 선수 은퇴 이후 행복의 기반으로 삼은 것은 바로 장미란재단이다. 2012년 2월 출범한 장미란재단은 스포츠꿈나무와 청소년들을 위해 스포츠멘토링, 장미운동회 등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해왔다. “선수시절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누고 싶다”던 은퇴 당시의 약속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최근 그녀가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부분은 ‘학생 운동선수의 향후 진로 선택’이다.

“고교 운동선수 중엔 대학 진학 시점에서 자신의 특기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중·고교 시절 운동에만 전념했기 때문에 다른 전망들을 생각해보지 못한 거죠. 정보도 많이 부족해요. 만약 운동선수의 경험을 살려 생활체육지도사, 노인스포츠지도사, 물리치료사 등의 업종에 도전해보면 어떨까요? 더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요? 이런 고민 속에서 ‘청소년 진로 선택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들의 장밋빛 인생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11월에는 스포츠행정가의 꿈을 향한 첫발도 내딛는다. 2013년 11월 국제역도연맹(IWF)의 초대 선수위원으로 선임된 장미란은 11월 6일 2014세계역도선수권대회(11월 8∼16일)가 개최되는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출국한다. 이번 대회에선 IWF의 첫 번째 선수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IWF 선수위원회에선 선수인권, 반도핑 등 다양한 현안들을 논의한다. 이 과정에서 국제스포츠 관계자들과 교류할 기회도 얻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을 꿈꾸는 장미란으로선 소중한 인적자산을 쌓을 수 있는 기회다. 그녀는 “어렵지만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요즘 준비할 것들이 참 많다. 내 소임을 열심히 다하고 돌아오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제주|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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