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그녀’ 종영, 시청자는 아직 가수 출신 연기자를 못 믿는다

입력 2014-11-07 0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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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그녀’ 종영, 이래서 시청자는 아직 가수 출신 연기자를 못 믿는다

SBS 수목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극본 노지설, 연출 박형기)가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씁쓸한 종영을 맞았다.

7일 방송된 '내그녀' 마지막회에는 세나(크리스탈)가 현욱(정지훈)이 자신의 친 언니와 연인 관계였으며 그 죽음에 관여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이별을 통보하고 1년 동안 잠적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에 현욱은 주홍(이초희)의 출산으로 인해 다시 상경한 세나에게 방송사고로 진심을 전하는 전파낭비를 한 후 서울역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채 찜찜하기 짝이 없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당초 '내그녀'는 국내 최고의 연예기획사인 AnA를 배경으로 정지훈, 크리스탈, 차예련, 엘 등 청춘 남녀의 음악적 성장과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겠다는 야심찬(?) 기획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가요계의 이야기나 세나가 프로듀서로 성장하는 이야기는 잠깐씩 그려져 시청자들을 감질맛 나게 했고, 여기에 시우(엘)가 세나에게 호감을 품기 시작하고 그 비중이 조금씩 커져가면서 이 이야기는 애처로운 캔디가 두 완벽남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전형적인 스토리로 흘러갔다.

이런 진부한 스토리에 설상가상으로연출은 90년대 스타일을 고수했다. 화질은 21세기인데 연출이 20세기에 머물러 있으니 당연히 시청자들의 몰입도는 저해됐다. 그나마 지금까지 본 것이 아까워서 채널을 고정시켰을 뿐이다.

'내그녀'의 부진은 '또 하나의 재미 없는 작품이 나왔다'는 말로 단정지을 수 없다. MBC '내 생애 봄날', tvN '미생', '갑동이' 등 여러 작품 속 호연으로 겨우 쌓아놓은 시청자들의 가수 출신 연기자에 대한 신뢰를 단번에 무너뜨릴 수도 있을만한 위험한 결과를 낳았다.

가수 출신 연기자들과 이들을 보유한 기획사들은 언제나 "시청자와 언론이 이들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내그녀' 1회부터 마지막까지의 정주행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사진│SBS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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