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추억] 이광환 육성위원장 “김선진 끝내기 홈런 잊지 못한다”

입력 2014-11-0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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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승·2세이브로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가 된 LG 김용수(가운데)가 선수들에 둘러싸여 기뻐하고 있다. LG는 태평양을 4승으로 물리치고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사진제공|LG 트윈스

■ 1994년 LG 우승 이광환 감독

KS 1차전 연장 11회 교체할까 고민
서용빈·유지현·김재현 성공도 도박


LG는 20년간 한국시리즈(KS)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기나긴 암흑기를 지나 그 가능성을 조금씩 높이고 있지만, 2년 연속 그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1994년 LG의 마지막 KS 우승을 이끌었던 이광환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장은 “당시에도 선진시스템을 도입해 팀이 변화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은 있었다”며 “LG도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잘 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 “1차전 김선진 끝내기홈런? 운이 아니다”

1990년대 LG는 무적이었다. MBC청룡에서 LG로 재창단한 첫 해였던 1990년 해태왕조의 5연패를 막아내고 KS 우승을 거머쥐었다. 1994년에는 화끈한 타격을 앞세워 ‘신바람 야구’를 펼쳤다. 정규시즌 1위로 KS 진출을 확정한 뒤, 플레이오프(PO)에서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여준 태평양과 마주했다.

이 위원장은 “벌써 20년 전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난다”고 웃었지만, 연장 11회까지 갔던 1차전은 “아무래도 잊기 힘들다”고 했다. 당시 태평양 선발 김홍집은 11회까지 최강이었던 LG타선을 4안타 1실점으로 막고 있었다. 이광환 감독은 1-1로 맞선 11회말 1사 후 타석에 들어선 김선진을 밀어붙였다. 김선진은 6회 대주자로 나왔지만 위협적인 타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김선진은 김홍집의 초구이자 141번째 공을 통타해 좌측 담장을 넘겼다. LG에 첫 승을 안긴 끝내기홈런이었다.

여기에는 숨겨진 스토리가 있었다. 이 위원장은 “사실 김선진은 1993년 삼성과의 PO에서 결정적인 주루미스로 팀의 KS 진출을 무산시킨 경우가 있었다”며 “(교체) 고민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어제 실패했어도 오늘 성공하는 게 선수다. 또 김선진이 왼쪽투수 볼을 곧잘 쳤다. 감독이라는 건 선수가 실수를 했다고 잘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기본기량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를 기용하고 교체해야 한다. 김선진이 그런 경우다”고 설명했다.


● “신인 3인방? 그해 도박을 참 많이 했다”

LG는 1차전에서 승리한 뒤 4연승을 달리며 KS 우승을 거머쥐었다. 완벽한 신구조화를 자랑하며 완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나에게 1994년은 도박을 참 많이 한 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이 말한 ‘도박’은 LG 우승을 이끈 신인 3인방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이었다. 신인 3인방은 프로 데뷔 첫 해 맹활약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5-4로 역전승을 거둔 KS 3차전, 정민태의 호투에 막혀 0-4로 뒤지던 6회 팀의 첫 타점을 올린 것(김재현)도, 3-4로 추격한 7회 동점을 만든 것(유지현)도 모두 이들의 손에서 나온 기적이었다.

이 위원장은 신인 3인방에 대해 묻자 “감독은 ‘계속 기회를 주면 되겠구나’하는 선수들이 보인다. 그런 선수들에게는 최대한 기회를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물론 쉽진 않았다. 이 위원장은 “새로운 인물을 쓰면 감독의 부담이 크다. 사실 기존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안전하게 갈 수도 있었다. 서용빈, 유지현, 김재현은 나에게는 ‘일종의 도박’이었다. 그러나 좋은 선수를 만들려면 감독은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게 성공했다”고 했다. 이들 덕분에 이 위원장은 ‘족집게’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정신력과 운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며 선을 긋고는 “기본 실력에 노력이 쌓여야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야구다. 그래서 힘들지만 그래서 재미있다”고 웃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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