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패션왕’ 안재현, 모델 벗고 진짜 배우 옷 입다

입력 2014-11-12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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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현은 “‘패션왕’은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처음에는 떨렸고 두 번째는 축제를 즐기는 것 같았다”며 “세 번째에 혼자 봤는데 객관적으로 다가가게 됐다. 10번은 봐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배우들은 작품을 통해 영웅부터 범죄자까지 수천가지 인물을 표현한다. 때로는 자신의 실제 직업인 배우 역할을 연기할 때도 있다. 관객들은 ‘연기의 신’들이 연출된 ‘발연기’를 선보일 때 그 괴리에서 오는 재미를 좋아한다.

모델 출신 연기자 안재현(27)에게도 비슷한 일이 생겼다. 이미 모델계에서는 정평이 난 그는 첫 영화 ‘패션왕’에서 프로 모델을 꿈꾸는 아마추어 원호를 맡았다. 안재현은 “모델이 모델을 연기한다는 게 쉬울 것 같지만 역으로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촬영 전에는 모델 활동을 한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실제 런웨이와 카메라 무빙도 다르고 작업 환경도 다르더라고요. 게다가 ‘패션왕’은 프로들을 그린 게 아니라 아마추어 친구들의 이야기잖아요. 제가 워킹을 잘 하면 오히려 이상하더라고요.”


● 원작과 다른 원호, 새로운 인물을 만들기까지

‘패션왕’은 기안84의 동명 인기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패션왕이 되고자 하는 고등학생 우기명의 도전기를 그렸다. 등장인물과 전체적인 틀은 원작과 비슷하지만 안재현이 맡은 원호는 기안고 황태자라는 것을 빼고는 전혀 다르게 설정됐다. 웹툰 속 원호는 우기명의 절친이 되지만 영화에서는 악역으로 우기명과 라이벌 구조를 이룬다.

“‘패션왕’은 제가 모델 활동을 할 때 나온 웹툰인데 워낙 좋아해서 자주 봤어요. 제목도 ‘패션왕’이잖아요(웃음). 영화로 만들어진다니까 저도 어떻게 표현될지 원작과의 싱크로율(비교 대상 간의 정확도)이 궁금했어요. 막상 대본을 봤더니 원호는 웹툰과 많이 달라서 어떻게 캐릭터를 잡을지 많이 고민했죠.”

영화판 원호는 1000만 원을 호가하는 옷을 입고 다니는 소위 ‘있는 집 자식’. 그는 남모를 개인적인 아픔을 삐뚤어진 행동으로 표출한다. 학우에게 빵 심부름을 시키는 건 기본이고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촬영할 때는 세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폭행 장면도 유쾌한 분위기에서 찍었거든요. 완성된 영화를 보니 원호의 나쁜 이미지가 우기명의 착한 모습과 대립돼 더 악해 보였던 것 같아요.”


멋에 대한 영화답게 ‘패션왕’에는 다양한 의상이 등장한다. 극 중 원호는 깔끔하면서도 톤 다운된 패션을 많이 선보인다. 안재현은 “아무래도 패션 영화다보니 의상에 신경을 많이 썼다. 우기명과 달리 원호는 이미 정점에 있는 인물이다. 원호는 누가 봐도 우기명이 부러워할 만한 캐릭터로 보여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 그리고 의상팀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며 “원호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절제된 스타일로 준비했다. 영화 속 의상 중 반이 내가 소유한 옷”이라고 밝혔다.

원호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비교적 정상적(?)인 패션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도 체육대회 패션 배틀 신에서 단 한 번 손발이 오그라드는 패션을 선보인다. 요상한 박쥐룩을 입고 하늘을 나는 장면은 가히 압도적이다.

