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황제’ 진종오. 스포츠동아DB
“날 위해 제작한 총…값을 매길 수 없어”
34년 만에 세계기록을 경신한 진종오(35·kt·사진)가 총기회사의 초청으로 내년 1월 스위스를 방문한다. 이 기간 동안 진종오의 화약권총을 후원하는 스위스 모리니(Morini)사는 ‘권총황제’의 품격에 걸맞은 명품 특별 권총을 제작한다.
진종오는 9월(한국시간)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제51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남자 50m권총 본선에서 60발 합계 583점을 기록해 새 역사를 썼다. 종전 세계기록은 1980모스크바올림픽에서 알렉산드르 멜레니에프(소련)가 세운 581점이었다. 멜레니에프의 업적은 국제사격연맹(ISSF)의 각 부문별 세계기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마의 벽으로 꼽히고 있었다. 이로써 진종오는 남자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 세계기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됐다. 이미 그는 2009년 4월 창원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594점(60발 합계)을 쏘며 세계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9월 그라나다에서 진종오가 세계기록을 갈아 치우자 모리니 관계자는 샴페인으로 축배를 들었다. 진종오의 위업을 축하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총기회사 입장에서도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기 때문이다. 수 백 만원 상당의 화약 권총을 무상으로 제공하는데 대한 반대급부를 충분히 얻은 셈이었다. 모리니는 1월 진종오를 스위스 루가노로 초청해 특별 한정판 총을 제작할 계획이다. 총열부터 최고급의 사양이다. 내년 연말쯤에는 진종오에게 완성된 권총이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리아의 총기회사 스테이어(Steyr)는 이미 진종오에게 ‘권총황제’만을 위한 10m 공기권총을 후원하고 있다. 그의 총기 케이스 역시 세계적인 여행용 가방 브랜드 리모와(Rimowa)가 한정판으로 만든 것이다. 전국체전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올 시즌을 마감한 진종오 “한 사람만을 위해 제작한 총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기에 더 감사하다. 사격은 심리적인 부분이 중요한데, 더 좋은 기분으로 총을 쏘면 기록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