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위기…연맹이 중심 잡아라

입력 2014-12-0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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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연맹은 1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이사회를 통해 ‘리그 비하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성남FC 구단주 이재명 성남시장의 상벌위원회 회부를 의결했다. 5일 개최될 상벌위에서 이 시장에 대한 징계가 결정될 경우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구단주가 징계를 받는 사태를 맞게 된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성남 구단주’ 이재명 시장 연맹에 전면전 선포…축구판 뒤흔드는 생떼 ‘레드카드’

내일 프로축구연맹 상벌위 “원칙대로 할것”

객관적 증거없이 오심 운운·챔스티켓 반납 협박
성남 1부 잔류 의미 퇴색…타 구단들도 불쾌감만
축구계 “성남 시민 등에 업은 정치적 의도의 꼼수”
프로연맹, 스스로 중심잡고 ‘공생의 방법’ 찾아야

이제 시즌을 막 끝낸 K리그가 초유의 혼돈에 빠져들었다. 성남FC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에 이어 경남FC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지사까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반기를 들었다. 연맹 상벌위원회에 회부된 이 시장은 “이는 성남구단과 성남시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소송은 물론 헌법소원 등 추가 법률적 절차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 자세다.

연맹은 이 시장의 발언이 K리그의 존재 가치를 부정한다고 판단해 ‘원칙에 따른 행정적 절차’를 밟기로 했다. 1일 6개 구단 대표와 외부전문가 3인 등 12인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뜻을 모은 뒤 5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상벌위를 개최한다. 성남 구단을 대상으로 한 이번 상벌위의 소집 근거는 ‘상벌규정 제17조 1항-프로축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다. 이로써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구단주가 징계를 받는 사태가 불가피해졌다.


● 모두를 패자로 만든 이재명 시장의 발언

이재명 시장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대한축구협회장의 오기로 보임)이자 부산 구단주인 정몽규 회장이 직관(직접 관전했다는 의미로 해석됨)한 가운데 부당하게 페널티킥을 선언해 2-4로 지고 말았습니다’, ‘승부조작 등 부정행위가 얼마나 한국축구계의 발전을 가로막았는지 실제로 경험했습니다’라는 리그 비하 발언이 포함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상벌위 회부 가능성이 제기되자, 2일에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일전불사 의지를 드러냈다. 이 시장은 “경기·심판 규정 제3장 제36조 5항은 경기 직후 경기장 내 인터뷰에서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해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하면 안 된다는 의미”라며 “이를 장소와 시기를 불문하고 영구적으로 판정비평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판정을 ‘성역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줄곧 ‘의도된 오심’ 문제를 지적했지만, 그 주장을 납득시킬 만한 어떤 객관적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 더구나 그가 처음 문제를 제기한 11월 28일은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최종 라운드가 열리기 하루 전이었다. 이 시장은 강등 위기에 처한 성남의 현실을 언급하며 내년 시즌 2부리그(챌린지)로 떨어진다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반납할 수 있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성남은 부산과의 최종전에서 1-0으로 이겨 클래식 잔류에 성공했지만, 이 또한 이 시장의 발언 탓에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었다. 복수의 타 구단의 관계자들이 “이 시장의 발언으로 K리그 전체가 범죄집단이 됐다”며 “같은 회원사의 입장에서 불쾌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래서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스로 중심 잡고 권위 세워야

K리그는 되살아나지 않는 열기, 일부 도시민구단의 부실 운영 등으로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리그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이재명 시장의 ‘좌충우돌’ 행보까지 겹쳐 일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 시장의 행태에 대해 축구계 대다수는 ‘성남시민을 등에 업은 정치적 의도가 깔린 꼼수’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기업구단과 도시민구단간의 보이지 않는 벽 등 여러 문제점도 이번 사태의 한 원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이번 일로 각 회원사는 물론 권오갑 총재가 이끄는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씻지 못할 상처를 입었다. 더 큰 화를 막기 위해선 연맹 스스로 중심을 잡고 권위를 세워야 한다. 상벌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장기적 관점에서 각 구단의 공생 방안과 리그 발전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연맹 고위관계자는 3일 “이 시장의 발언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 원칙에 따른 행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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