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더 인터뷰] 유한준 “올해 성적에 안주해선 안돼, 내년에도 잘해야 진짜 실력”

입력 2014-12-1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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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유한준은 올 시즌 데뷔 첫 3할과 20홈런을 넘기며 연봉 2억8000만원에 재계약했다. 10kg 가까이 체중을 늘리고 식단을 조절하면서 얻은 값진 결과물이었다. 스포츠동아DB

■ 넥센 유한준

“지난해 연봉계약 때 ‘변해야 산다’고 다짐
체중 늘리려고 닭가슴살·고구마만 먹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뤄낸 최고의 시즌
은퇴하기 전 골든글러브 꼭 받아보고 싶다”

넥센 유한준(33)은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122경기에 나가 타율 0.316, 20홈런, 91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후 처음 3할을 쳤고 20홈런을 때렸다. 91타점과 OPS 0.925도 생애 최고 성적이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도 공수에서 제몫을 다했다. 구단도 그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연봉 1억1500만원에서 143%가 오른 2억8000만원에 재계약을 했다. 지난해까지 유한준은 보통선수였다. 데뷔 이후 10년 동안 OPS가 단 한차례도 7할을 넘긴 적이 없고 홈런 10개를 때린 시즌도 없었다. 선수생활 10년을 보낸 뒤 그는 ‘변해야 산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몸무게 10kg을 늘렸고 식단을 바꿨다. 비시즌 기간 내내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먹었다. 유한준은 “한국시리즈 우승이 가장 큰 꿈”이라며 “내년에도 3할과 20홈런이 목표”라고 했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유한준은 프리에이전트(FA)가 된다.


● 변하지 않으면 살수 없다고 생각했죠


-올해 정말 수고했다. 생애 최고 시즌이었지?

“네. 도와주신 분들이 많아서 좋은 야구 할 수 있었습니다.”


-연봉도 대폭 올랐더라. 1억1500만원에서 2억8000만원이 됐어.

“그동안 운영팀장과 계약했는데 이번에는 부사장님과 했어요. 구단의 제시금액이 좋아서 망설임 없이 바로 사인했죠.”


-넥센은 성적을 확실하게 보상해준다는 느낌이 들어. 올해 서건창도 그렇고. 연봉계약을 참 시원시원하게 해.

“선수들이 고마워하는 부분이죠. 또 책임감도 커지고요.”


-계약하고 나니까 어떤 생각이 들던가?

“딱 1년 전 연봉계약할 때가 떠올랐어요. 지난해 첫 만남 때 3분 만에 사인했거든요. 제가 생각해도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이었어요. 동결이 됐는데 삭감안을 제시했어도 받아들이려고 했죠. 그때 계약을 마치고 나오면서 ‘변하지 않으면 살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택한 게 체중을 늘리는 거였구나.

“네. 뭔가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체중을 10kg 정도 불리는 작업을 했어요.”


-체중이 는다고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오는 것은 아니잖아?

“그렇죠.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어요. 나이도 먹어가고, 뭔가 승부수를 던져야 했죠. 사실 이지풍 트레이너가 3년 전부터 ‘체중을 늘리자’고 했어요. ‘좀더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다’면서요. 그런데 지난 2년은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제 고집대로 했죠. 거기에 외국인타자가 온다니까 다급해진 거예요. 내야는 주전이 꽉 차 있고, 외국인선수가 오면 분명 외야수인데 제가 설 자리가 없겠더라고요.”


● 석 달 동안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먹었어요


-체중을 늘리는 작업은 어떤 식으로 했나?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하면서 식단을 바꿨죠. 트레이너가 내민 식단대로 먹었어요. 아침 점심은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먹고, 밥은 저녁에 현미로 단 한 끼만 먹었죠. 웨이트트레이닝할 때마다 삶은 계란 먹고….”


-지난해 11월부터?

“네. 비시즌 때 석 달 정도요. 요즘도 닭가슴살과 고구마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요즘도?

“네. 비시즌 동안은 똑같아요.”


-시즌 때는?

“시즌 때는 팀원들과 똑같이 먹죠. 시즌 때는 먹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올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대신 단백질 위주로 많이 챙겨먹고 탄산음료 안 먹고….”


-술, 담배는?

“술, 담배는 전혀 못합니다.”