“설마설마하셨죠? ‘우기명 너는 날고 기어봤자 내 아래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에게는 베스트3에 드는 장면이랄까. 와이어에 매달린 채 찍었는데 어려운 포즈가 아니어서 문제는 없었어요. 와이어는 힘들다기보다 아픈 게…그것 빼고는 다 괜찮았어요. 하하”



● 안재현이 꿈꾸는 결혼 그리고 어머니

학창시절 안재현이 그린 미래는 평범한 직장에 빨리 취업해서 결혼하는 것이었다. 그는 한 예능 방송에서 언급한 대로 지금도 ‘부자 아빠’가 목표라고.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가족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서에요. 멋있는 아빠가 돼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고요. 아내와 아이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요.”

안재현은 “그러기 위해서 지금은 일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아직은 배우고 노력해야할 시기다. 결혼은 일 욕심이 채워지고 여유가 생길 때쯤 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터에서도 사랑은 핀다’고 하지만 정말 바쁘게 살고 있다. 아직은 상대방이 이런 내 생활을 이해해줄 수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안재현은 어머니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막내인 그는 “애교가 없다. 어머니에게도 상남자 스타일”이라고 했지만 말투에서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자주는 아니지만 한번 어머니와 만나면 격하게(?) 다녀요. 비싼 음식점에 어머니가 머뭇거리면 ‘됐어, 이거 먹어’라고 얘기해요. ‘필요한 거 없다’고 하셔도 일단 백화점에 같이 가는 식이죠. 어머니께 사근사근하게 못하겠어요. 저 왜 그럴까요?”

연신 어머니께 다정하지 못해 고민이라면서 최근에는 노래방에 다녀왔단다. 안재현은 “어머니가 노래를 정말 잘하고 또 좋아한다. 어머니의 음반 프로젝트를 준비해드려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지난 7월 안재현은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OST ‘그게 너였다’를 불러 주목받았다. 그 정도 실력이라면 어머니와 함께 음반을 만드는 건 어떨까. 콜라보 제안에 안재현은 “아니에요”를 반복하며 손사래를 쳤다.

“어머니가 항상 ‘너는 어디 가서 노래 부르지 마라’고 대놓고 말씀하세요. 노래방에 간 날에도 1시간 동안 박수만 치다 왔어요. 제가 부른 OST를 찾아봤는데 아쉽게도 없더라고요.”



● 20대 예비군, 공백기는 없다…한국 넘어 중국으로

안재현은 올해 예비군 3년차다. 고2 때 망막박리 수술을 받아 군 면제를 받았지만 20대 초 자진해서 공익으로 다녀왔다. 20대 후반의 남자 배우에게 ‘군필’은 의미가 깊다. 연예 활동에서 브레이크 없이 뻗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강점으로 작용한다.

“좋은 점은 시간이 충분하다는 거예요. 심적으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고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군대에 다녀오면서 배우로서 이미지 변신을 꾀할 수 있잖아요. 또 요즘은 작품이나 광고를 하고 가면 입대 후에도 그 이미지가 길게 남는다고 하잖아요.”

안재현은 이제 공백기 걱정 없이 필모그래피를 쌓아갈 일만 남았다. 12월이면 그가 연기자로 데뷔한 지 1년. 지난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시작으로 ‘너희들은 포위됐다’와 영화 ‘패션왕’ 등 출연 작품이 손에 꼽을 정도지만 이미 중국까지 진출했다.

그는 ‘1박2일’의 중국판인 ‘명성가족적2천1야’에 게스트로 출연했다가 고정을 꿰찼다. 더불어 중국 영화 ‘웨딩바이블’은 촬영을 마치고 내년 2~3월쯤 개봉을 앞두고 있다.

“친구 사이인 두 여자가 서로 한 남자를 두고 아웅다웅하는 로맨스 영화예요. 저는 여자 주인공의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캐릭터를 받았어요. 반전도 있으니까 기대 많이 해주세요.”

그의 다음 행보는 어디로 향할까.

“시놉시스를 보고 있는데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대부분 고등학생이나 스타일리시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부잣집 도련님은 해봤으니까 반대되는 캐릭터를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동네에서 본 것 같은 친근한 한량 어떨까요. 애들이 하는 오락실 게임기 뺏어서 ‘형이 깨줄게’라고 하는 거죠. 제가 하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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