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과장이고, 내가 장그래다

입력 2014-11-28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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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출연진(맨 위)·이재문PD·윤태호작가(아래 오른쪽). 사진제공|CJ E&M

■ ‘미생’ 기획PD·원작자가 본 성공요인

작가들 인턴 체험…현실감 높여
이재문PD “대사가 아예 달라져”
윤태호 원작자 “부부공감 드라마”


결국 현실감이었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은 바둑 프로기사를 꿈꾸던 장그래(임시완)가 고졸 검정고시라는 학력으로 특별한 재능도 없이 대기업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겪는 에피소드가 주된 스토리를 이룬다. 하찮을 정도로 흔하고 단순한 ‘직장인들의 이야기’에 많은 시청자가 울고 웃는 것은 “내가 오과장이고, 장그래”라는 공감 덕분이다. 물론 실제 일상에서 주위에 극중 캐릭터와 꼭 닮은 사람이 한두 명쯤 있다는 점에다, 직장에서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상황이 세밀하게 묘사된다는 점 등이 그 주효한 수단이 된다.


● ‘공감’의 힘

‘미생’이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니는 가운데 원작 웹툰의 작가와 드라마 기획 PD가 ‘공감대 형성’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미생’의 원작자 윤태호 작가와 이재문 기획 PD가 27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날 만남에서 이 PD는 “회사원, 즉 ‘화이트칼라’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는데 웹툰 ‘미생’이 완벽하게 이를 표현했더라”면서 “마치 CCTV로 그 치열하고 긴박한 내부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윤태호 작가 역시 “자극적이지 않되 모두가 알고 있는 직장생활을 제대로 표현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남편들이 왜 술에 취하지 않고서는 집에 들어올 수 없는지, 부부가 함께 공감하면서 보길 원했다”고 말했다.


● 실제 체험의 힘

공감을 위한 제작진의 노력도 힘이 됐다. CJ E&M 소속 드라마 보조작가 2명은 기획단계에서 극중 배경인 모 대기업에 인턴으로 입사해 한 달 반가량 실제 직장 생활을 체험했다. 출퇴근은 물론 회식에도 참여해 직장인들의 생활을 몸으로 느꼈다. 이 PD는 “이를 통해 직장인들의 용어나 생활 패턴 등을 익혔다. 그러고 나니 대사가 아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들의 목표는 같았고 또 통했다. ‘미생들의 반란’이라고 할 정도로 드라마는 22일 방송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7.8%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고, 원작 만화 역시 26일 200만부 판매를 돌파했다. 지난달 26일 100만부에 이어 불과 한 달 만에 이룬 결과다.


● 이야기의 힘

윤 작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며 “요즘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날 찾는 곳이 많아져 작업에 방해를 받고 있다. 애초 만화 시즌2를 올해 가을에 낼 예정이었지만, 현재 연재 중인 만화 일정 등으로 내년 3월로 미뤘다”고 말했다. 이어 “연재 기간이 꽤 길 것 같다. 그래도 장그래가 회장이나 사장이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의 시즌2 제작도 가능성이 높아졌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만화 연재가 끝나는 시점에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또 중국 등 아시아와 미국 등에서도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 PD는 “미국에서도 월가를 배경으로 리메이크를 하자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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