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수 내려놓은 ‘황연주의 비움’…현대건설 6연승 이끌다

입력 2014-12-1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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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주. 스포츠동아DB

양철호 감독 믿음 속 부활 수비수 변신
2R 전문수비수 김연견보다 많은 디그
“코트위서 뛸 수 있는것만으로 감사하다”

V리그 통계를 보면 대부분의 공격부문 통산기록에 현대건설 황연주(사진)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온다. 2005년 V리그 출범과 함께 시작한 성인배구 선수생활. 거침없이 내달렸다. 키 177cm. 배구선수 특히 공격수로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누구보다 높은 점프와 강한 스파이크로 상대 코트를 헤집었다. 정규리그, 올스타전, 코보컵, 챔피언결정전 MVP 등 보통 선수들이 평생 한 번 받기도 힘든 상을 다 받았다.

누가 뭐래도 성공한 배구선수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흘러가는 시간을 이기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앞에 깔렸던 레드카펫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2011∼2012시즌 535득점을 정점으로 득점 수치가 꺾였다. 2012∼2013시즌 330득점을 했고 다음 시즌에는 275득점을 했다. 2005년 V리그 첫 해 13경기에 출전해 230득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베테랑이 2시즌 연속 부진하자 말들이 많았다. “이제 황연주는 끝났다” “살이 쪄서 점프가 안된다” 는 등 책임지지 못할 말들이었다. 모두 황연주의 가슴을 찌르는 비수였다.


● 처진 어깨의 황연주를 신임 양철호 감독이 토닥였다


연봉협상부터 힘들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흥국생명에 그냥 데려가라고 했는데 거부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이런 황연주의 등을 토닥여준 사람은 신임 양철호 감독이었다. “아직 선수로서 충분하다. 다시 해보자”고 격려했다. 이를 악물었다. 우선 몸을 탄탄히 만들었다. 근육을 늘렸다. 체중은 전과 변함이 없었지만 몸이 강해지자 점프가 훨씬 편해졌다. 누구보다 높이, 많이 뛰어야 하는 공격수의 속성상 허리와 무릎 등에 고질병을 달고 살았다. 황연주는 다른 선수보다 키가 크지 않았기에 더 높은 점프가 필요했다. 그래서 더 부상이 많았고 뛸 때마다 아팠다. 부상이 사라지자 희망이 보였다. 7월 코보컵 때 양 감독은 황연주를 공격의 중심으로 내세워 우승을 차지했다. MVP는 결승전에서 29득점을 하는 등 전성기와 다름없는 활약을 한 황연주의 몫이었다.


● 깊은 바닥에 떨어지자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

코보컵 뒤 양 감독은 또 황연주를 불렀다. 칭찬보다는 풀기 어려운 숙제를 줬다. “시즌 때는 공격도 좋지만 수비에서 역할을 해줘야 자리가 보장된다”고 했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선수 폴리 중심의 배구를 해야 할 형편상 라이트 황연주의 공격이 줄어들 것을 고려한 감독의 당부였다. 황연주는 “2년간의 슬럼프동안 힘든 것을 다 겪었다. 그때 힘들었기에 마음을 바꾸기가 쉬웠다”고 했다. 공격수 황연주는 새롭게 수비에 눈을 돌렸다. 어지간한 선수라면 차라리 배구를 포기하거나 감독이 아무리 당부해도 ‘나는 공격수’라는 자부심으로 버텼겠지만 변신을 받아들였다.

2라운드 현대건설이 연승을 달리는 동안 황연주의 수비는 빛났다. 풀세트까지 간 11월 24일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결정적인 디그 2개로 팀을 구했다. 11월 11일 IBK기업은행전부터 시작해 4경기 연속 두 자릿수 디그를 했다. 전문 수비수인 리베로 김연견보다 더 많은 디그로 팀에 헌신했다. 현대건설의 최근 6연승은 황연주의 변신과 헌신이 만든 것이었다. “지금도 코트에서 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내가 변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도와준 감독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지금도 황연주는 전성기에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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