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굴러간 공 집었다 ‘날아간 우승’

입력 2014-12-1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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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KLPGA ‘세상에 이런 일이’

박신영, 페널티에 멘붕…우승권 멀어져
윤채영, 페어웨이 같은 러프 탓에 ‘벌타’
딸과 다투다 출입정지 징계 받은 아빠도

숱한 화제를 낳은 2014시즌이 모두 끝났다. 환희의 순간도 있었지만, 아쉬운 장면도 많았다. 특히 골프 룰과 얽힌 해프닝이 많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골프 룰 때문에 벌어진, 안타깝고 황당했던 순간들을 되짚어본다.


● 공 집어 들었다가 우승 날려

11월 2일 용인 레이크힐스골프장에서 열린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무명의 박신영(20·대방건설)은 생애 첫 우승을 바라봤다. 3라운드 13번홀까지 선두였다. 그러나 14번홀(파5)에서 결정적 실수가 터졌다. 3번째 친 공이 그린에 떨어져 경사면에 멈췄다. 강한 바람까지 불고 있어 아슬아슬한 위치였다. 박신영은 퍼팅을 하기 위해 경사를 살핀 뒤 공 뒤로 가 마크를 집어 들려고 했다. 그 순간 바람이 불어 공이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당황한 박신영은 마크에서 손을 떼고 약 10cm 정도 움직이던 공을 집어 들었다.

박신영의 행동은 명백한 룰 위반이었다. 골프규칙 20조4항에 해당한다. 볼 위치를 마크하기 위해 사용된 물체가 제거되었거나 안 되었거나 볼이 리플레이스된 시점에 그것은 인플레이 볼이다. 따라서 그 볼은 새로운 위치에서 플레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돼 있다.

박신영이 공을 집어 들지 않고 그대로 놔뒀더라면 벌타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공을 집어 든 탓에 1벌타를 받았고, 이 홀을 보기로 끝냈다.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15번홀에선 더블보기를 범해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KLPGA 정창기 경기위원장은 “박신영뿐만 아니라 같은 상황에 대해 많은 선수들이 룰을 잘못 알고 있었다. 룰만 제대로 알고 있었더라도 벌타를 받지 않을 상황이었는데,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 페어웨이 같은 러프 때문에 벌타

윤채영(27·한화)은 페어웨이 같은 러프 때문에 억울한 상황을 맞았다. 8월 하이원여자오픈이 열린 하이원골프장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 이 때문에 경기 중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s) 룰이 적용됐다. 지면이 젖어있는 경우처럼 정상적인 경기가 힘들 때 페널티 없이 공의 위치를 옮길 수 있는 규칙이다. 단, 공이 페어웨이에 놓여있을 때만 적용된다.

윤채영의 공은 페어웨이처럼 보이는 러프, 이른바 페어웨이와 비슷하게 잔디를 깎아놓은 세미러프 지역에 떨어졌다. 누가 보더라도 페어웨이처럼 보였던 터라 의심하지 않고 공을 집어 든 뒤 잘 닦아서 지면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그 곳은 페어웨이가 아닌 러프였다. 신중하지 못한 윤채영의 잘못도 있지만, 페어웨이와 러프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없도록 관리한 골프장에도 문제가 있었다.


● 마크가 모자에서 떨어져 벌타

8월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에서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경기 중 그린에서 공을 집어 들려던 배선우(20)의 모자에 붙어 있던 마크가 떨어져 공에 맞았다. 공이 움직인 탓에 1벌타를 받았다. 그녀의 불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3라운드 때는 스코어를 잘못 썼다가 뒤늦게 사실을 깨닫고 자진 신고했지만, 이미 스코어카드 접수가 끝난 상태라 실격되고 말았다.

부모들의 돌출행동이 이따금 선수들을 긴장시킬 때도 많았다. 7월 제주 오라골프장에서 열린 삼다수여자오픈에서 A선수의 부모가 진행요원의 카트에 탑승하고 이동하는 일이 목격됐다. 함께 경기하던 B선수는 명백한 룰 위반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경기위원에게 제보했다. 그러나 경기위원의 판단은 달랐다. 과거에는 대회요강에서 이 같은 경우 선수에게도 벌타를 부과했지만, 이 조항은 최근 제외됐다.

부모가 진행요원들의 카트에 탑승하고 이동했더라도 골프 룰 위반과는 상관없다. 다만, KLPGA 투어에선 원활한 경기진행을 위해 부모들의 카트 탑승을 금지하고 있다. 어길 경우 부모에게 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 정도면 다행이다. 6월 롯데칸타타 여자오픈 때는 딸의 캐디로 나선 아버지 K가 경기 중 딸과의 의견충돌로 다투는 일이 벌어졌다. 이 일로 K는 2년간 대회장 출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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