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종운 신임감독 ‘기습 발표’ 왜?

입력 2014-11-0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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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지난달 31일 이종운 감독을 ‘기습 선임’했다. 롯데 1군 코치로 들어온 지 3개월 만에 감독으로 발탁됐다. 야구계는 ‘이종운이 누구냐’ 못잖게 ‘왜 이종운이냐’를 의아해한다. 스포츠동아DB

■ ‘CCTV 사찰’ 국면전환, 최 사장 보호 속전속결

김성근·공필성·박정태 감독 카드 불발
사찰 논란 덮기 위해 감독 선임 서둘러
내부서 가장 무난한 인사…검증도 못해

롯데가 지난달 31일 이종운 신임감독을 ‘기습 발표’했다. 야구계의 주된 반응은 “어, 이종운?”이었다. 의외라는 평가와 함께 “뭐지?”라는 의문부호도 따라붙었다. 왜 롯데는 이 시점에서 이종운을 택했을까. 스포츠동아는 롯데 핵심 관계자의 증언을 빌어 어째서 이런 의외의 인선이 이뤄졌는지를 추적했다.


● ‘김시진 감독 자진사퇴 유도’부터 엉킨 실타래

스포츠동아는 8월25일 ‘롯데 프런트가 김시진 감독의 자진사퇴를 유도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당시 배재후 단장과 이문한 운영부장이 총대를 메고, 김 감독 측근 코치들의 문책을 요구했고, 이에 저항한 김 감독이 사의를 밝혔는데 신동인 구단주대행의 반려로 일이 틀어졌다’는 요지였다. 이에 대해 롯데 핵심 관계자는 2일 다른 주장을 전했다. “알려진 바와 달리 김 감독의 사퇴 유도를 지시한 실체는 신동인 구단주대행이었다. 최하진 사장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롯데그룹은 이제껏 신 대행의 인사를 반대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김 감독의 자진사퇴를 알렸을 때, ‘몇 경기 남지도 않았는데 잡음 안 나도록 하라’고 반려했다.” 그룹의 반대에 롯데 구단은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 실무진에서 공필성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준비해놨는데 이 극비정보가 언론에 노출되고 말았다. 공 코치는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집중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고, 다시 생환한 김 감독 라인과 프런트의 신뢰는 깨졌다. 이 관계자는 “윗선의 오판으로 빚어진 이 사태를 배 단장과 이 부장의 실무라인이 고스란히 뒤집어썼다”고 증언했다.


● 처음 롯데가 생각한 카드는 김성근 감독이었다

스포츠동아는 10월17일 정규시즌 최종전에 맞춰 김 감독의 자진사퇴를 단독 보도했다. 선장을 잃은 롯데는 10월31일 이종운 신임감독을 선임할 때까지의 시간을 허송했다. 이 사이에 롯데는 본지 단독 보도(10월27일자)로 시작된 ‘롯데 선수단의 집단행동’을 시작으로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파국으로 빠져들었다. 선수단과 프런트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팬들은 집단행동을 통해 프런트를 성토했다.

내부 관계자는 “롯데가 감독 선임을 빨리했으면 이 지경까지 가진 않았을지 모른다. 배 단장, 이 부장의 실무진은 김성근 감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 사장이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룹 윗선까지 보고조차 올리지 못하고 주춤하는 사이, 한화가 김 감독을 영입했다. 롯데는 김 감독과 접촉조차 하지 못했다.


● 롯데그룹은 왜 박정태 감독을 반대했는가?

갈수록 사면초가에 몰리자 롯데 신동인 대행과 최하진 사장은 박정태 전 2군감독을 감독후보로 그룹에 올렸다. 이 관계자는 “신 대행이 롯데 구단에 전권을 행사해도 감독 인사만큼은 그룹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이 절차는 요식행위였다. 그런데 이번엔 롯데그룹이 박정태 카드를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롯데그룹은 박 감독이 롯데 감독이 되려고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봤던 것 같다”고 낙마 이유를 밝혔다.

회심의 박 감독 카드마저 반려되자 롯데 프런트는 ‘탈진상태’에 빠졌다. 이 와중에 10월30일 최 사장의 ‘선수단 숙소 CCTV 사찰 폭로’가 터졌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 구단은 최 사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국면전환용으로 감독 선임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내부에서 사람을 찾았고, 가장 무난하다고 본 이종운 감독을 선택했다. 그러나 “롯데는 이 감독의 검증조차 제대로 할 시간이 없었다”고 내부 관계자는 증언했다. 이 감독 선임 이틀 뒤인 2일 롯데 공필성 코치가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진짜 책임져야 할 ‘몸통’이 어디인지는 감독 선임 과정에서 명백히 드러났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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