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은 최근 2년간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성장세에 있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내년에는 다시 정상에 서겠다는 목표를 세운 그녀는 새 시즌 준비를 위해 23일 미국으로 떠났다. 오산|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상금랭킹 13위…올해 내 점수는 75점 정도
내년엔 새로운 후배들과 경쟁…더 열심히”
2년 침묵 깨고 내년 LPGA 통산 10승 목표
역대 9번째 통산 상금 1000만달러도 눈앞
“너무너무 우승하고 싶다.”
최나연(27·SK텔레콤)의 표정에서 비장함이 엿보인다. 2년 동안의 우승 침묵. 최나연의 골프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 지나갔다. 새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그녀는 “우승이라는 건 결과지만, 팬들은 그 결과를 놓고 평가한다. 우승을 해야 하고, 잘해야 한다는 건 스포츠세계에서 당연한 것이다. 우승을 위해서 더 열심히 뛰겠다”며 2015년을 기대했다. 새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23일 미국으로 떠난 최나연을 출국 직전 경기도 오산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 10년째 나눔 실천하는 ‘기부천사’
올 겨울 최나연은 그 누구보다 바쁘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나눔이다. 해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그녀에겐 골프만큼 소중한 일이 됐다.
올해도 최나연의 나눔은 멈추지 않았다.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그녀는 경기도 수원의 한 보육원을 찾아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방을 만들어줬고, 또 김장과 연탄배달 등의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10년 가까이 나눔을 실천하다보니 기억에 남는 일도 많다.
“7년 정도 베트남에 있는 어린 친구를 도와주고 있다. 해마다 사진과 함께 손 글씨로 편지를 써서 보내오는데, 무럭무럭 자라는 게 보인다. 무엇보다 그 친구가 나 때문에 골프라는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게 기쁘다. 자신을 후원해주는 사람이 골프선수라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 골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우승은 아니었지만, 지난 10월에는 팬들을 즐겁게 하는 작은 사건(?)도 있었다. 친구 박인비(26·KB금융그룹)의 결혼에서 그동안 감춰온 매력을 뽐냈다. 치마를 잘 입지 않기로 유명한 최나연이 치마에 굽이 높은 구두까지 신고 등장했다.
“솔직히 처음에 (박)인비에게 부탁을 받았을 때는 못하겠다고 거절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치마를 입고 힐을 신고 걸어야 한다는 게 부담됐다. 가끔 치마를 입으면 ‘걸음걸이가 그게 뭐냐’며 흉을 보실 때가 많았는데, 또 그런 소리를 들을까 걱정이 됐다. 계속된 부탁에 어쩔 수 없이 들러리를 했는데, 날씨도 추웠고 12cm나 되는 힐을 신고 40분 정도 서 있는 게 쉽지 않았다. 다행히 걱정했던 것보다 좋게 봐주셨다. 좋은 추억이었다.”
● 우승 없었지만, 성장한 한 해
“75점.” 최나연 스스로 평가한 2014년의 점수다. 그녀는 “상금랭킹 13위(94만5813달러)로 끝냈다. 망했다고 하기도 그렇고, 못했다고 하기도 애매한 성적이다. 그러나 열심히 했다. 그건 나만 알 수 있는 일이다. 해마다 1%라도 성장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정리했다.
최나연 자신도 누구보다 우승을 바라고 있다. 내년엔 올해보다 우승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최나연은 “나도 너무너무 우승하고 싶다”며 “내년에는 (김)효주, (백)규정, (장)하나, (김)세영이 등 새로운 선수들도 많이 온다. 후배들이지만 쟁쟁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그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새로운 목표도 최나연을 더욱 비장하게 만든다. 2015년에는 2가지 큰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상금 1000만달러다. LPGA 선수 중 역대 8명밖에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한국선수 중에선 박세리(37·하나금융그룹)가 유일하다. 10년 동안 꾸준하게 활동해온 최나연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최나연은 2014년까지 952만2995달러를 벌었다.
LPGA 통산 10승도 가까이 왔다. 2009년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신고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CME그룹 타이틀홀더스까지 통산 7차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나연은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루고 싶다”는 짧은 말로 각오를 새롭게 했다.
최나연의 사인 속에는 ‘13’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프로 10년 동안 기록한 우승 횟수다. 그러나 이 숫자는 지난 2년 동안 멈춰있다. 내년이면 프로 11년차가 된다. 최나연은 “새로운 출발을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미국으로 떠났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