-힘들겠다. 석 달 동안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먹는다는 게.

“처음에는 못하겠더라고요. 근데 이걸 먹지 않으면 내가 변할 수 없다고 하니까 먹게 되더라고요. 닭가슴살, 고구마, 웨이트트레이닝, 순발력 운동, 삶은계란, 가끔 바나나…. 이게 지난 겨울 저의 모든 것이었죠.”


-체중 증가 효과를 언제 느끼게 되던가?

“두 달 반 지나니까 체중이 87kg에서 97kg까지 늘더라고요. 스프링캠프 때 타구가 생각보다 멀리 나가요. 박병호, 강정호만큼은 아니지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때 타격코치님께서 또 저를 잘 컨트롤해주셨죠.”


-허문회 코치?

“네. 제가 비거리에 신경 쓰니까 ‘한준아! 비거리는 분명 좋아졌으니까 정확성에 신경 써라. 타구가 빨라야 한다’고 하셨죠.”


-어쨌든 새로운 도전은 대성공이다.

“네. 감사하죠. 홈런을 20개를 쳤잖아요.”


-20홈런이 가장 마음에 와 닿나보다.

“우리 팀에 50홈런 타자도 있고 40홈런 타자도 있지만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20홈런입니다. 저 프로에 와서 10년 동안 홈런 10개도 한 번 못 쳐봤거든요.”


-타율도 생애 처음 3할이다.

“외야수에게 잡힐 게 넘어가고 내야수에게 잡힐 게 타구가 빨라지면서 빠져나가고…. 그렇게 때린 안타 20개 정도가 결국 3할이 된 것 같아요.”


-OPS가 0.925야. 어때?

“항상 저는 OPS 7할이었어요. 상대가 두려워하지 않는 타자죠. 장타율도 4할이 안 되고요. 타석에 들어가 보면 느껴요. 투수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올해는 제가 꿈꾸는 그런 야구를 한 것 같아요.”


● 넥센은 한 가족 같은 팀이죠


-생애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나갔다.

“재미있었어요. 야구를 그 정도의 긴장감 속에서 해본 건 처음이었죠.”


-준우승을 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 팀이 좀더 끈끈해졌어요. 준우승을 했지만 팀 동료들 모두가 고맙고 내년에는 내가 좀더 잘해야겠다, 그런 생각이 막 들더라고요. 한국시리즈 내내 우리 팀이 보여준 끈끈함과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들이 가슴 찡할 정도였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5차전이죠. 9회말 2아웃에 최형우 타구가 우익선상으로 빠지는데 정말 뛰어가기 싫더라고요. 또 왜 그렇게 다리가 안 나가는지…. 야구를 하면서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아요.”


-맞아. 최형우 타구 하나에 우승과 준우승이 갈렸지. 잠깐 수비이야기를 해보자. 어떻게 그렇게 잘해?

“잘하는 건 아니고요. 항상 수비하면서 스타트와 수비위치 선정을 고심하죠. 수비코치님 도움도 받고, 또 직감도 있어요. 제가 발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다 쓰는 편이에요. 가끔 예측하기도 하고요.”


-올해 정도면 국내 최고 우익수 가운데 한 명이야.

“그 정도는 아니고요. 은퇴하기 전에 잘해서 골든글러브 한번 받아봤으면 좋겠네요.”


-그게 가장 큰 꿈?

“가장 큰 꿈은 우승이죠. 야구하고 나서 아직 단 한 번도 우승을 못해봤어요. 저는 우승하고 마운드에서 얼싸안고 춤추는 모습이 어떤 기분인지 몰라요. 꼭 한 번 그 맛을 보고 싶고요. 감독님 헹가래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FA가 된다는 건 저에게는 참 소중하죠. 하지만 그 이전에 제가 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해야죠. 올해 반짝하긴 했는데 진짜는 내년인 것 같아요. 팬들에게나 제 스스로에게 인정받으려면 내년에 진짜 잘해야죠.”


-넥센이라는 팀의 장점은 무엇인가?

“장점?…. 친화력이죠. 다른 팀을 안 가봐서 모르겠는데 우리 팀은 한 집안 같아요. 감독, 코치, 선후배 모두가 한 가족 같은 팀.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고 챙겨주고…. 시기, 질투, 뭐 이런 게 없는 팀…. 저는 그런 팀에서 야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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