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강하늘 ‘미생’ 수트 벗고 ‘19세 소년’을 입다

입력 2014-12-12 07: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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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하늘이 연극 ‘해롤드 & 모드’로 무대에 복귀한다.

최근 tvN ‘미생’에서 엘리트 장백기 역으로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강하늘은 뮤지컬 ‘어쌔신’(2012) 이후 약 2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연극 ‘해롤드 & 모드’에서 강하늘은 자살을 꿈꾸며 죽음을 동경하는 19세 소년 ‘해롤드’ 역을 맡았다. 뮤지컬 무대에 서봤지만 연극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궁금해졌다. 대체 왜 강하늘은 연극 무대을 택했을까. 그는 SBS 드라마 ‘상속자들’로 주목을 받았고 영화 ‘소녀괴담’, ‘쎄시봉’, ‘스물’, ‘순수의 시대’에서도 비중 있는 역을 소화했다. 그리고 tvN 드라마 ‘미생’으로 데뷔 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보통의 배우라면 미니시리즈나 영화에 집중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극은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에도 마음 한쪽에 ‘무대’을 담아두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반대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이 순간에 꼭 연극을 해야 했어요. 제가 아직 연기가 부족한 탓이겠지만 드라마 연기를 하면서 마음이 공허해졌어요. 대본도 조급하게 나오기 때문에 순발력이 필요한 연기가 많거든요. 순발력은 늘었지만 그만큼 빨리 해버리고 마는 식의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이 상태로 가면 밑천이 다 드러날 것 같아 두렵더라고요. 그래서 깊이 고민하고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 ‘해롤드 앤 모드’를 만났어요.”

강하늘이 ‘해롤드 & 모드’를 출연하기로 한 이유 중 하나는 대선배 박정자와 호흡 때문이었다. 그는 “부모님이 연극배우였기에 박정자 선생님과 함께 무대에 서는 아들을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자 선생님을 만났을 때 뭔가 위인전에 나오는 어머니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입에서 저절로 ‘선생님’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게다가 선생님은 제가 어떤 연기를 하든 정확하게 반응을 해주세요. 그런 걸 보면 진짜 ‘연극계의 대모’라는 게 실감이 나죠.”

극중 19세 소년 해롤드(강하늘)는 죽음을 꿈꾸고 80세 노인 모드(박정자)는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 이들은 만나 크고 작은 소동을 겪으며 우정과 사랑을 나눈다. 극중 키스신도 있다. 필요하지만 튀지 않는다. 강하늘은 “우리 연극은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아닌 소통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소통’은 ‘미생’의 지향점이 아닐까. ‘미생’들! 꼭 봤으면”이라고 말했다.


지난 인터뷰에서도 느꼈지만 연극 무대에 오르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무대에 대한 갈망이 컸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토록 좋아하던 무대를 떠나 브라운관과 스크린으로 영역을 넓힌 이유도 결국 ‘무대’ 때문이었다.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면 대중에게 뮤지컬과 연극을 알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 뼈 빠지게 몇 달간 연습을 했지만 관객이 7~8명만 들어서 막을 내리는 작품이 너무나 많았어요. 좋은 작품인데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한다는 게 속상했어요. 그래서 내가 조금이라도 알려지고 좋은 작품을 선택해서 나를 보러 온 사람들이 이 작품을 알아가고 좋은 배우들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죠. 건방지게 들리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연극을 하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까요. ‘미생’이 잘 됐으니까요. (웃음)”

그런데 그의 진심어린 마음이 통했나보다. 강하늘 덕분에 ‘해롤드 앤 모드’의 예매율도 높아지는 것 같다. 기자간담회에서 박정자는 “우리 하늘이가 인기가 많아져서 연극을 찾는 분들이 늘고 있다더라”고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도 들어왔다.

“제가 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언제나 부담감이었어요. 어려서부터 내 능력보다 더 큰 것들을 맡아왔어요. 그 역할을 해내려면 실수가 용납이 안 됐고 잘해야 했어요. 그걸 어떻게 이겨낼까 하는 고민도 제겐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해요.”

연기의 원동력에 대해 더 자세히 물었다. 그는 왜 늘 부담감을 안고 살았어야 했을까. 그는 “고등학교 때 ‘장영실’ 오디션을 보고 주인공이 됐을 때, 대학교 1학년 때 교내 공연인 ‘햄릿’에서 주인공 역을 맡아 선배들의 눈총을 받았다. 그래서 무조건 잘 해야 했고 스스로 실수를 용납할 수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부담감을 안고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하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피하면 얻을 게 없을 것 같았어요. 물론 쉬운 길을 선택할 수도 있죠. 쉬운 길로 더 빨리 갈 수도 있겠지만 이것 역시 제가 얻을 게 없을 것 같았어요.”

장시간 이어진 인터뷰였음에도 녹음파일에서 버릴 내용이 없었다. 자신의 연기에 확실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런 강하늘의 최종 바람은 무엇일까. 그는 “가늘고 길게 가는 사람”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저는 제가 스스로 ‘배우 강하늘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어요. 글을 쓰는 작가들도 남들에게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기 힘든 경우가 많잖아요. 전 아직도 당당하게 배우라고 말을 못해요.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 때가 오는 게 꿈이고 배우로 남고 싶다는 거창한 말보다 좋은 작품을 계속하고 싶어요. 더 큰 꿈이 있다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작품의 감동 때문에 그들의 삶이 변하는 거죠.”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샘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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