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윤상현 “내 연기에 웃는 사람 볼 때 가장 좋다”

입력 2014-12-04 1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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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상현.

배우 윤상현(41)이 달라졌다. ‘음치클리닉’(2012)으로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당시 그의 모습을 설명하면 고개를 갸우뚱 할 정도로 지나치게 유쾌했고 행동도 과장됐다. SBS ‘시크릿 가든’(2010)의 흥분한 ‘오스카’를 보는 느낌이랄까. 속으로 ‘이 사람, 뭐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덕수리 5형제’로 만난 윤상현은 사뭇 달랐다. 차분했고 조용했다. 낯설다고 하니 “에이~. 왜 그런지 아시면서”라며 은근슬쩍 예비 신부 메이비 덕분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윤상현의 결혼 소식이 화제가 된 만큼 그가 들고 온 영화 ‘덕수리 5형제’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덕수리 5형제’를 치면 ‘윤상현 메이비’가 나올 정도다. 그는 극중 아버지의 재혼으로 친동생 ‘수근’에 이어 3명의 살벌한 동생이 생겨버린 융통성 제로의 장남 ‘수교’ 역을 맡았다. 어수룩하지만 내면의 듬직함으로 은근한 재미를 선사하는 ‘수교’ 캐릭터를 통해 윤상현은 또 다른 매력과 웃음을 선사한다.

그런데 그는 촬영 내내 불만투성이었다. 시나리오를 보며 생각했던 장면들이 현장에선 매번 어긋났고 어떤 영화가 될 지 도저히 감이 안 잡혔다고 했다. 그런데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보고 현장에서 쌓였던 불만들이 눈 녹듯 사라졌고 전형준 감독을 사랑하게 됐다고.

“처음엔 작품이 싼 티가 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영화를 보자마자 그런 걱정이 사라지더라고요. 영화를 보는 데 예전 ‘후레시 맨’, ‘파워레인져’를 보는 기분이랄까?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소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오랜만에 아날로그 감성을 느껴서 좋았어요. 오묘한 기분도 좋았고요. 마지막에 오토바이가 하늘을 날며 ‘독수리 오 형제’ 노래가 나오는데 진짜 좋았어요.”

그런데 처음 윤상현이 탐냈던 역할은 송새벽 캐릭터였다. 전신 문신을 하고 구수한 욕설을 달고 살지만 네일 아트를 좋아하는 소녀 감성 둘째 ‘동수’는 극중에서 돋보이는 캐릭터다. 배우로서 탐낼 만 했다. 하지만 그는 전형준 감독의 제안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였다. 윤상현은 “영화는 배우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감독의 연출이 더 중요하다. 전 감독이 그리고 싶어하는 작품을 함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미련이 남았나 보다. 그는 “귀여운 조직 폭력배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말을 끊이지 않고 했다. 그는 “내가 ‘1번가의 기적’이라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특히 임창정 형님의 연기를 보면서 감탄을 했다. 정말 나중에 저런 연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 남아있다. 그래서 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 ‘동수’가 마음에 들었는데 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촬영을 하느라 내려갔던 태안에서 배우들, 스태프들과 웃고 떠들며 작품을 찍었다. 덕분에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기는 법을 배웠다고. 윤상현은 “’갑동이’는 시청률이나 결과물이 정말 좋았는데 정작 나는 심적으로 힘들었다. 캐릭터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그런데 반대로 ‘덕수리 5형제’는 정말 가족들이랑 여행 온 것처럼 즐겼다. 나중에 생각하면 뿌듯하고 미소를 지을 것 같은 촬영장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차기작은 어떻게 될까. 내년 2월에 결혼식을 올리는 그는 당분간 아내 메이비를 위해 시간을 투자할 계획. 책을 쓰고 있는 신부를 위해 여행을 다니며 많은 경험을 함께 공유할 생각이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윤상현을 만날 수 없는 건지 물어보니 “그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작품이 들어온다면 언제나 환영이죠. 좋은 작품 있으면 여행 중이라도 양해를 구하고 해야죠. 신부가 성격이 소탈하고 배려심이 깊어서 삐치거나 그럴 걱정은 안 해요.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이요? 시나리오가 잘 넘어가는 작품? 갑자기 드라마 ‘겨울새’(2007)가 생각이 나네요. ‘주경우’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 때처럼 자신감이 붙는 캐릭터를 다시 만나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재미있는 거요. 언젠간 제대로 된 코믹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왠지 전 그런 캐릭터가 좀 끌리더라고요. 제 연기를 보고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MG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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