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별이 반짝반짝…드라마야? 만화야?

입력 2014-11-10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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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풍선, 웹툰 컷 활용, CG를 활용한 캐릭터 효과 등 만화의 기법을 활용한 드라마가 늘고 있다. 사진은 케이블채널 tvN ‘미생’과 MBC ‘압구정 백야’, SBS ‘모던 파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출처|드라마 화면 캡처

■ 요즘 ‘만화같은 드라마’가 뜬다

‘압구정 백야’ 주인공 대사 말풍선 처리
‘미생’ 천사의 날개 등 만화이미지 담아
‘모던파머’선 아예 인기 웹툰장면 삽입
“일종의 예능형 드라마…색다른 재미”


‘이민기(이홍기)가 너른 들판을 바라보며 그룹 동료들에게 마을에 얽힌 전설을 설명한다. 이윽고 한 웹툰이 만화처럼 펼쳐지고 그 뒤로 도깨비 형상이 등장한다.’

최근 방송된 SBS 주말극 ‘모던 파머’의 한 장면이다. 빚 독촉에 시달리다 ‘귀농’을 택한 록 밴드 그룹 멤버들의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리는 드라마는 이말년 웹툰의 한 컷을 장면으로 구성했다. 이를 통해 웹툰 속 캐릭터가 마치 살아있는 듯한 효과를 냄으로써 장면의 생생함을 더했다. 또 이홍기가 배추밭을 가리키자 하늘에서 배추가 내리는 장면을 컴퓨터그래픽 등을 이용한 만화적 기법으로 극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최근 다양한 드라마가 시트콤 혹은 예능프로그램에서나 봤을 법한 코믹한 효과음이나 말 풍선 등 만화 컷, 애니메이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청자는 “보는 이를 우롱하는 짓”이라고 비난했지만 그 사례가 늘어나면서 친숙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는 최근 주인공들의 생각을 말풍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작 ‘오로라공주’에서 개의 대사를 말풍선에 담아내 비난을 모은 임 작가 특유의 만화적 요소다. ‘신기생뎐’에서는 주인공의 눈에서 녹색 레이저가 발하는 장면까지 등장시키며 논란을 모은 그에게 이 같은 만화적 요소는 이미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케이블채널 tvN ‘미생’도 주인공 장그래(임시완)의 눈에 반짝거리는 별을 그려 넣거나 등장인물에 천사의 날개를 달아주는 등 만화 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인공의 처지를 극적으로 묘사하려 만화적 이미지로 비현실성을 더함으로써 오히려 “내 이야기”라는 공감을 쌓겠다는 전략이다.

KBS 2TV ‘아이언맨’이나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는 코믹 드라마가 아님에도 이 같은 만화적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캐릭터나 상황의 우스꽝스러움을 ‘띠용’ ‘뿅’ ‘뻐꾹뻐꾹’ 등 효과음으로 처리하거나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하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이 같은 만화적인 요소가 시청자에게 드라마의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정형진 tvN 콘텐츠 운영담당 국장은 “일종의 예능형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캐릭터의 성격을 묘사하면서 유머 코드를 살리는 데에도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면서 “극적 재미까지 뛰어나 편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나친 유머 코드가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찮다. 더욱이 스토리 자체가 코믹하지 않은 드라마의 경우 이 같은 만화적 요소가 이야기의 사실성 혹은 현실성을 떨어뜨리거나 전체적인 메시지를 희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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