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父 “아들 이재원 의지노력상…자랑스럽다”

입력 2014-12-0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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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재원. 스포츠동아DB

4차례 수술에 겨울되면 부상 12월 무서워
재활 딛고 SK 4번타자로 우뚝선 모습 기뻐

부친 이화용씨 구단 요청 받고 시상식 참가
신혼여행 이재원 대신 수상후 남다른 감회


“네 번의 수술을 딛고 우뚝 선 내 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SK 이재원(사진)의 아버지 이화용 씨는 아들이 야구를 시작한 날(1998년 12월20일)을 정확히 기억했다. 자신의 권유가 아니었다면 외동아들 재원이는 야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천 도화초등학교 3학년 때 운동회를 했는데 재원이가 공 던지기에서 전체 1등을 했어요. ‘너 야구할래?’라고 물었죠. 선뜻 ‘하겠다’고 말해 야구부가 있는 숭의초등학교로 전학을 시켰습니다.”

야구를 좋아한 아버지는 재원이를 데리고 인천 도원야구장에 자주 데려갔다. 그 나이 또래의 꼬마들이라면 뛰어다니기 바쁠 텐데 재원이는 야구장만 가면 가만히 앉아서 뚫어져라 야구를 봤다. 놀 때도 야구만 하고 놀았다. 지금 생각해도 특이한 것은 꼭 포수를 도맡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겨울, 야구부로 재원이를 데려갔다. “야구한지 넉 달 만에 주전선수가 됐고, 다섯 달 만에 홈런을 쳤어요.”

상인천중과 인천고를 다니는 동안, 아버지는 재원이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았다. SK의 1차지명(2006년 신인 드래프트)을 받은 것도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고 불운도 겹쳤다. “포지션이 포수이다 보니 자리 잡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박경완, 조인성, 정상호 같은 대선배들이 있었으니까.” 더 큰 시련은 4차례의 수술이었다. 2008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시작으로 2012년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야구선수권에서 입은 부상 탓에 두 차례에 걸쳐 손목 수술을 했다. 2013년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훈련 때 투구에 맞아 또 부상을 입었다. 겨울만 되면 다치니 아버지는 “12월이 무서웠다”고 회고했다. 그 역경을 딛고 재활을 견뎌내 기어코 올라선 아들이 고맙다. 재원이가 4할을 칠 때도 다칠까봐 조마조마한 마음뿐이었다. 아들이 나오면 왜 이렇게 긴장되는지 모르겠는데 언제 나올지 몰랐던 대타 시절과 달리 SK 4번타자로 올라선 지금은 처음부터 재원이의 등장 순서를 알고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재원이는 6일 SK 입단 후 9년이라는 긴 시간을 곁에서 지켜준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렸고,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 덕분에 8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일구대상 시상식 ‘의지노력상’은 아들 대신 아버지가 대신 받았다. SK 구단의 요청으로 시상식장에 온 아버지는 “27년간 사랑과 정성으로 키워 결혼까지 시킨 재원이 엄마,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모든 공을 아내에게 돌렸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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