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ML 단장 열전] ‘악의 제국의 해결사’ 캐시먼 단장, 다섯번째 WS우승 노리다

입력 2014-12-1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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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양키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

98년 31세로 단장 부임직후 WS 3연패
FA 최대어 싹쓸이하며 2009년 또 우승
약물파문 로드리게스 길들이기 적임자
또다시 3년 계약 연장 ‘제국 부활’ 선봉

뉴욕 양키스는 2014년 시즌 84승을 거두는 데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무려 4억3800만 달러를 투자해 다나카 마사히로, 자코비 엘스베리, 브라이언 매캔, 카를로스 벨트란 등 특급 선수들을 영입하고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12경기차 뒤져 2위에 그쳤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은 1993∼1994년 이후 처음이었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이 성적 부진으로 해임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지만 양키스 구단은 시즌을 마치자마자 속전속결로 캐시먼 단장과 3년 계약 연장을 체결했다. 그만큼 그에 대한 신뢰가 매우 크다는 방증이다. 지난 20년간 양키스의 상징이었던 데릭 지터의 은퇴 공백을 메우고, 약물 복용과 관련한 위증으로 1년간 출전정지 징계를 당했던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역할 정리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은 캐시먼 단장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 짧았던 선수생활

1967년 7월3일 뉴욕주에서 태어난 캐시먼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워싱턴DC에 정착했다. 카톨릭 유니버시티 오브 아메리카 대학에 진학한 그는 명 2루수로 명성을 떨쳤다. 1번타자로서 한 시즌 팀 역사상 최다안타 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3부리그 소속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대학 2학년 때인 1986년부터 인턴으로 뉴욕 양키스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1998년 2월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구단의 단장 겸 수석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신화를 이뤄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1세에 불과했다.


● 왕조 구축

우연의 일치일까. 그가 부임하자마자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1998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1999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모두 4경기 만에 제압했다. 서브웨이 시리즈로 치러진 2000년 뉴욕 메츠와의 월드시리즈는 4승1패로 마무리했다. 그 이후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팀이 전무한 것을 보면 당시 양키스의 전력이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양키스는 3승4패로 무릎을 꿇으며 4년 연속 우승 달성에 실패했다. 2003년에는 다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플로리다 말린스에게 2승4패로 밀렸다. 캐시먼이 부임한 후 6년 동안 양키스는 2002년을 제외하고 5차례나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정상을 차지하는 위업을 이뤘다.


● 구단주와의 갈등

2004년 영원한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가 86년간 이어져 온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우승하자 양키스 구단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3연승 뒤 4연패를 당한 터라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감독과 단장을 자르는 게 취미인 ‘보스’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의 캐시먼 단장 흔들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감정의 골은 점점 더 깊어져만 갔다. 하지만 두 사람의 힘겨루기에서 결국 캐시먼이 이겼다. 한동안 자신이 대학 시절을 보낸 워싱턴 내셔널스의 단장으로 둥지를 옮길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2005년 시즌을 마친 후 캐시먼 단장은 3년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 돈으로 산 우승

캐시먼 단장에게 더 많은 권한이 부여됐지만 양키스는 매년 거물급 FA(프리에이전트)를 영입하고도 좀처럼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게다가 레드삭스가 2007년에도 우승을 차지해 양키스 제국이 몰락했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2008년 또 다시 양키스와 3년 계약을 맺은 캐시먼 단장은 그해 FA 중 최대어로 꼽히는 CC 사바시아, AJ 버넷, 마크 테셰라를 싹쓸이하며 ‘악의 제국’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결국 2009년 양키스는 무려 103승이나 따내며 월드시리즈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4승2패로 제압하고 8년 만에 정상에 다시 복귀했다. 하지만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는 상황에서 팀 연봉 2억 달러를 넘게 투자해 돈으로 우승을 샀다는 비아냥거림을 받아야 했다.


● A-로드 길들이기

2009년 마지막 우승을 지켜 본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이듬해 올스타전이 열린 7월13일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보스’가 세상을 떠난 후 양키스는 번번이 통산 28번째 우승 도전에 실패하고 말았다. 지난해 12월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 영입전에서 캐시먼 단장은 2000만 달러의 포스팅 비용과 7년 1억5500만 달러의 천문학적인 연봉을 쏟아 부으며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성공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하는 것처럼 보였던 다나카는 7월부터 팔꿈치 이상 증세를 보이며 전열에서 이탈했고, 결국 양키스는 또 다시 포스트시즌 진출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올해를 끝으로 지터가 은퇴하자 캐시먼 단장은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애리조나 디백스로부터 디디 그레고리우스를 영입해 주전 유격수 자리를 맡겼다. 또한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활약한 FA 좌완투수 앤드루 밀러와 계약을 체결해 불펜을 보강했다.

내년 시즌 양키스의 성적은 내년 7월이면 만으로 40세가 되는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캐시먼 단장은 최근 잦은 부상에 시달려온 로드리게스를 1루수로 전향시킬 수 있다며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잔여연봉이 아직도 6100만 달러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로드리게스가 스프링캠프 때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주전 자리를 보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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