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김동수와 올해의 배영수, 프랜차이즈 스타의 ‘닮은꼴 FA’

입력 2014-12-0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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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배영수. 스포츠동아DB

LG·삼성서 10년 이상 선수생활…아쉬운 FA 작별

김동수(46) LG 퓨처스(2군) 감독은 벌써 15년이나 지난 그해 겨울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1999년 한국프로야구는 FA(프리에이전트)제도를 도입했다. LG유니폼을 입고 있던 리그 최고의 포수 김동수, 10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한 해태 투수 이강철이 프로야구 첫 FA시장 최대 카드였다.

김 감독은 “구단도 선수도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협상을 해야 할지 몰랐던 시절이었다. 주위에서 조언을 해서 ‘10년을 뛰었으니 1년에 1000만원씩 1억원을 계약금’으로 해달라고 요청하고 또 한 가지 등번호를 은퇴 후에 영구결번으로 지정해달라는 부탁을 했었다”며 웃었다.

수십억 원의 계약금이 오가는 최근 시장 환경을 생각하면 ‘순수’했던 시절이었다. 김 감독은 LG와 협상이 결렬됐고 삼성과 3년 8억원에 계약했다. 최근 배영수를 떠나보낸 삼성 팬들처럼 15년 전 LG 팬들도 큰 상념에 젖었었다. 해태가 이강철 현 넥센 수석코치를 잡지 못한 것은 기울어가는 구단 살림살이 때문이었지만 LG는 삼성과 전자 라이벌이자 손꼽히는 부자구단이었기 때문에 그 아쉬움이 더 컸다.

김 감독은 “그때 받은 연봉과 계약금으로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마련했다. 삼성에서 기대만큼 하지 못한 것은 지금도 아쉽다”고 말했다.

2001년까지 삼성 유니폼을 입은 김 감독은 2002년 SK로 트레이드됐고 2003년 다시 현대로 옮긴 뒤 2009년 히어로즈에서 은퇴했다. 모두가 ‘김동수 시대는 끝났다’고 했지만 2003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3할 타율을 쳤고 최고 포수 박경완을 제치고 포수 골든글러브를 받는 등 제2의 전성기도 맞았다. 은퇴 후 넥센에서 지도자생활을 시작했고 올해 15년 만에 친정 LG로 돌아왔다.

LG가 팀을 인수 한 뒤 처음으로 배출한 신인왕이자 1990년, 1994년 우승 주역이었던 트윈스 프랜차이즈 스타는 그렇게 15년 만에 다시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김 감독은 “일본 마무리캠프에서 다시 LG 줄무늬 유니폼을 입는데 무척 감동스러웠다. 매니저 불러서 사진도 한 장 찍어달라고 했다”며 “LG 퓨처스 훈련장인 이천 챔피언스파크에 갔는데 큰 벽면에 구단 역사가 사진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LG 유니폼을 입은 신인시절 제 모습이 있어 또 한번 뭉클했다”고 말했다.

‘푸른 피의 에이스’로 불린, 2000년대 삼성 르네상스의 주역 배영수(33)가 한화로 이적했다. 배영수의 동기 윤성환을 잡는데 80억원을 투자한 삼성이지만 옛 에이스에게는 냉정했고 현실적이었다.

팬들은 자신의 팔꿈치 인대와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맞바꾼 투수와의 작별을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14시즌 동안 124승. 배영수는 삼성 투수 중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팀에 안긴 주인공이다. 일부에서는 삼성이 더 진심어린 예우를 했다면 배영수가 푸른색 유니폼을 벗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배영수는 124승과 함께 한화에서 팀을 옮길 한 명의 유망주(보상선수)를 삼성에 선물하며 떠난다.

15년 후 배영수는 2014년 겨울을 어떻게 기억할까. 현대에서 재기에 성공한 후 지도자로 능력을 인정받아 다시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김동수 LG 퓨처스 감독처럼 웃으며 오늘을 떠올릴 수 있을까.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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