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의 독일 연수기] 실수 두려워 않고 슛까지… 독일 선수들 자신감 넘쳐

입력 2014-11-0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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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전 축구협회 부회장. 스포츠동아DB

4. 인상적인 독일 축구의 ‘공격 본능’

허정무(59·사진)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원정대회 16강 진출의 위업을 일궜다. 2014브라질월드컵 이후 부회장직을 내려놓은 그는 최근 독일에서 2개월 일정으로 단기 연수를 하고 있다. 최대한 다양한 클럽을 오가며 1·2군 선수단 훈련과 유소년 육성,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 등을 두루 점검하고 있다. 허 전 부회장은 스포츠동아를 통해 자신의 독일 연수기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프로팀보다 유소년 선수들이 슛 훈련 집중

5일(한국시간) 집사람(최미나 씨)이 들어왔는데, 주말 여행을 계획했다. 1990년대 초 포항 코치로 있을 때 용병 수급차 다녀왔던 헝가리 부다페스트다. 동구권과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시절이었는데도 정말 예쁘고 아름다웠던 기억이다. 며칠 전에는 윤성규 수원삼성 초대 단장님과 쾰른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레버쿠젠에 거주하고 계신데 여전히 축구를 사랑하고 계시다는 걸 새삼 느꼈다. 독일 축구와 문화를 안주 삼아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는 독일 축구의 ‘공격 본능’을 풀어보려 한다. 독일하면 공격이 연상되는데, 재미있는 건 팀 훈련 때 공격 연습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밸런스, 볼 전개 등 수비에서 시작되는 패턴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독일은 공격이 강하다. 순간 판단과 센스가 남다르다. 이는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 등 강팀일수록 더하다. 상·하위를 구분 짓는 건 결국 공격이다. ‘수비가 강한 팀이 진짜 강자’라는 건 영원한 진리이지만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축구의 방점은 결국 골이 아닌가.

독일 선수들을 보면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이 느껴진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문전에서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겠다는 집념이 돋보인다. 터무니없는 슛도 종종 나오지만 아예 시도 조차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 우리와 결정적인 차이다. 우리 후배들은 슛에 인색한데, 여기선 꼭 슛까지 연결하려 한다. 끊임없이 영토를 개척하려던 민족성향 때문인지 도전하는 자세다. 그럼에도 집중적인 슛 훈련은 거의 보지 못했다. 다만 유소년 선수들이 이를 집중적으로 했는데 이 때 체득된 감각이 성인 레벨까지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다행히 독일에서 뛰고 있는 우리 선수들도 슛의 중요성을 깨우친 것 같다. 손흥민(레버쿠젠)이 팀 훈련 이후 개인적으로 슛 연습을 엄청나게 한다던데 칭찬해주고 싶다. 골키퍼를 제외한 전 선수들이 슛 욕심을 내는 유럽에서 생존하려면 이 정도 수고는 당연하다. 굳이 아쉬움을 꼽는다면 도전 정신이다. 지금도 정말 잘하고 있지만 보다 과감하다면 어떨까. 레버쿠젠 경기를 보고 있으면 (손)흥민이가 자신의 진영에서 볼을 받으러 나올 때가 많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상대 진영에서 시작하면 체력 소모도 덜 할 텐데 말이다. 여기에 안주해선 안 된다. 자신이 가진 능력의 80% 정도 하는 것 같다. 100이상을 할 수 있는 후배다. 물론 구자철-박주호(이상 마인츠),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김진수(호펜하임) 등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볼 터치부터 패스, 슛까지 과감했으면 한다. 껍질을 깨자. 충분히 더 잘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대한민국 태극전사들, 파이팅!

독일 쾰른·프랑크푸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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